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량
*가볍고 사적인 취향 탐방기 뉴스레터입니다.
글에 오류와 주관적인 내용이 포함되었을 수 있으니
100세 미만 구독자는 열람 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문의사항 및 오류 신고 INSTAGRAM @ultralight.kr)
∙•∙✽∙✧∙❃∙•∙ ❍ ∙•∙❃∙✧∙✽∙•∙
안녕하세요 초경량 에디터 김지후입니다. 10월 4주차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날이 점점 차가워지는 게 느껴지네요. 저는 아직도 환절기 비염으로 고생 중인데 구독자님은 괜찮으신가요? 가을이 오면 시원해서 좋기도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죠. 바로 가을을 타게 된다는 거에요. 날이 차가워지면 이상하게 내 마음도 차가워지고 덕분에 센치해져요. 올해가 또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과 함께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진달까요. 내 몸과 마음은 아직 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생동감을 잊지 못하는데 말이죠.
구독자님은 가을이 오면 어떤 노래를 들으시나요? 저는 가을 타는 노래를 듣게 되는 것 같아요. 잔잔하고 센치한 노래들. 차갑지만 쓸쓸함이 묻어있는 노래를 찾게 돼요. 가을을 수십 번째 맞고 있지만 가을 타는 건 아직도 적응이 안 되네요. 가을 탈 때 들으면 좋은 노래들은 많지만 오늘은 백현진의 노래를 소개하고 싶어요.
백현진의 음악은 어딘가 술 냄새가 나요. 하지만 만취해서 쓰러지는 느낌도, 파티나 클럽 분위기도 아니죠. 백현진의 곡을 들으면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차가운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떠올라요. 술을 마시고 나온 한 남자. 추운 날씨에 겉옷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는 손에 주머니에 넣은 채 벌벌 떨며 쓸쓸히 걸어가는 모습.
취기 아래의 슬픔. 마음은 쓸쓸하고 추운 날씨에 몸을 계속 웅크리게 되는 기분이죠.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도 집에 혼자 걸어가는 가을밤은 이상하게 참 쓸쓸해요. 날은 춥고 입김은 나오는데 날 따뜻하게 해 줄 이가 없다는 게 가슴을 시큰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백현진의 음악은 이런 감정과 장면이 떠오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정말 차가운 날의 술냄새랄까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 맛있는 음식. 오늘 분명히 즐거웠는데.. 가을 타는 사람들은 집읋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죠. 이런 날 백현진의 노래를 들어보세요. 2배는 더 가슴이 시큰거릴 테니. 아래에는 제가 좋아하는 백현진의 곡을 소개할텐데 가을을 타고 계시다면 읽기 전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주세요.
•∙✽∙✧∙❃∙•∙ ❍ ∙•∙❃∙✧∙✽∙•∙
•∙✽∙✧∙❃∙•∙ ❍ ∙•∙❃∙✧∙✽∙•∙
마음 단단히 잡으셨나요? 다행히도 모과에서는 마음을 덜 잡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구독자님이 프로 가을 인간이라면 아마 모과 정도의 곡은 피식 웃고 넘길 수 있을 거에요. 모과의 감정적 펀치는 그렇게 세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그 펀치가 안 아프지는 않아요. 잠시 가을 타는 걸 까먹고 있다가 이 노래를 들으면 다시 가을 인간 상태로 돌아올 정도의 펀치랄까요.
백현진의 모과는 올해 10월에 14일에 발매된 따끈따끈한 곡이에요. 하지만 만들어진지는 꽤 된 곡 같더라고요. 유튜브에 <백현진 - 모과>를 검색하면 2년 전 온스테이지 라이브 영상이 나오죠. 아티스트의 미발매곡이 발매곡으로 바뀐 상황. 이런 이벤트는 평소 좋아하지 않던 아티스트의 곡이라도 듣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아요.
모과는 백현진의 목소리와 재즈풍의 사운드가 인상적이에요. 백현진은 약간 푸념(?)하는 듯이 노래를 부르는데 그게 백현진만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푸념 뒤로 들리는 색소폰 연주가 약간 올드하면서 낭만적인 느낌을 주고요. 그래서 곡에서 “애들은 가(?)” 분위기가 느껴는 것 같아요. 곡을 듣다 보면 중년, 으른들의 낭만과 사랑, 감정이 모과 냄새처럼 훅 들어오는 듯해요.
백현진의 음악은 날 것의 느낌이 나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곡은 아니죠. K-POP이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면 백현진의 곡은 투박하고 즉흥적인 느낌을 줘요. 소주와 같이 먹는 껍데기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그 느낌이 좋아요. 저는 소주에 껍데기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이건 정말 취향이죠. 가사도 날 것의 느낌이 나요. 더 정확히 말하면 솔직한 느낌을 줘요.
멋있어 보이려거나 간지를 위해 쓴 가사는 아니에요. 솔직하게 느낀 감정을 꾸밈없이 적어내는 모습이죠. ‘한순간 정말 모과만 있으면. 한순간 완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네. 다 필요 없고 모과와 너만 있으면.’ 모과의 가사에서는 투박한 과장이 느껴져요. 하지만 그 부분이 매력적죠. 모과만으로 완전히 살 수 있을리 없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는 솔직함이 오히려 마음에 든달까요. 그럼 이제 예열을 했으니 진짜 찐 가을 타는 곡으로 넘어가볼까요?
•∙✽∙✧∙❃∙•∙ ❍ ∙•∙❃∙✧∙✽∙•∙
•∙✽∙✧∙❃∙•∙ ❍ ∙•∙❃∙✧∙✽∙•∙
•∙✽∙✧∙❃∙•∙ ❍ ∙•∙❃∙✧∙✽∙•∙
추웠을 때 이 곡을 처음 들어서 그런가 곡을 들을 때마다 코 끝이 시린 겨울이 생각나요. 하지만 겨울보다는 가을에 더 잘 어울리는 곡이라 느꼈죠. 가사에 등장하는 빛이 겨울의 빛보다는 따뜻한 느낌이 들거든요. 겨울에는 햇빛 아래 서있어도 춥지만 가을에는 따뜻하죠. 백현진의 빛은 이런 온도감을 가진 곡이라고 생각해요.
이 곡에서도 재즈 분위기의 사운드가 나와요. 그리고 기타 연주로 시작해서 중간부터 색소폰이 치고 나오죠(어쩌면 난 색소폰에 감정이 잘 휘둘리는 사람일지도). 그리고 푸념 같은 백현진의 목소리와 낭만적이면서도 센치한 멜로디가 나오고요. 모과에 발랄한 느낌이 있었다면 빛은 그렇지 않아요. 푸념 같은 목소리가 센치한 사운드에 겹쳐 마음을 긁어대죠.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빛을 듣고 있는데 가을 타는 느낌이 심하게 오네요. 이 곡은 양손에 건물 사이로 비친 따뜻한 가을 햇살을 한 움큼 담은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리고 이 빛이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 기분. 이제 곧 겨울이 오면 당분간은 따뜻한 햇빛을 보기 힘들어질 테죠. 그래서 지금 서있는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느낌. 내가 움직이면 손에 담은 햇살은 멀어질 테니까요.
곡의 가사에는 햇빛 아래 서있는 좋아하는 이에 대한 내용이 나와요. 모서리에 비친 빛을 보고 고개를 돌리니 태양이 보이고 그 태양 아래 네가 서있다는 가사. 그리고 그 빛이 내 눈과 마음속으로 스며서 머문다는 이야기죠. 가을날 자취방 창문 아래 서있는 연인의 모습이 떠올라요. 그리고 연인이 건물 위 나를 보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죠. 그럼 연인을 감싸고 있는 빛이 내 몸에 스며드는 기분이 느껴지고요. 그래서인지 이 노래를 들으면 가을을 더 타게 되는 것 같네요..
어떠신가요 구독자님? 가을의 낙엽과 쌀쌀함이 마음속으로 들어오시나요? 구독자님이 평소 가을을 타지 않더라도 프로 가을 인간이 되고 싶다면 백현진의 곡을 들어보세요. 제가 좋아하는 곡은 모과와 빛 두 곡이에요. 오늘 소개한 곡은 뉴스레터 하단 추천곡 버튼에 달아놓을테니 부디 즐겨주세요.
이렇게 취향 탐방기를 마쳐볼까 합니다. 혹시 제게 궁금하거나 추천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DM으로 연락 주세요. 다양한 세계와 영역을 같이 탐색해 봐요!
초경량을 구독한 바로 당신!
부디 행복하세요.
∙•∙✽∙✧∙❃∙•∙ ❍ ∙•∙❃∙✧∙✽∙•∙
이번주의 추천곡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