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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Jun 21. 2016

무엇에는 무엇도 없다

무엇을 하면 재미있고 행복할 것 같아도 무엇에는 아무 것도 없다

사색과 사유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활동으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순간
허무함의 노예가 되기 십상이다.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채 시간에 쫓기는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 바쁘지만 내가 왜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달리고 있는지, 달려야만 하는지
내가 왜 살고 있는지 모른 채...  

여행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이런저런 활동들을 그때그때 찍어 보여준다.
사람들은 당장은 그런 것들을 부러워하겠지.
그런 관심들이 지금 당장은 좋겠지.

관계는 사라지고 관심만이 가득한 시간들은
곧 허무와 좌절을 안겨다 줄 것이다.

활동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고
활동이 사라졌을 때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경험한 적도 배운 적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곧 싫증을 느끼는 존재이므로
어떠어떠한 일이 어떠어떠한 의미를 절대 가져다주지 못한다.

무엇을 가지면, 무엇이 되면 행복할 것 같지만
거기엔 행복이 없다.

무엇에는 무엇도 없다.

내가 그리고 당신이 삶이 재미없고 허무한 이유이다.



SNS를 보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외롭구나를 느낀다. 그 곳에선 그 흔한 풍성한 댓글 찾아보기조차 힘들 때도 있다. 그저 '좋아요' 몇 개로 관심을 표현하는, 관계는 없고 관심만이 존재한다. 그것도 실체 없는 관심. 관심 몇 개 더 받기 위해 별의 별 위험한 행동들을 스스럼없이 하는 동영상들도 난무하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사람 대신 장소와 물건, 음식 등이 주인공이 되었다. 


관심을 받는 듯 하지만 누가 그와 같은 장소, 물건, 음식에 대단한 관심을 쏟을 수 있을까... 자기 얼굴이라도 올리면 못생긴 얼굴 어디다 들이미냐고 욕이라도 들을 것 같은지 차마 얼굴은 올리지 못하고 음식이나 커피라도 올려야 할 것처럼, 그래서 좋다는 관심이라도 받아야 덜 외로운 것처럼.


여행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하루 종일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느라 손은 바쁘지만 마음은 더 외로움을...


안부 한 마디, 댓글 한 줄 달라지 않는 그 곳에서 가벼운 한번의 클릭만으로 보이는 관심은 곧 허무함만을 가져다 준다. 내 관계가 이것밖에 안 되나...는 자괴감에 빠지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리움에 빠지며.


지금 사람들은 남의 사진이나 글 밑에 댓글 하나 달아줄 마음의 여유 따위는 없다.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쁘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의 관계가 이어지져온지 오래이기 때문에.


남의 삶이 무엇이 그리 중요하고, 남의 글 따위가 무엇이 그리 대단할쏘냐. 자신은 지금 돈 없어서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여유가 없어서 가고 싶은 여행도 못 가는데. 


그런데 그런 것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나는 여행도 다니고, 이런 것도 샀고, 이런 것도 먹는다며 부러움을 받는 그 익숙함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활동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돈 떨어지고, 체력 떨어져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는 시점에선 어떤 것들로 다른 사람의 주위를 끌 수 있을까. 그 재미있던 행위들도 시간이 지나가면 헌 것이 되어 이내 재미없어지고 싫증나기 마련인 것을.


우리는 점점 허무한 관계 속에 우리를 놓아두고, 허무함에 사로잡혀 간다. 무엇이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하는 착각 속에 빠져...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며. 시간이 아무리 남아돌아도, 아무리 바빠도 어떤 순간에도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그렇다고 시간이 채워짐도 느끼지 못한 채 무의미한 활동들로 내 인생을 한가득 채우고... 오늘도 텅 빈 가슴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을 전화번호부에서 찾아보지만 누구 한명에게도 전화할 수 없는 우리인채로. 그래서 우리는 그 예전 나와 친했던 사람들을 잊고 산다. 그래야 덜 외롭기 때문에.


그 옛날에 충만했던 관계들 속에서 서로의 외로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움과 따스함이 마음에 가득할 수 있다면... 나도 힘들지만, 너의 힘듦도 돌아볼 수 있었던 여유들은 이제 고시대의 유물처럼 되어 버렸는지... 소통이 가득한 것 같지만 우리는 그렇게 일방적인 보여주기와 관심으로 인해 점점 외로워져간다. 깊은 대화는 나누지 못하고, 쉽게 잊히고 마는 메시지들만 한 가득 안고서. 


사람들은 오늘도 무엇을 가지기 위해, 무엇이 되기 위해 소중한 관계들은 내팽개치고 앞만 보고 달려간다. 그것들을 가졌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줄, 기뻐해 줄 사람이 가족 외에는 그 누구도 없다는 것을 모른 채. 그렇게 외로움을 향해 나를 내던진다. 


그리고 휴대전화에 고개를 파묻는다. 자기와 상관없다 생각하는 메시지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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