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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Mar 20. 2016

사랑하고 있나요

혹시 취향과 사랑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나요

"사람 좋아 보이는데 만나보는 게 어때요?"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근데 키가 작아서 싫어"
"키가 얼마나 돼야 해요?"
"180은 넘어야지~ 우리 오빠도 180 넘는데~"
"그렇구나..."
"어제 소개팅을 했는데,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어디가 좀 부족해~"
"어디가 부족한 것 같아?"
"그래도 학벌이 좀 되야지~"
"그렇구나..."

사람들은 종종 사랑과 취향을 혼동한다.

사랑은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그것을 고르는 것 이상의 아름다운 선택이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혹은 영화를 고르듯이 내가 정해놓은 어떤 대상을 고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그 무엇이다.


사랑은 내 욕망의 대상에 대한 선호의 표출이 아니라,
두 영혼 간의 연합이며 두 인격 간의 교류이다.


흔히, 사람들은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나의 그 대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지도 결혼하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180 넘는 남자가, 혹은 학벌이 좀 되는 대상이 나타났다면 그들이 그 대상을 진짜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다음에는 또 다른 조건이 그 대상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람과 사랑하고 또 결혼을 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자신의 기대가 부서지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나 역시 결혼 전 취향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 취향이라는 것이 참으로 독특하여 눈이 부리부리하게 생겨서 쌍꺼풀이 있는 남자가 아니면 끌리지를 않았다. 그러나 사랑을 하면서 그와는 정반대로 생긴 남자를 만났는데도 그 작디작은 눈이 전혀 상관이 없어졌다.


사랑은 내 취향에 맞는 누군가를 나의 만족감을 위해 내 옆에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상처받도록 나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 용기이며, 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될 수 있도록 나의 마음을 열어두는 행위이다. 누군가 나의 마음의 문을 두드렸을 때 내 취향이 아니지만 그의 존재를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사랑의 행위이다.


사랑에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취향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찾아온 존재를 자신의 곁에 머물도록 할 것이며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 줄 것이다. 어쩌면 사랑할 대상이 내게 찾아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참된 사랑의 가치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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