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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경량 Sep 20. 2024

취향 탐방기: 미식축구

초경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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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가볍고 소소한 취향 탐방기 뉴스레터입니다.

글에 오류와 주관적인 내용이 포함되었을 수 있으니

100세 미만 구독자는 열람 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문의사항 및 오류 신고 INSTAGRAM @ultralight.kr)

*사진: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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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소리


안녕하세요 초경량 에디터 김지후입니다. 9월 3주차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9월 5일에 미식축구 프로 리그인 NFL 24-25 시즌이 개막했어요. 이제 슈퍼볼(Super Bowl)이 끝나기 전까지 탈인간급 선수들의 육탄승부가 진행되죠. 구독자님은 미식축구에 대해 아시나요? 저는 잘 몰랐다가 작년 겨울부터 보기 시작했는데요. 룰은 잘 몰라도 볼 때마다 묘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취향 탐방기에서는 미식축구, NFL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미식축구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미식축구 자체가 많이 낯설게 느껴질 텐데요. 저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었어요. 중고등학교 체육시간에 축구, 농구, 야구는 해봤지만 미식축구는 해본 적이 없었죠. 그리고 우리나라에 미식축구 프로리그가 없기도 하고요. 그래서 미식축구는 잘 모르는 세계로 느껴졌죠.


그런데 우연히 밥을 먹으면서 미식축구 경기를 봤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경기 시작 후 헬멧을 쓴 선수들이 엄청난 속도로 부딪히면서 넘어졌고, 그 순간 말 그대로 부서지는 소리가 났죠.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다른 스포츠에서는 무조건 파울일 몸싸움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죠. 그렇게 선수들의 과격한 움직임에 흥미를 느껴 계속 경기를 보게 됐어요.


수비는 달려가는 공격의 다리를 잡아 넘어트리고 공격은 앞으로 가기 위해 몸을 날리죠. 선수들이 바닥에 넘어지면 그 충격이 선수들 몸의 반동으로 다 드러나고요. 전쟁터와 다름없었어요. 공을 잡고, 달리고, 넘어트리고, 쓰러지고, 들이받고의 연속. 엄청난 피지컬 싸움의 반복이었죠.


미식축구는 기본적으로 땅따먹기 싸움이라 상대 진영 끝까지 가서 터치다운을 하는 게 목표에요. 그래서 수비는 전진을 막기 위해 태클을 날리고 공격은 조금이라도 더 전진하기 위해 미친 듯이 달리죠. 그리고 선수들이 부딪힐 때마다 헬멧이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요. 그럼 자연스럽게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기분이랄까요. 


지금부터 아드레날린 가득한 미식축구에서 제가 가장 섹시하다고 느낀 두 요소를 소개할까 해요. 헬멧을 사정없이 부딪히고 몸을 던져 태클하는 거친 스포츠인 미식축구. 구독자님 어떠신가요? 미식축구가 궁금해지셨나요? 그렇다면 아드레날린 가득한 기분으로 아래 내용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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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선수가 넘어지면서 공을 잡고 있다

사진: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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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캐치


땅따먹기 게임인 미식축구. 그래서 공을 잡은 공격 선수의 발이 닿는 곳은 공격팀이 전진한 땅으로 여겨지죠. 그래서 럭비와 달리 전진패스도 가능한 미식축구에서는 상대진영 깊숙이 들어간 선수에게 쿼터백이 장거리 패스를 던지기도 해요. 하지만 패스를 받는 선수는 매우 빠르게 달리면서 수비의 견제도 받고 있어 패스를 받는 일이 쉽지 않죠.


하지만 스포츠의 묘미는 불가능할 거 같은 상황을 성공시키는 장면. 쿼터백이 패스줄 곳을 찾다가 최전방 선수에게 공을 뿌리면(?) 그 선수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다 넘어지면서 손을 공으로 뻗어요. 이후 몸이 바닥에 튕기고 사람들은 이 선수가 공을 잡았는지 봐요. 잠시 카메라 클로즈업. 공이 선수 손에 들려있는 게 보인 순간 관중들의 엄청난 환호와 중계진의 터질 것 같은 목소리. 정말 말 그대로 화려한 캐치랄까요.


저는 미식축구의 이런 장거리 패스 캐치가 멋진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이유는 농구의 3점 슛과 축구의 중거리 골과 비슷하달까요. 둘 다 멀리서 시도하는 슛이라 골이 될까 말까 하는 찰나의 순간이 생기죠. 그리고 공이 긴장감을 뚫고 그물을 가르면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고요. 


장거리 패스 캐치도 그런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미식축구는 피지컬적인 쾌감이 좀 더 추가된 버전이랄까요. 쿼터백이 공을 던지면 앞 쪽의 선수는 엄청난 근육질의 몸으로 달려요. 공이 선수 쪽으로 거의 도착했을 때 공격과 수비가 날아오는 공을 동시에 쳐다보죠. 과연 저 공을 잡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 공격이 점프한 뒤 손을 쭉 뻗어 공을 잡아낸 다음 바닥으로 곤두박질칩니다. 헬멧과 몸의 관절이 튕기고 사람들은 선수가 공을 놓치는지 아닌지 확인하죠. 


공격과 수비가 같이 엎어진 모습. 그리고 공격의 품 안에 공이 있는 걸 본 사람들의 환호성. 이런 장면을 보면 아드레날린, 도파민이 솟구치고 당장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죠. 21세기의 검투사 대결 같달까요. 강인한 육체의 향연 그리고 그 안의 승부. 어쩌면 정말 미국다운 스포츠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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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취향 탐방기


甲辰, 9월 제3호 | 들을게 없는 당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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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경기 중 공격과 수비가 부딪힌 다음 뒤엉켜있는 모습

사진: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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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포잇


화려하게 잡았다면 이젠 화려하게 부딪혀볼까요? 미식축구에서는 10야드마다 4번의 공격기회가 생겨요. 이게 무슨 소리냐면 공격은 4번의 기회 안에 수비를 뚫고 10야드, 대략 10미터 정도를 전진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만약 4번 안에 10야드 전진에 성공하면 다시 4번의 기회를 부여받지만, 실패하면 공격기회는 바로 상대팀에게 넘어가죠. 그리고 상대방은 우리 팀 공격이 지금까지 전진한 곳에서 공격을 시작하고요.


그래서 대부분 공격들은 3번째 시도에서 10야드 전진에 실패하면 4번째 시도 때 펀트를 해요. 미식축구는 땅따먹기 게임이니까 상대방이 최대한 우리 진영에서 먼 곳에서 공격을 시작하게 공을 상대 진영 쪽으로 멀리 차버리는 거죠. 하지만 고포잇은 그렇지 않아요. 10야드 전진 3번째 시도 실패 후에도 4번째 시도를 감행해요. 말 그대로 Go for it. 그냥 간다는 거죠.


고포잇을 자주 사용하는 팀들도 있지만 대부분 고포잇이 나오는 경우는 4번째 시도 때 10야드 전진까지 얼마 안 남았을 때에요. 10야드 전진까지 대략 1~2미터 정도 남으면 공격은 전열을 가다듬고 고포잇을 준비하죠. 이때 준비하는 전술은 말 그대로 몸통박치기. 전진할 거리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몸을 밀어 넣어 10야드 라인 너머로 들어가는 방식이죠.


고포잇이 시작되면 공격시작 라인에 양 팀의 거의 모든 선수들이 몸을 낮추고 바짝 붙어요. 그다음 공격 쿼터백은 수비를 뚫고 들어갈 선수에게 공을 건네고 공을 받은 선수는 말 그대로 돌진을 하죠. 이때 수많은 헬멧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요. 공격은 수비벽을 뚫으려고 하고 수비는 어떻게든 막으려 하죠. 양 팀의 육중한 선수들이 상대방에게 몸을 들이받고요. 


그렇게 잠시 힘의 교착상태가 벌어지다가 공을 든 공격 선수의 몸이 10야드 라인 너머로 넘어가면 그 위로 선수들이 우르르 넘어지죠. 정말 힘대힘의 싸움. 이게 고포잇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고포잇 상황에도 멀리 패스를 던지거나 공격이 공을 들고 달려 나가는 플레이를 해요. 하지만 뒤를 생각하지 않는(?) 플레이라는 점이 고포잇을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한달까요. 말그대로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고 플레이를 하는 것이죠. 


구독자님이 고포잇 플레이 때 헬멧끼리 부딪히는 엄청난 소리를 들어보셨으면 좋겠네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거에요. 이런 파이팅 넘치는 미식축구 테마 곡도 하나 추천하고 싶네요. 해당 곡은 뉴스레터 하단 추천곡 버튼에 링크를 달아놓을게요. 부디 즐겨주세요.


이렇게 취향 탐방기를 마쳐볼까 합니다. 혹시 제게 궁금하거나 추천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DM으로 연락 주세요. 다양한 세계와 영역을 같이 탐색해 봐요!


초경량을 구독한 바로 당신!

부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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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의 추천곡

New Orleans Saints- Heart of the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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