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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Apr 13. 2016

사랑할 수 있었을까

빗 속의 너와 나 

너는 가고 

나는 오고     


네가 사랑을 말할 때

나는 사랑을 믿지 않았고

내가 영원을 말할 때

너는 나를 믿지 않았지.     


그 날 빗 속에서 우산을 나누어 쓰지 않았더라면

그 날 네가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그 날 너에게 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사랑할 수도 있었을까

더 사랑할 수 있었을까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는 것밖에

더 이상 남지 않아

단 한 줄 쓸 것조차 없는 너와 나.     


이 소리 없는 눈물에

이 바닥 없는 슬픔에 

건배.





사랑과 이별과 그에 따라오는 슬픔... 가장 좋은 시의 소재인데, 이제는 그런 아픈 사랑을 할 수는 없기에. 

그 옛날 아팠던 사랑을 떠올려 보며 그때의 나로,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가 보지만 완벽히 그때의 감정일 수는 없겠지요. 


뜨겁게 누군가를 사랑할 때, 뜻 모를 이별로 마음 아플 때 시를 쓸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움만 남습니다. 그때는 시를 지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할 때였기에...


그런 사랑에 마음 설레고 또 마음 아프고 그래서 시로 남길 수밖에 없는 작가님들의 시가 문득 부러워집니다. 


손에 잡힐 듯 멀리 있는 과거가 아닌 것 같은데, 감정은 아주 멀리 선 채 마치 다른 사람의 노래를 하듯 노래를 불러 봐요. 마침 비도 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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