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암수술 후 감사고백④
상처를 통해 진주가 만들어진다. 조개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상처를 받는다. 조개는 상처를 입힌 이물질을 자신의 체액으로 감싸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감싸는 것을 통해 진주가 탄생한다. 상처가 클수록 진주의 아름다움은 커진다. 상처의 크기가 진주의 크기를 결정한다. 견딤의 크기가 아름다움의 크기로 보답하는 것이다.
임파선에 전이된 암 수술은 5시간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전 8시에 수술실에 들어가서 오후 5시 30분이 되어서야 병실로 돌아왔다. 예상시간을 훌쩍 넘어 9시간 수술을 하였다. 수술 범위가 워낙 크다 보니 오래 걸렸다. 오른쪽 귀 아래부터 왼쪽 목까지 25cm가 넘는 상처가 생겼다. 수술부위의 통증도 고통스러웠지만 수술이 끝나고 6시간 동안 금식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전날 자정부터 금식을 하고 있었던 터라 24시간 동안 금식을 하게 된 셈이다.
음식뿐만 아니라 물도 금식이라 입이 마르기 시작했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를 외롭게 걸어가는 듯했다. 끝이 안 보이는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시계를 쳐다보고 있으면 고통이 더 커졌다. 한동안 시계를 쳐다보지 않고 고통을 꽤 참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시계를 쳐다보면 내가 생각한 시간만큼 지나지 않았다. 고통은 좌절로 좌절은 원망으로 원망은 불평으로 이어졌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만 하는가...
어려운 시련은 견딤이 필요하다.
터널 속에 들어온 이상
뒤돌아 볼 수도 없고, 뒤돌아 갈 수도 없습니다.
이곳에 들어온 것을 후회할 수도 없습니다.
빛을 상상하며 묵묵히 전진하면 됩니다.
터널은 절대로 무한하지 않습니다.
아픔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같은 시련을 통과할 때 견디어내기가 쉽지 않다. 끝이 있다는 희망으로 견디었다. 분명히 끝이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어두운 터널이 무한하지 않다고 믿었다. 긴 어두운 터널 속에서 끝에는 빛이 있음을 기대했다. 견딤은 나에게 희망을 전해주었다. 그러기에 감사했다. 내 삶 속에 감사의 제목을 찾기 시작했다. 고통의 터널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감사뿐이었다.
테러, 국가 반란죄로 '종신형'에 처한 남자가 있다. 누구도 살아 나올 수 없다는 로벤 섬 감옥에서 갇혔다. 그 남자는 ‘46664’라는 죄수번호를 받고 세상이 완전히 그를 잊도록 정부는 모든 언론을 통재한다. 이름이 없는 채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감옥 안에서도 불평등한 대우를 거부하자 그는 '독방'에 갇힌다. 46세에 살인적인 중노동에 시달리고 간수들에게 언어폭력을 당한다. 언젠가는 자유인으로 살아갈 것을 기대하지만, 동료들은 석방되었고, 세상을 떠나는 동료들도 있었다. 심지어 어머니와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듣는다.
나를 뒤덮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 어떤 신이든, 신께 감사하노라
내게 정복당하지 않은 영혼을 주셨음을..."
흑인들의 인권을 찾기 위해 싸운 넬슨 만델라의 고백이다. 그는 27년 동안 감옥생활에서 1만 번의 낮과 1만 번의 밤을 보내면서 끊임없이 감사의 시를 되새겼다.
한 평도 되지 않는 작은 감방에서 편지를 쓰면서 정부의 ‘인종 차별 정책’의 부당함을 전 세계에 알렸다. 유엔 가입국들은 남아공 정부와 교역을 끊기 시작하였고, 1990년 ‘인종 차별 정책’이 폐지되었다. 그는 27년 만에 감옥에서 나와 1993년 노벨 평화상을 받고, 그다음 해에 남아공 최초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
어느 날, 이스라엘 왕 다윗은 반지가 하나 갖고 싶었다. 반지 세공사를 불러 그에게 말했다.
"나를 위한 반지를 하나 만들되, 내가 승리를 거두어도 교만하지 않도록 인도하고, 절망에 빠지더라도 용기를 내어 이겨낼 수 있는 글귀를 넣어라."
세공사는 반지를 만든 후, 어떤 글귀를 넣을지 계속 생각했지만 좀처럼 적절한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다윗의 아들인 지혜의 왕 솔로몬을 찾아가 의견을 물었다. 솔로몬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유태인들은 훗날 이 구절을 붙잡고 인내하며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잔혹했던 나치의 학살을 이겨냈다.
견딤의 과정은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 견딤이 있어야 열매가 있다. 조개는 상처를 통해 진주를 낳는다. 지금 앞이 캄캄한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고 있는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솔로몬의 반지를 기억하며 조금만 더 견디어라. 힘들어도 감사하며 견디어라. 견딤의 끝에는 반드시 빛이 기다리고 있다.
불은 금으로 태어나기 위한 시험입니다. 시련은 강한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한 관문입니다.” - 마사 그레이엄 무용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