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글이나 쓰고 갈까.

과제하기 싫다

by umbrella

이 글은 과제가 하기 싫어서 쓰는 글이다. 오늘 자정까지 쪽글 한 장을 내야 하는데, 그 한 장을 쓰기 위해 100쪽 분량의 논문을 읽어야 한다. 억울하다.


어제는 문득 글을 쓰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갑자기 모든 활자가 꼴 보기 싫었다. 오늘은 나아지겠거니 했는데, 오늘 읽어야 할 양을 보고 나니 또 활자가 꼴 보기 싫다. 활자가 꼴 보기 싫어서 그 마음을 활자로 쓴다. 아이러니한 인간이다.


왜 글쓰기를 시작했더라. 처음에 글쓰기는 내게 위로였다. 내 맘을 알아주는 이가 나밖에 없어서 글을 썼다. 내 마음을 남겨두고 싶었다. 원래 기록하고 기억하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다. 초등학교 교과서도 버리지 못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일기는 꾸준히 썼다. 중고등학교 때 바빠서 잠시 잊고 살았다가 22살부터 일기 쓰기도 다시 시작했다.


요즘에도 무진장 글을 많이 썼다. 사실 글을 많이 발행한 것뿐이지 옛날에 써둔 글 반, 새로 쓴 글 반이다. 왜 브런치 작가에 지원했더라. 아,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였다. 주변의 서사를 쓰고 싶었다. 기사라는 권위 있는 글로 사람들의 서사를 쓰고 싶었다. 객관적인 보도와 글. 그런 거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왕 편향적이고 주관적일 거 한껏 편향적이어야지 하고 대학알리에도 들어갔다. 쓰다 보니 나란 인간, 참 뻔뻔하다.


야심찬 마음으로 들어갔지만, 들어가자마자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두 달 전 나는 '읽히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고, 대학알리에 이 기획을 못 올린다면 어디라도 올리고 싶다고 생각해서 [당신을 보고서]를 가지고 브런치 작가에 지원했다.


브런치에 글 쓰는 걸 허락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고 기분이 좋아졌다. 콧대가 단단해졌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 구독자는 20명도 안되지만, 그래도 브런치 작가라고 주변에 자랑하고 다닌다. 명예와 인정에 안달난 인간이다.


브런치 작가에 지원하기까지 브런치의 존재만 알았을 뿐 들어가보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 쓰는 글은 에세이다. 사실 난 일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태그는 어쩔 수 없이 '에세이'라고 달아야 한다. 나는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다. 나는 소설만 읽는다. 엄청난 편식쟁이다.


에세이를 쓰면서 에세이를 읽지 않는다니. 모순이다. 뻔뻔하기 그지없다. 그러면서도 브런치 통계는 들락날락한다.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는 게 좋다.


정지우 작가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봤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읽어주는 건 의무도 아니고 예의도 아니라고 했다. 글을 읽어달라고 브런치 링크를 보내는 나는 타인의 삶에 얼마나 관심이 있나. 부끄러웠다.


내 일기장에 쓰면 될 이야기를 왜 여기다가 쓰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냥 발행하련다.


혹시 이 글을 다 읽으셨다면.. 감사하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