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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mbrella Oct 31. 2020

이미 놓쳐버린 관계들

구질구질한 편이다. 어떻게든 지나간 인연과의 연결고리 한 가닥이라도 붙잡으려 애쓴다. 내가 너를 떠올리는 것처럼 너도 나를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SNS에 올라온 너의 소식을 보고 내가 좋아요를 누를까 말까 고민하는 것처럼, 너도 내 흔적을 보고 잠깐 멈칫했으면 좋겠다. 구차한 거 맞다. 구차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구차함을 구차함으로 드러내는 게 차라리 낫다 생각한다.


구차하다:

"말이나 행동이 떳떳하거나 버젓하지 못하다."

버젓하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여 조심하거나 굽히는 데가 없다."


'구차하다'의 뜻을 찾아봤을 땐, 내가 구차한 게 맞나 싶었는데 '버젓하다'의 뜻을 찾아보니, 난 구차한 게 맞다. 난 너를 의식한다. 너의 일상이 궁금하고 너의 생각이 궁금하고 너의 감정이 궁금하다.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다. 다시 너의 일상을 알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한동안 브런치의 글을 SNS 계정에 자주 공유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어서도 있었지만, 특히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혹시 네가 무심결에 내 글을 누르진 않을까. 내 일상을 궁금해하진 않을까. 사실 너도 가끔은 나를 생각하지 않을까. 너도 이미 끝나버린 나와의 관계를 애석해하고 있지 않을까.


이번 일주일은 유독 너의 생각이 많이 나던 하루들이었다. 우리의 끝은, '우리'라는 말을 호명하기 민망할 정도로 좋지 않게 끝났다. 서로가 서로를 오해했고 비난했다. 너와 나는 서로의 부담이 되어버린 채 끝났다. 너는 나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했다. 나는 내가 너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더 이상 너에게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적어도 네가 나를 싫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문득 내 얘기를 들었을 때 너의 얼굴이 일그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걸까. 그 원인이 나에게 있는 것 같아 한스럽다.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으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모든 사람과 우정을 가지려 하지 말라고 했다. 모든 사람을 욕심 내지 말라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헷갈렸다. 나는 네가 중요했을 뿐이고, 내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네가 중요했던 거였는데, 너희들은 자꾸 내가 욕심이 많다고 그랬다. 너를 좋아해서 네 말은 내게 중요했고 그래서 네 말이 나에겐 사실로 다가왔다.


모든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네가 중요하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아냐 사실 난 모두의 인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건지 몰라. 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를 갈구하는 게 뭐가 나쁜데? 너의 말에 오기가 생겼다. 그리고 이젠 모르겠다.


그냥 네가 보고 싶은 밤이라고. 생각한다. 알고 보면 세상은 참 좁다는데, 너와 나의 세상은 영영 좁혀지지 않을 것 같아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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