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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경어터 Jul 02. 2020

책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책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지난달까지 20명의 수강생과 책 쓰기 코칭을 진행하였다. 수업이 마무리될 때쯤 출판 계약을 한 수강생들도 있고, 출판사 투고를 하여 계약을 기다리는 분들도 있다. 반대로 수업을 듣고도 아직도 자신이 어떤 책을 써야 할지에 대한 감을 못 잡은 분들도 있고, 글을 쓰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다.

     

책 쓰는 공식이야 단순하다. 하나의 주제를 선택해서 A4지 120장을 써내면 된다. 그와 관련된 책을 읽어내면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잘 풀어내면 된다. 120장을 써내는 것, 가볍게 표현할 수 있으면서도 막상 듣는 이에게는 무겁게 느껴진다.

하루에 1장씩 써 내려가면 120장을 4개월에 완성할 수 있고, 하루에 2장씩 쓴다고 하면 2개월에 완성할 수 있다. 단순히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는 계산상으로 말이다. 이 과정은 작가로서 하나의 위대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책을 통해 개인이 브랜딩을 위한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위치에서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문제는 120장을 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실습을 통해서 20~30분 정도 글쓰기를 하면 A4지 한 장을 써내는 사람이 있다. 하루에 1시간 정도만 시간을 내더라도 두 장을 충분히 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기가 쉽지 않다.


전업작가가 아닌 이상 자신이 해오던 일들을 계속하면서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쓴다는 것은 만만치 않다. 시간의 여유가 있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가 쉽지 않다. 책을 쓰기 위한 개인적인 감정관리도 필요하다.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부부싸움을 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꼬여있다면 컴퓨터 앞에서 그저 한숨만 나올 것이다. 

    

2014년 <파리 리뷰> 여름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말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6시간 글을 씁니다. 오후에는 10킬로미터를 뛰고 1,500미터를 수영한 후 책을 읽고 음악을 듣다가 밤 9시에 잠이 듭니다. 저는 이런 일상을 조금의 변화도 없이 매일 반복합니다. 반복은 중요합니다. 최면과 같은 겁니다. 더 깊은 내면으로 저를 이끌어줍니다. 하지만 이런 반복적인 생활을 오래 지속하려면 많은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긴 소설을 쓰는 것은 생존 훈련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강인한 체력은 예술적인 감수성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책 쓰기는 천재적인 재능이 아니라 지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윌리엄 개스는 “실제 글쓰기 과정은 그저 자리에 앉아서 똑같은 구닥다리 문장을 쓰고 또 쓰고 또 쓰고 종이를 갈고 또 갈고 또 갈면서 똑같은 구닥다리 내용으로 꽉 채우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글을 쓰면서 고뇌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공감이 되는 말이다.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어수선한지 모른다. 책을 뒤적거리다가 스마트폰을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머리는 몇 번이나 긁고, 몸은 얼마나 이리저리 꼬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어수선하게 하면서도 하나의 글을 완성하면 된다. 이것이 책을 쓰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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