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묘한 사람들을 만난다. 누군가에게 함부로 대우받고 있으면서도 그 자리를 좀처럼 떠나지 않는 사람. 왜 그런 대우를 받느냐는 물음에 멋쩍게 웃고, “괜찮아, 그 사람도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었어”라며 대화를 돌리는 사람. 이상하게도 스스로를 가장 가혹하게 대하면서, 타인에게는 너무도 너그러워지는 사람들. 타인의 공격이나 냉대에 노출되기를 마치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이들.
피학적 성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내면의 풍경은 겉보기엔 이해하기 어렵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통이란 낡은 담요를 꼭 쥔 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 담요는 따뜻하지도 않고 위로를 주지도 않지만, 유일하게 ‘익숙하다’. 익숙한 고통은 낯선 자유보다 안전하게 느껴진다. 어렸을 때부터 배운 감정의 언어가 고통이었다면, 그 사람에게는 사랑조차도 고통을 통해서만 번역된다.
종종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함으로써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 헌신은 대개 균형을 잃고 일방적이다. 이들은 갈등을 피하고자 스스로를 억누르며 상대방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인다. 회사에서 늘 가장 힘든 업무를 맡는 직원, 연인 관계에서 언제나 사과하고 맞춰주는 파트너, 친구들 사이에서 늘 자신의 이야기를 감추고 들어주는 사람. 이들의 행동은 겉보기에는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는 자신을 희생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또한 누군가의 학대와 폭력을 참는 것은 자신의 고통, 나쁜 상대를 타인들에게 고발하는 역할도 한다. 나의 고통과 상처가 더 깊어지는 줄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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