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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May 07. 2016

나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꼬임과 엉킴이 풀릴 수 있을까

"이 동네 사람들은 이상하게 너무 친절해~ 원래 사람들은 그렇게 친절한 건가? 너무 이상하지 않아? "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결혼해서 이사를 오면서 이 동네 사람들이 무척 친절한 것이 너무 이상하였다. 신림동에 오랜 기간 살았지만 그 동네는 불친절함이 일상다반사였다. 마트를 가도 심지어 병원을 가도 불친절한 사람들이 많았다. 고시생이 대부분이고 못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렇게 대해도 된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더 좋은(?) 동네로 이사를 왔더니 이 동네는 사람들이 죄다 친절해서 익숙지가 않았다. 마트를 가면 임신했으니 예쁜 것을 먹어야 한다며 예쁜 것을 골라 챙겨주는 아주머니가 있었고, 병원을 갔더니 웃으며 상냥하게 대하는 의사선생님이 있었다. 몇 년 이 동네에 살다보니, 이제는 불친절함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처음에 그런 친절을 받았을 때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어색하였고 그게 이상하기까지 하였다. 난 친절에 별로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던 거다. 누군가가 친절을 베풀면 그게 그냥 자연스럽게 와닿았던 것이 아니라 그게 너무 어색해서 오히려 그 사람과 거리를 두게 되었던 것 같다. 뭔가 속에 다른 생각이 있는 것만 같고 그게 그냥 순수하게 친절로만 보이지 않았었다. 


칭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나를 칭찬하면 그게 진심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부끄러웠고, 심지어 나를 지금 창피하게 하자는 심보인가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이 누나 예쁘지? 우리 교회에서 제일 예쁜 자매야~"


어떤 언니가 누군가에게 나를 이렇게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 전까지 내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서 그 말이 그냥 나를 놀리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순간 표정이 굳어졌었다. '이 정도 얼굴이 예쁜 거면 이 교회 수준 알 만하군' 이렇게 상대가 생각할 거라고, 혀를 끌끌 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언니의 마음은 진심이었고, 심지어 나를 부러워하고 있기까지 했다. 나같은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에 대한 그 언니의 특별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또 미의 기준은 다양한 차원의 것이기도 하니까.


지금도 여전히 나에 대해 누군가가 칭찬을 하는 것이 익숙지가 않다. 얼마나 배배 꼬여버린 마음들의 뒤엉킴인지.


누군가에게 친절을 받을 준비, 칭찬을 고맙게 받아들일 마음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찢겼던 적이 많았던 사람은 그냥 찢어지는게 당연한 것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받는 것이 익숙지 않으니 주는 것도 익숙지 않은 게 또 당연하다.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먼저 보고 다른 나쁜 점들을 그 좋은 점들로 가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나같은 사람은 나쁜 점을 먼저 보고 그 나쁜 점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면 곁에 두고 아니면 친할 기회조차 만들지 않는다.


이런 꼬임과 엉킴들은 그 옛날 나의 모든 과거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해주고, 또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고... 이런 것들이 나와는 요원한 것만 같아 노력하지도 않았었다. 


꼬인 것들을 하나씩 풀려고 하면 다리도 저려오고, 머리도 아파온다. 그래서 싹둑 가위로 잘라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 것이다. 평생 걸려도 결국 풀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번 찾아보아야겠다. 그 엉킴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이제는 나를 보고 배우는 누군가들이 생겼다.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물려줄 것인가 생각해보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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