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mbrella May 15. 2021

미련과 꿈 사이

지난 4월에 교직 인적성 검사에서 부적격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검사를 받기 전부터 불안했다. 임용고시 합격 후기들을 보면 면접관들은 밝고 활기찬 성격을 좋아한다는데 요즘 내 모습을 보면 도저히 그 난 자격이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두려움 속에 본 검사는 엉망이었다. 검사지에 쓰여있는 문장 하나하나가 맘에 걸렸다. 200개가 넘는 문제를 30 안에 풀어야 하는 시험에서 단어 뜻 하나하나를 곱씹어 보고 있다니 부적격은 예상된 결과였다.


근데 그 부적격이라는 단어를 본 이후로 내내 혼란 속에 살았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어떤 사람이었지를 고민했다. 예전에 교사를 꿈꾸던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왜 지금의 나는 교사라는 꿈에 그렇게 간절하지 않은 거지. 내 미지근함을 알면서도 교사라는 꿈을 버리지 못했다. 사실은 꿈이 아니라 미련일지도 몰랐다.


중학생 때는 비전이라는, 이제는 그렇지 않은, 그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그렇게 벅차올랐다. 그때의 미래라는 건 내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 미래라는 단어가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다. 1년 후, 6개월 후의 나를 상상하는 게 두렵다. 사실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때는 사라져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하지만 내일도 결국은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내게는 그때의 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교사라는 꿈을 놓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 사실 꿈이 아니라 미련이었던 거다.


정신없이 할 일을 하던 중에 방금 과제 성적에 대한 알림이 떴다. 제출 기한을 맞추느라 휘갈겨 쓴 쪽글에 교수님이 댓글을 남겼다. 그 사소한 몇 줄이 너무너무 고마웠다. 하마터면 울어버렸을 정도로.


학기 초에 냈던 과제라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아서 파일을 찾아 읽었다. 그때는 그저 단어를 뱉어낼 뿐이었다고,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솔직하게 써버리자 했을 뿐인데, 교수님은 내 고민이 가장 기억에 남고 공감이 된다는, 그래서 내가 좋은 교사가 되길 바란다는 답글을 달아줬다.


미련이 되어버린 교사라는 단어에, 아직 내 바람이 남아있을지 모른다. 아직은 부적격이라는 단어에 지금만큼 흔들릴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고백하건대, 지금의 나는 예전만큼 교사라는 꿈을 바라지 않는다. 이 미지근함의 연유는 너무나도 많고 복잡하지만, 그래도 내 경험이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는 힘으로 여전히 유효하길 바란다. 그들을 통해 느꼈던 고마움만큼 나 역시 그들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날 여전히 설레게 했으면 좋겠다.


하필 스승의 날이다. 6개월 뒤의 나는 어떨지 모르지만, 자고 일어나면 고마운 그들에게 연락을 해야지.

작가의 이전글 끝내지 못할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