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방송되었던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핀란드 사람들이 정류장에 서 있는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 마치 가로수처럼 사람들이 띄엄띄엄 서 있는 그 사진을 보며 출연자들은 박장대소를 했다. 그 모습이 흥미로워서 관련 자료를 찾다가 핀란드인들에 관한 영상을 봤다. 그들은 버스를 기다릴 때도 타인의 옆에 가지 않지만, 버스에 탄 이후에도 두 칸짜리 자리에 이미 한 사람이 앉아 있다면 다음에 타는 사람은 절대 그 옆에 앉지 않았다. 뒷사람이 붙는 것이 싫어서 앞쪽으로 이동하면 뒷사람이 내가 이동한 만큼 바짝 붙거나 지하철이나 버스의 좌석이 이미 꽉 찬 상태에도 굳이 자리를 만들려고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고,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핀란드로의 이민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 모습은 단순히 줄 서기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불편하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는 그들의 전반적인 문화 같아서였다.
사람마다 관계에 있어서 자신만의 경계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선이 조금 더 짧고, 누군가는 훨씬 더 길다.사람들마다 경계가 일정하다면 갈등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문제는 이 다름에서 비롯되곤 한다. 누군가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정보를 모두 오픈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몇 년이 지나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기도 하니까. 상대가 이 경계를 잘 지켜주고 내가 원할 때가 되어서야 나에게 다가오고, 멀리 있어야 할 땐 알아서 멀리 있어주면 좋겠지만 상대 역시 자신의 기준대로 움직이고 있는 중일테니, 이 간극을 좁히기 힘들 때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혼자서 고립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불안정 회피 애착의 유형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이 경계의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내가 사랑받고 관심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부확실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다가와줬으면 싶지만 막상 가까이 오면 나를 알게 될까봐, 숨겨진 내 모습을 알고서 실망하여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환승연애도 잦다. 상대가 가까워지려고 하거나 멀어질 것 같으면 다른 대비를 하고, 그 대비가 되면 언제든 상대를 버리거나 떠날 수도 있다. 이는 혼자가 된다는 두려움과 사랑을 상실할 것에 대한 두려움의 합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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