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환경콘서트 RePLAY
지난 6월 24일 일요일, 환경재단과 MBC FM4U가 함께한 <2018 환경콘서트 RePLAY> 공연이 열렸다.
배철수 선생님이 진행을 맡아주신 가운데,
①송소희와 두 번째 달의 매화타령, 태평가, 오돌또기
②스텔라장과 긱스의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It's raining, Officially missing you
③김제동의 일어나
④유키구라모토의 Meditation, Lake Louise, Romance, Cordiality
⑤박정현의 You mean everything to me, Vincent, 같은 우산, 꿈에
무대가 이어지며 한여름밤의 3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출연진의 라인업과 무대도 질적으로 높았고 배철수 선생님의 진행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에서 가장 훌륭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콘서트 장소를 문화비축기지로 선정했다는 점이다.
문화비축기지는 과거 석유비축기지로 불렸으며 1973년 1차 석유파동 이후, 석유값이 폭등할 것을 대비하여 서울시에서 1976~1978년에 건설한 민수용 유류저장시설이다. 총 6,907만 리터, 당시 서울 시민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석유를 보관하던 대규모 시설이었던 마포석유비축기지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면서, 2000년 12월 폐쇄되었다.
10여 년이 흐른 뒤 2013년, 폐쇄되었던 석유비축기지를 새롭게 공원으로 재단장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만약 일반적인 공원들처럼 문화비축기지도 기존 시설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안착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면 폐콘크리트, 폐아스콘으로 대표되는 건설폐기물 매립과 환경호르몬이 포함된 침출수에 의한 토질/수질오염, 철거와 매립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에 의한 대기오염까지 환경에 많은 악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3년도부터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여 시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였고, 2017년 유류저장시설의 내외장재 등 기존 자원들을 재활용하며 그 가치를 향상하는 업사이클(Upcycle) 건축물로, 도시재생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문화비축기지를 일궈냈다.
이처럼 문화비축기지는 그 탄생부터 친환경과 결을 같이하기에, '환경보호'라는 주제를 갖고 기획했던 콘서트, 'RePLAY' 를 담기에 너무나 적합한 그릇이었다고 생각한다.
인자기 급의 완벽한 위치, 장소 선정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콘서트에서 딱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
그거슨 바로 라인업!!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글쓴양반, 좀 전엔 출연진의 퀄리티가 높았다고 해놓고선!)
물론 가수 면면의 실력이나 음악성은 의심할 바가 없지만, 환경콘서트라는 취지에 어울리는 라인업, 선곡이었을까? 가수분들은 대부분 (환경보호와는 상관이 없는) 자신의 최신곡이나 히트곡들을 불렀고,
공연 중간중간 배철수 선생님과 가수분들이 환경문제에 관한 멘트들을 한 번씩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지만, 오히려 문제에 대해 진지하지 않고 가볍게 대답하는 것처럼 보여 콘서트 자체가 전하는 의미가 조금 퇴색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기에 차라리 '4210301'이나 '적(敵) 녹색 인생'을 부른 015B를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I found him dead this morning you know why?
Cause he drank spoiled rain from the sky we live under.
How do you think about this, friend?
Tell me where the world is going toward, please.
- 015B의 '4210301' 中 -
깔끔한 식당에선 언제나 일회용 컵 일회용 젓가락만 쓰려하고 문화인이란 음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우리가 내던진 많은 무관심과 이기심 속에 이제는 더 이상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없잖아
- 015B의 '적(敵) 녹색 인생' 中 -
산성비나 대기 오염, 쓰레기 문제 등을 주제로 노래했던 015B가 환경콘서트에서 그 노래들을 불러주었다면 콘서트의 취지가 더 드러나지 않았을까.
최소 이선희 선생님과, 엑소 첸백시가 불렀던 아름다운 강산만 되었어도 환경보호라는 의미가 살아났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코 사심 가득 엑소가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라디오 방송이 환경보호와 닮았다고.
소리로만 전달되는 라디오 방송은, TV나 인터넷 등 소리가 화면과 함께 전달되는 콘텐츠들에 비해 조금은 덜친절하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때문에 라디오가 갖는 '라디오만의 매력'도 분명하다. 담백함과 진솔함이다. 영상매체에 비해 덜자극적이고, 장면 장면을 상상하며 들으려면 보다 신중하게 집중하며 매체를 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텀블러나 손수건처럼) 불편하지만, 담백하고 진솔한 대화. 그것이 라디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환경보호라는 메시지도 라디오를 통해 방송될 때, 더 진솔하게 전달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게다가, TV보다는 라디오가 전력 소모량도 훨씬 적은 친환경 매체다.)
끝으로, <2018 환경콘서트 RePLAY>를 듣고 사람들의 마음에 감화가 일어, 서울 밤하늘이 다시금 별빛으로 가득 수 놓일 깨끗한 그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