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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mbrella Aug 31. 2020

너에 대한 생각.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한동안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 속이 꽉 차버렸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군가의 죽음을 곱씹어볼수록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래서 그 애에게 항상 미안했. 이 사실을 느낄 때면 항상 내 자신이 그를 짓밟고서 살아있는 것 같았다. 그를 리워하면서도, 그래서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그 생각의 끝에는 항상 살아있는 나를 발견한단 게 뭔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친구를 짓밟고 살아있는 내가 싫었고, 누군가를 밟고 살아남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있는 한 나는 어떤 생명을 밟을 숚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만 뼈저리게 남았다. 단순히 제목만 보고 덜컥 사버린 책이 있다.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의 제목이 끌렸다. 누구에게도 무해한 존재가 되지 않고 싶어서, 그 방법을 찾고 싶어서. 그 책을 읽고 난 다음 내린 결론은, 내게 무해한 존재라는 건 결국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존재라는 거였다. 나와 어떤 것이 연결된 이상 백 퍼센트 유해한 관계, 백 퍼센트 유익한 관계, 백 퍼센트 무해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그리고 함께 하는 한 서로 해와 유익을 끼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결론이었다. 아직도 누군가의 죽음을 생각하는 건 슬프고 분하다. 여전히 누군가는 죽고 나는 살아있다는 게 무언가 잘못된 거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죄책감은 옅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라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 고민과 미안함은 계속해서 안고 가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이 미안함과 함께 모든 존재에 대한 고마움 역시 간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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