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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Apr 28. 2016

새로움 앞에만 서면 어색한 나

다들 그런 거 아냐? 나만 그런 거야?

이제서야 한숨 돌린다. 

어제까지 중간고사를 보느라 브런치를 일주일동안 거의 끊고 지냈다. 나의 휴대전화는 브런치의 앱도 허락하지 않는 옛날 기종이라 PC나 노트북을 켜야만 접속을 할 수 있다.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전화에 코 박고 있을 일은 없으니.


옛 것을 버리는 것이 내겐 참 힘든 일이다. 남편은 제발 휴대전화 좀 바꾸라고 하는데, 고장나서 돌아가지 않게 되기 전까지는 별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비단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익숙해져 있는 것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환경들을 버리고 바꾸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 가방도 하나를 사면 떨어져서 못 들고 다닐 때까지 주구장창 그 하나만 메고 다닌다. 다른 여자들은 이 가방 저 가방 때에 맞게, 옷에 맞게 몇 가지씩 두고선 메고 다니는데 신랑이 답답해서 제발 가방 하나, 백 하나 사라고 할 정도로 그런 것에, 새로운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모험심이 부족해 새로운 환경에 대한 공포도 심하다. 그래서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되는 여행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여행을 해 본적이 거의 없어서 내가 그걸 좋아하는지 어떤지도 잘 모른다.


새로운 만남도 다를 바가 없다. 새로운 만남에 영 익숙지 않아서 새로운 만남들을 만드는 것이 꺼려질 때도 있다. 뭔가 어색하고 노력해야 하는 상황들이 부담스럽다. 특히나 서로 친하지 않아서 겉도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 땐 그 자리가 너무 불편해서 그냥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든다. 



어느 날, 여자들만 모여 있는 자리가 있었다. 다들 그냥 아줌마들이니 하는 이야기라고는 아이들 이야기가 전부였던 그런 자리였다. 그런데 아이들 이야기보다 더 참기 힘든 것이 쇼핑과 가방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그 날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시간이 한 시간 반정도 되었을까... 앉아 있는 내내 가방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 끼어들고 싶은 마음도 할 말도 없어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 시간이 정말 지루하고 시간이 아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정말이지 난 왜 가방에 대해 그리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지, 나눌 것이 있는지 의아하기만 했다. 생각해 보니, 서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끼리는, 서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는 관계에서는 그런 이야기밖에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일수도 있겠더라.


새로운 만남들 앞에서는 또 자꾸만 나를 꾸미게 된다. 그냥 이상하게 그렇게 된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것이겠지. 그냥 무난한 사람으로 보여 그 사람 마음에 빗장을 치고 싶지 않아서겠지. 그런 노력들이 안쓰러워 가끔 한숨도 나온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것들,
새로운 관계는 힘든 것일까...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도, 그 당연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끔 버거워 그냥 가진 거나 잘 지키자 안주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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