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4살이고, 우울합니다.

엄마의 삶을 반추할 수밖에 없는 삶.

by umbrella

11월 30일, 대학알리에 발행된 제 기사입니다.

우울의 이유를 해석했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유를 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듯이. 그럼에도 우울함을 쓰는 이유는 이 우울로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함에 죽고 싶다가도 언젠가 이 우울함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살았다. 하지만 우울의 기저를 알아낸 지금, 내 우울이 끝날 거라 장담할 수 없다. 끝내야겠다는 다짐도 접었다. 우울은 꼭 끝내야만 하는 걸까. 이 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세상이 있다. 사실 나만 우울한 게 아니라는 것. 너와 나는 저마다의 이유로, 아니 사실은 같은 이유로 아프다는 것. 우리의 감정이 여성의 감정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는 것. 그런 것들을 보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살고 싶어졌다. 살아야 성장이든 뭐든 할 수 있는 거니까. 사실 그 '성장'이란 단어를 짓밟고 싶어 살고 있는 거니까.

"저는 24살이고 우울합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제 이야기를 '대학알리'라는 언론에 계속해서 싣는 이유는 정직하고 싶어서입니다. 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정직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정직함이 제가 실천해야 하는 최소한의 것이자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다보면 다른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모두의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이 힘든 세상을 묵묵히 견디는 게 아니라 시끄럽게 떠들고 두드려보고 싶습니다.

이 글은 정말 잘 쓰고 싶었던 글입니다. 요 근래 아무렇게나 글을 써버릴 때가 많았지만 이 글은 정말 정말 잘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 어려웠습니다. 산발된 감정의 연유를 글로 옮기는 건 어려웠습니다.

이 글의 결론을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했습니다. 저에게 의미있는 글이 남에게도 의미있는 글로 다가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떤 마무리가 좋을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쓰고 싶었지만 쓰고 싶다는 욕망만큼 어려웠던 이 글을 이렇게나마 끝맺을 수 있는 이유는 이 글을 읽어줬던 친구들 덕분입니다. 글을 읽고 고생했다며 토닥토닥 해준 많은 친구들, 악플 달리면 어떡하냐고 대신 걱정해준 친구들, 골칫덩어리 였던 결론을 같이 고민해준 알리 사람들, 그리고 도대체 기사글은 뭔지, 브런치에 올리는 글은 뭔지, 글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얘기했던 시간들. 다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들 덕분에 모두에게 좋은 글은 아니더라도, 저 스스로 떳떳한 글은 쓸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면서 설렜고 힘들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정직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