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한 나의 마음과 너무 비교되게
구직자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클리닉 해 주려고 파일을 열었다가 파일을 그만 닫아 버렸다. 이 따위를 자기소개서라고 써놨나 싶어서, 도대체 취업을 하겠다는 간절함이라고는 단 1%도 찾아볼 수 없는 무의미한 글들을 할 수만 있다면 휴지통에 넣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조용히 왼쪽 마우스만 클릭해 버리고 만다. 뭔가 세게 닫을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신경질나는 전화를 끊을 때 그 옛날 폴더폰을 세차게 닫아버리는 그 묘한 후련함같은.
괜스레 짜증이 밀려드는 그런 날이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아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짜증이 밀려드는 것처럼 그렇게 짜증이 밀려드는 날이 있다.
바깥은 저렇게 화창하고 눈 부시기까지 한데, 내 마음엔 차디 찬 바람이 분다. 조금 전까지는 분명 따뜻한 봄이었는데 금새 겨울이 되어 버렸다. 감정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무기력하게 돌고돌아 멍해져있는 그런 기분이다.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 사람, 가족도 많고 친구들도 많은 사람은 행복할까? 글을 쓰는데 그 글을 누군가들이 많이 읽어주고 또 구독자를 많이 보유한 작가들은 행복할까?
오늘은 그냥 '행복하니?'하고 묻고싶어지는 날이다. 괜스레 까닭 없이 눈물이 흐른다. 날씨가 너무 밝고 따뜻하다...
아이를 때렸다. 몹시 심하게 때렸다. 순간 나는 아비가 되었고, 아이는 내가 되었다. 내가 울고 있었다. 가끔, 아이에게서 싫은 나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모습, 관심받고 싶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기웃거리는 모습... 싫은 나의 모습들 중 가장 싫은 나의 모습을 아이가 닮은 것 같아 그 모습이 몹시도 보기 싫을 때가 있다. 그 모습을 감싸주어야 하는데 되려 외면해 버리곤 한다. 장난이 심했던 그러면서도 너무나도 해맑고 순수하기만 했던, 그래서 더 상처받았던 지난 날의 나를 안아주고 싶은데, 그냥 무심한 시선만 던져버렸다. 우는 아이를 달래주지 않았다. 나는 아이를 때렸던 것이 아니라 나를 때리고 있었다. 온 힘을 다 해 나를 때리고 또 때렸다. 손이 아파올 때까지...
봄과 겨울은 수시로 그렇게 찾아온다.
냉랭한 공기에 온 몸이 시려와 이불을 얼굴까지 덮었다.
바깥은 저렇게나 따뜻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