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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Apr 11. 2016

나는 이미 시를 짓는 시인이므로

시인에게 화이팅을 보내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지 3주 정도 되었다.


글을 쓰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면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지난 달에야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작가라는 말에 혼자서 흥분해서는 작가신청을 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이틀 후에 받고선 어떤 글을 쓸까 셀레면서 마음은 이미 책을 수 권도 더 낸 작가가 되어 있었다.


남편에게 "이제 한계가 온 것 같아"라고 말하며 육아의 한계점에 다다른 것만 같은 나에게 브런치는 사막 가운데 떡 하니 놓여있는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글을 올릴 때마다 내 글을 읽어주고 반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단절된 세계에 살다가 누군가 손을 내밀며 같이 놀자고 하는 것만 같아 신이 났다.


오랜 고시생활을 접고 일을 시작하면서 한 동안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여 책 속으로 숨었던 적이 있다. 책 속에 숨어 있으면 세상의 스트레스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안에서만 온전히 안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 만족했을 때는 스트레스는 풀려도 기쁨은 없었다. 글을 쓰는 지금 이상하리만치 기쁜 이유는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어느 것에 중독되는 것이 사람들에게 현실의 힘겨움을 잊게 해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만 잠시 해 봤다. 


사람 냄새가 나서 좋아
글보다 사람이 먼저인 곳이 더 좋아

이 곳 브런치가 단순히 글만 올리는 곳이었다면 지레 지쳐버렸을 거다. 그런데 이 곳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애정어린 관심들이 있었고, 응원들도 넘쳐났고, 소통들이 있었다. 

가끔 백 단위, 천 단위의 구독자를 보유한 작가님들의 브런치를 보며 법접할 수 없는 그 단위수에 한숨이 새어나올 때가 있었다. 나도 언젠가 저 정도까지 될 수나 있을까,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었네... 내 글과 시가 참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런데, 수 천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작가님들의 관심 작가 수는 1인 분들이 많았다. 그것도 브런치팀. 그 중엔 심지어 0인 사람도 보았다. 

그래, 이 곳은 자신의 글을 쓰기 위함이 1차적인 목적인 곳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 곳은 너무 삭막해 보여 두 번 다시 찾고 싶지는 않았다. 찾지도 않았다. 글이 아무리 좋고, 표현력이 아무리 놀라워도 그런 삭막한 곳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지쳐버린 몸이지만 마음만은 촉촉해


가끔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 받고 싶을 때가 있다. 너무 지쳐서 나 좀 봐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막상 주위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기 위해 무언가를 말하고 싶고, 카스나 페이스북에 무언가를 적고싶은 생각이 들 때 곁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위로받는 것이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는 함께 살아가므로 시기의 대상도, 질투의 대상도 될 수 있으며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그의 불행이 어쩌면 그 만의 것이어서 다행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


진정한 위로는 나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글을 쓰면서 마음이 촉촉해지고 위로받고 있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내가 요즘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스스로 신기하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역할을 해야 하고, 공부도 하고 있고 또 일도 하고 있고. 그렇게 지쳐버린 것밖에 없는 것 같았는데, 글을 쓰면서 생동감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춤추는 것보다 재미있어

"글쓰는 거 재미있어?'
"응~ 춤추는 것보다 재미있어~"
애를 낳아도 죽지 않는 유연성을 보고 계십니다~^^


처음에 구독자가 늘어나는 것이 마냥 좋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구독자를 신경쓰기 시작하니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점점 퇘색돼버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구독자가 쉰 명만 돼도 좋겠다 했는데  쉰 명이 채워지니 언제 백 단위가 될까를 신경쓰는 내 모습을 보며 문득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렇게 재미있던 글 쓰기, 시 쓰기가 더 이상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위해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춤을 출 때면 내가 살아있는 것 같고 자유롭다. 나의 처음 글 쓰기도 내가 살아있고 자유로웠다. 춤 추는 것보다 더 재미있었다. 이 글을 씀은 그렇게 자유롭고도 살아있는 나를 발견했던 마음을 잃지 않기를 다짐하기 위해서이다.


이제 3주밖에 안 되었는데, 마치 3년의 시간을 이 곳에 쏟은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더 많은 수고와 열정을 여기에 쏟아부을지도 모른다. 

전공하고 있는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 취업에 관련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시인이기를 소망한다. 그 모든 이야기들을 나중에 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시인이 되어야겠다.


그저 나를 잃지 않고, 다른 무엇에 압도되지 않고 순수하게 글을 쓰는, 글쟁이가 또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미사여구를 썩은 화려한 문장에는 소질이 없다. 그런 문장을 만날 때마다 감탄하지만 앞 뒤를 오가며 무슨 말인지 몰라 다시 읽어야 하는 글이 읽는 이와 함께 걸어갈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시도 가장 읽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식인들의 특히 글쟁이의 허세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뛸 듯이 기뻤던 그 순간을, 소통이 가득한 순간순간들을 잊지 말아야지....

내 안에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심을 잃지 말아야지...


나는 이미 시를 짓는 시인이므로
감히 내 이름 앞에 시인 두 글자를 붙인다
인생 가장 잘 나온 사진을 보고 게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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