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의 너와 나
너는 가고
나는 오고
네가 사랑을 말할 때
나는 사랑을 믿지 않았고
내가 영원을 말할 때
너는 나를 믿지 않았지.
그 날 빗 속에서 우산을 나누어 쓰지 않았더라면
그 날 네가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그 날 너에게 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사랑할 수도 있었을까
더 사랑할 수 있었을까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는 것밖에
더 이상 남지 않아
단 한 줄 쓸 것조차 없는 너와 나.
이 소리 없는 눈물에
이 바닥 없는 슬픔에
건배.
사랑과 이별과 그에 따라오는 슬픔... 가장 좋은 시의 소재인데, 이제는 그런 아픈 사랑을 할 수는 없기에.
그 옛날 아팠던 사랑을 떠올려 보며 그때의 나로,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가 보지만 완벽히 그때의 감정일 수는 없겠지요.
뜨겁게 누군가를 사랑할 때, 뜻 모를 이별로 마음 아플 때 시를 쓸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움만 남습니다. 그때는 시를 지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할 때였기에...
그런 사랑에 마음 설레고 또 마음 아프고 그래서 시로 남길 수밖에 없는 작가님들의 시가 문득 부러워집니다.
손에 잡힐 듯 멀리 있는 과거가 아닌 것 같은데, 감정은 아주 멀리 선 채 마치 다른 사람의 노래를 하듯 노래를 불러 봐요. 마침 비도 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