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mbrella Dec 29. 2020

그를 꼭 안아주고 싶다.

<보건교사 안은영> 리뷰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자이자 극본을 쓴 정세랑 작가는 "안은영이 여러분 모두의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안은영은 학생들을 위해 젤리 퇴치에 열심이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백혜민의 운명을 바꿔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결국 성공한다. 안은영 곁에는 화수가 있었다.(물론 이젠 아니지만) 그의 기운을 충전해주는 홍인표도 있다. 하지만 젤리를 보는 사람들 중 안은영의 친구는 없다. 젤리로 가득한 안은영의 세계를 공유해줄 사람은 누가 있을까. 나타나긴 할까.


젤리가 안 보이니까 너무 좋아요. 평범해지니까 너무 좋아요. 미안해요.
<보건교사 안은영> 6화

안은영은 친구의 소멸 이후로 잠시 동안 젤리를 보지 못한다. 사직서를 내고 목욕을 즐기고 따사로운 햇살을 즐긴다. 그러면서도 죄책감을 느낀다. 목련 고의 괴이한 현상에 대한 뉴스를 보고 이내 학교로 돌아온다. 모든 재앙의 근원인 압지석을 열어버린다. 동시에 사라졌던 젤리들은 다시 등장한다. 그 순간 안은영은 읊조린다. "씨발."


<보건교사 안은영> 스틸컷


젤리가 안 보이는 세상은 정말 특별했다. 고요하고 참 편안했다.
모든 색깔이 조화롭고 모든 모양은 완벽했다.
잠깐이었지만 정말 행복했다.
나를 계획한 누군가는 결코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왜 내게 숨겼나요?
<보건교사 안은영> 6화.


안은영 덕분에 학생들은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안은영은 친구 강선의 말처럼 "피할 수 없으면 당해야지."라고 되뇐다. 하지만 그래도, 안은영의 세상이 조금은 조용하고 고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나의 욕심일까. 아니면 차라리 다 같이 젤리를 본다거나. 그럼 소설도 드라마도 의미 없겠지. 안은영이 소설과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일도 없었겠지. 그래도 난 모든 이의 친구인 안은영이 안쓰러웠다. 홍인표는 "나쁘지만 않으면 이상한 편이 더 좋아요. 평범한 것보다."라고 말했지만. 난 그냥 평범하고 싶다. 사실 평범한 게 특별하고 이상한 걸지도 모른다.


<보건교사 안은영> 예고편





작가의 이전글 이미 놓쳐버린 관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