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량
*가볍고 사적인 취향 탐방기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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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hoto by 초경량 (굿바잉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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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초경량 에디터 김지후입니다. 10월 3주차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어느덧 10월 중순이네요. 날이 선선해지니 겉옷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구독자님은 빈티지 마켓을 방문해 보셨나요? 제 겉옷 중에는 빈티지 옷들이 많은데요. 빈티지 의류를 구매한 후 만족했던 적이 많아 가을 옷을 사고 싶어 질 때면 자연스럽게 빈티지 마켓을 떠올리는 것 같아요.
저는 빈티지하면 갈색이 떠올라요. 그런데 이 부분이 가을하고 잘 어울리죠. 어딘가 빈티지와 가을은 잘 맞는 부분이 있달까요. 같이 시들어간다는 느낌도 비슷하고요. 가을 냄새와 빈티지 마켓 냄새는 다르지만요. 빈티지 마켓에 가면 말로 설명하기 힘든 쿰쿰한 냄새가 나요. 먼지 냄새 같으면서도 흙냄새 같은 그런 묘한 냄새가 나죠.
빈티지란 결국 중고. 이 냄새는 아마 오래된 물건에서 나는 냄새일 거에요. 빈티지 마켓이나 가게에 가면 이 냄새가 훅 들어와요. 다른 세계로의 초대랄까요? 새 상품이 잔뜩 걸려있는 패션 브랜드 매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죠. 냄새부터가 세월을 견뎌온 느낌이 가득해요. 덕분에 빈티지 마켓을 다녀오면 손을 필히 씻어야 하죠. 손에 먼지 붙은 느낌이 가득하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저는 빈티지 마켓이 좋아요. 그 이유는 뭐랄까요. 그냥 그 분위기가 좋달까요? 개성 있는 물건이 가득하고 진열방식도 어찌 보면 투박하죠. 그리고 물건 하나하나에 원래 주인과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곳에서 나와 새로운 이야기를 쓰게 될 보물 같은 물건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인 것 같아요.
빈티지 마켓, 특히 동묘 같은 곳을 가면 별의별 물건이 많지만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그 과정을 다양한 제품을 구경한다 생각하고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이건 꼭 사야해..!”싶은 물건이 눈앞에 나타나죠. 그리고 잠시 가격을 고민한 뒤 어쩔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계좌이체를 하고요(빈티지 마켓은 보통 현금만 가능해요).
마치 좁은 골목길에서 발견한 내 취향의 카페나 식당 같은 느낌이랄까요. 내가 직접 발견했고 또 유일한 물건일테니 더 소중하고 애착이 가고요. 빈티지 마켓에서 산 물건은 One of them이 아니라 특별한 존재로 느껴져요. 그 이유는 내가 이 물건을 만나기 위해 공들인 시간과 노력이 있기 때문이겠죠. 아래에는 제가 방문했던 빈티지 마켓에 대해 이야기하려 해요. 쿰쿰한 냄새가 심할지도 모르지만 궁금하시다면 제 손을 잡고 천천히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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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동묘. 사실 처음 가보신 분들은 생각한 것보다 너무 야생이라 놀라실 수도 있어요. 아 참고로 I들의 주말 방문은 추천하지 않아요. 주말에는 어르신들이 동묘에 참 많이 오는데 그 인파가 주말 홍대급이죠. 게다가 도로 위에 상점과 노점이 있어 길도 좁고요. 주말 동묘에 간다면 많은 이와 어깨빵 하며 우애를 나눌 수 있어요.
동묘는 크게 2가지 형식의 상점이 있어요. 하나는 물건을 그냥 야외 바닥에 놓고 파는 노점이고, 다른 하나는 실내 공간에서 물건을 파는 상점이죠. 예상하셨겠지만 노점 물건 가격이 대체적으로 더 싸요. 실내 상점은 주인장의 셀렉 비용이 포함된 경우가 있어서 가격대가 있는 상품도 있고요. 하지만 노점이든 상점이든 열심히 디깅을 하다 보면 단돈 만원에 잇템을 얻어갈 수 있어요(요즘은 물가가 많이 올라 동묘 가격도 비싸졌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대신 좀 많이 둘러봐야 하겠지만요.
동묘에서는 다른 곳에서처럼 행동하다간 쿠사리(?)를 먹을 수도 있어요. 신기한 물건이 있어 만지면 상점 주인이 “사지도 않을 거면서 만지지 마!”라며 호통을 치죠. 그리고 궁금한 걸 물어보면 퉁명스럽게 대답하고요. 물건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기도 하죠. 그들의 언어에는 짜증과 불쾌함이 가득해요(모든 가게가 그렇진 않아요. 주인의 관상을 보고 접근하는 걸 추천해요). 그래서 동묘는 야생이죠. 돈 쓰러 왔다가 욕먹을 수 있는 곳이랄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가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젊은 사장님들이 하는 빈티지 의류 가게도 많고 기가 막힌 아이템을 값싼 가격에 살 수도 있죠. 저는 저번에 긱시크 안경이 사고 싶어서 동묘에 갔다가 마음에 드는걸 3만원에 사 왔어요. 그런데 이 안경이 후루츠에서는 18만원에 팔리고 있었죠(사실 산지 좀 돼서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안 나요. 암튼 겁나 비싸게 팔리고 있었음). 이게 동묘의 맛이랄까요. 대신 마음에 드는 물건을 얻기 위한 품이 많이 들긴 하죠.
그리고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동묘만의 경험도 매력이에요. 길바닥에는 물건이 잔뜩 쌓여있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노점을 가득 메우고 있어요. 그리고 동동주를 슬러시 기계에 넣어서 팔고 사람들의 다양하고 독특한 패션을 볼 수 있죠. 어떠신가요? 신기하긴 한데 동묘는 너무 야생이라고요? 그럼 아래 있는 빈티지 플리마켓이 마음에 드실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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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마켓은 일시적으로 열리는 장터 같은 건데요. 카페나 바, 또는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이 자신들의 공간을 활용해 빈티지 플리마켓을 열기도 하죠. 동묘가 시장이라면 빈티지 플리마켓은 중고장터 같은 느낌이에요. 일종의 벼룩시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죠.
하지만 셀러(플리마켓에 물건을 나와 파는 사람)들의 개성이 담긴 물건들이 담겨있어 벼룩시장처럼 가성비 있는 물건을 사러 가는 느낌과는 달라요. 플리마켓은 사람들의 취향을 들여다보러 가는 느낌이죠. 아 이 사람은 이런 걸 하는구나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이런 빈티지 플리마켓에는 자신이 만든 굿즈를 팔러 나온 사람들도 있어요.
동묘가 물건을 찾으러 가는 거라면 플리마켓은 거기 나온 사람들을 보러 가는 느낌이에요. 더 나아가서는 플리마켓의 분위기를 즐기는 거죠. 사실 재밌고 신기한 물건은 동묘가 더 많아요. 물건의 수도 훨씬 많죠. 다만 동묘에서는 그 분위기를 즐기기가 어려워요. 야생이고 사람도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플리마켓에서는 여유롭게 물건을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플리마켓에서는 물건뿐만 아니라 서로가 가진 취향과 빈티지 정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죠. 빈티지 의류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플리마켓에 가셔도 볼게 많을 거에요. 플리마켓에는 빈티지 의류 셀러가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 그렇다면 빈티지 플리마켓 정보는 어떻게 얻냐고요? 사실 이게 문제에요. 빈티지 플리마켓 정보를 모아서 알려주는 곳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는 두 곳을 추천드릴게요. 한 곳은 1유로프로젝트에요. 이곳에서는 주말마다 7일장을 여는데요. 셀러들이 자신의 중고제품을 가져와서 팔아요. 주기적으로 열리는 곳이니 시간 날 때 방문해 보세요.
두 번째는 치아바타홈이에요. 이곳은 매월 초 플리마켓을 여는 곳인데요. 매달 컨셉을 잡고 플리마켓을 열기 때문에 월초에 빈티지 감성을 낭낭하게 채워놓고 싶다면 방문하는 걸 추천해요. 그리고 다른 플리마켓 정보를 얻는 방법은 디깅 말고는 딱히 없는데요.
평소에 인스타를 둘러보다가 발견한 공간의 내용을 확인해보시는걸 추천드려요. 생각보다 여러 곳에서 플리마켓을 열고 있으니 평소 팔로우하고 있는 공간에서도 진행하고 있을지 몰라요! 끝으로 제가 좋아하는 빈티지 바이브 가득한 곡을 뉴스레터 하단 추천곡 버튼에 달아놓을게요. 부디 즐겨주세요.
이렇게 취향 탐방기를 마쳐볼까 합니다. 혹시 제게 궁금하거나 추천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DM으로 연락 주세요. 다양한 세계와 영역을 같이 탐색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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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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