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해드립니다.
관찰 예능이 대세다.
여길 틀어도 관찰, 저길 틀어도 관찰이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 그들의 화려한 무대 속 모습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 친근하고 인간다운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는 욕구에 힘입어, 관찰 예능은 방송계를 휩쓸며 몇 년째, 예능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MBC만 하더라도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이불 밖은 위험해> 등이 예능계를 이끌었고, <전지적 참견 시점>, <나 혼자 산다>가 MBC 현재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만 봐도, 관찰 예능의 인기가 최소 몇 년은 더 이어지지 않을까 예상된다.
관찰 예능의 가장 중요한 인기 요소는 리얼함이다. 연예인/공인들의 실제 삶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제작진은, 본인들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출연진들에게 상황만 던져준 후, 미리 설치된 무인카메라들로 그들이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담아낸다.
연예인들의 삶이 관찰 예능이라는 형식 아래 TV 속에 날것으로 담기고, 시청자들은 그 생생함에 환호한다.
현대인들은 바쁘다.
맛있는 것들을 먹으러 전국을 떠돌기도, 플레이타임이 긴 게임의 엔딩을 보는 것도, 머나먼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모든 것들을 직접 수행하며 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이러한 현대인들의 욕구를 대변해주는 프로그램들이 먹방, 겜방, 여행 방송 등의 프로그램들이다.
이영자 씨가 전국을 떠돌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김성주 씨가 자녀들과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인터넷 플랫폼 방송의 BJ들이 음식을 먹거나 게임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모두 바쁜 현대인들의 대리만족의 한 가지 방안이다. 요즘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마치 대신맨처럼 현대인의 간지러운 부분들을 긁어주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대신해주기를 통한 대리만족'의 최종 진화 형태가 대신 TV 시청해주기라고 생각한다.
대신 TV 시청해주기??
뭔 소린가 싶겠지만, 이미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출연진들이 프로그램을 모니터 하고, 웃고 떠들며 '참견'하는 모습을 함께 담아내는 방법으로 말이다.
때문에, (나처럼) 별생각 없이 TV를 시청하는 사람들도, 방송을 보며 어떤 타이밍에 웃어야 할지, 어떤 부분을 집중해서 시청해야 할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들이 웃음 포인트도, 감동포인트도 대신 짚어주기 때문이다.
유튜브상에서 리뷰 영상이나 리액션 영상이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본 후의 생각과 느낌들을 다른 사람들이 대신해주는 것, 대신 TV 시청해주기의 한 형태라 생각한다.
관찰 예능계는 관찰자를 관찰하는 형태로 특이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이상 뭘 관찰할 수 있을까.
다음 예능계는 새로운 관찰대상을 찾아내는 방향으로 변해갈까, 관찰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새로운 형식을 찾아내는 방향으로 변해갈까.
5년 뒤의 예능프로그램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