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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시집가던 날

by 요술램프 예미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에서 나는 주인공이나 주인공의 남자친구 혹은 로맨스와 서스펜스와 조합 같은 이야기의 구성보다 주인공 아들이었던 필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이름이 곧 드라마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이름이 뭐였는지 잠시 잠깐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때도 허다한데 주인공의 아들 이름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나는 건 그 아이가 단순히 드라마의 캐럭터로 다가와서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곧 결혼할 것만 같은 엄마에게 버림받느니, 모델 아줌마와 이미 결혼해서 살고 있는 아빠한테 붙는 게 차라리 낫겠다며 아빠를 따라나서던 필구는 울려고 하는 엄마를 나무라며 세상 쿨한 척을 한다. 그러고는 엄마가 보이지 않게 되자 눈물을 터뜨리며 서럽게 말한다.


“다 결혼만 해, 왜 나만 두고 다 결혼만 해. 무슨 엄마 아빠가 다 결혼만 해”



급격한 환경의 변화로 인한 불안정감과 불안함, 나만 보던 엄마의 시선이 이제 다른 아저씨에게로 향하던 모습을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꼈을 배신감. 부모가 모두 나를 떠난다는 절망감. 너무 무서워서 울음을 꾹꾹 눌러왔을 마음. 마음 놓고 아무런 표현도 못했을 외로움. 어리지만 오히려 엄마를 지켜야 했던 무거움. 필구는 그야말로 발달 트라우마의 대부분을 겪고 있었는데 먼 훗날 이를 잘 치유하면서 살았을지 괜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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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우관. "상처의 흔적들을 유배시키기 위해, 무용이 유용이 될 때까지 쓰고 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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