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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Apr 19. 2016

방문을 걸어 잠그고

마음을 닫고 산다는 건...

내가 가장 어렸을 때

나는 그저 보이지 않는 점이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시퍼런 색을 훈장처럼 눈두덩이에 새겨 넣었다.

내가 가장 청춘이었을 때

상처받을까 두려워 밖으로 나가지 못하였다.     


문고리가 작아 문을 열고 나오지 못한 채

내 작은 마음 안에 갇히었다.  

   

떨어지는 빗방울에 맞아 죽을까

불어오는 비바람에 얼어 죽을까

좁디좁은 방 안에 홀로 갇히었다.     


마침내 방 문은 닫힌 채

끝끝내 열릴 줄 몰랐다.     


이제는 안전하다.




"나는 너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는데, 넌 네 얘기는 하나도 하지를 않아... 너무 섭섭하다..."


예전에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걸 섭섭해해주니 참 고마운 일이었지요.

그런데, 강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들었던 사람은 남에게 자신의 고민을 얘기하기가 힘든 법이에요. 자신의 고민과 상처를 보이는 것은 나보다 더 강한 누군가에게나 할 수 있는 것이었거든요.


그리고 어떤 친구에게 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얘기가 그 만의 것이 아니라 전체의 것이 되어 모두가 알게 된 적이 있었어요. 그 친구가 입이 무겁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늦어버렸던 거였죠. 자기 입이 그렇다는 것을 알기에 본인도 진짜 비밀은 남한테 얘기 안 한다고 하더군요. 


살면서 그런 경험들 한 번쯤 하게 되잖아요. 믿었던 누군가가 내 비밀을 폭로해버리는 그런 경험... 그런 일이 있으면 더더욱 입을 닫아 버리게 되죠. 다른 사람의 입을 믿지 못 해 말하지 못하게 된다는 건 조금은 슬픈 일이에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폭로해 버리고 싶은 욕구가 있으니 어쩌겠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끝끝내 숲에라도 가서 외쳐야 속이 풀리니 말이에요.


누군가에게 마음을 보이는 일... 자칫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상대편은 그 무거운 이야기에 숨 막혀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죠.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 내 고민을 털어놓는 것보다 더 쉽고, 누군가의 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내 비밀을 지켜내는 것보다 더 쉬울 때 나는 왜 항상 이렇게 해우소 같은 역할만 하고 있나 자괴감이 밀려들 때도 있고요. 


그 모든 걸 단절시켜 버리고 싶은 욕구가 밀려들 때도 있지만,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 자신을 어쩌겠어요. 그냥 남의 이야기나 들어주며 지낼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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