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사말이 적절할지 꽤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잘 지내시나요, 안녕하신가요 보다는 무해한 인사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숨쉬는 것만으로도 땀이 나는 더위 속에 당신의 숨이 무사한지, 그것만 딱 묻고 싶었습니다.
저의 숨도 무사합니다. 2021년에도 아니 벌써, 를 외친 횟수가 곧 일곱 번이 되어서 여러분의 안부를 묻고 저의 안부를 전하고자 오랜만에 글을 썼어요. 요즘 제 기분을 정의하긴 참 어려운데요. 기분에 따라 꽂히는 노래가 있는데 요즘은 어느 노래든 통 집중해서 듣기가 힘들더라고요. 어느 가사든 멜로디든 내 기분을 정의할 수 없음에 답답한 요즘입니다.
저는 그동안 연락 안 하기 연습을 했습니다. 평소에 생각나는 친구나 대상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연락을 잘하는 편이었어요. 근데 사실 친구를 만나도 내가 말을 많이 하면 미안했고, 친구의 말을 많이 들어줄 때면 기운이 빠져 집에 돌아와서는 뻗어버렸어요. 죄책감과 기운 빠짐이 반복되다 보니 즐거움이 사라졌고, 그러다 보니 의무감과 책임감만 남아버렸습니다. 그렇게 모든 관계가 두렵거나 지겨워졌던 것 같아요. 아니 사실은 의무감과 책임감이라기보다는, 남을 챙긴다는 명목으로 사실 나 자신을 구원하고자 했던 자기연민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는 잠잠하게 있기를 목표로 세웠습니다. 먼저 연락하지 않기, 친구가 떠올라도 잠깐만 참아보기, sns 앱도 지우기. 물론 이 모든 걸 저 혼자 한 건 아닙니다. 오랜만에 상담을 시작했거든요. 계속해서 반복되는 지지부진한 문제를 끌어내는 일이라 유쾌하진 않았지만 불쾌한 경험도 아니었어요. 이미 겪어봤던 것이라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안부를 묻겠다고 해놓고 제 안부만 늘어놓는 꼴이 되어버렸지만, 이 글을 쓰면서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한 분 한 분 연락드리고 싶지만, 글로 대신 안부와 응원을 전하는 저를 너무 미워하진 말아주세요.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계정을 팔로우해주시는 분들은 아마 저를 응원하시거나, 제 글을 응원하시거나 어쨌든 저의 존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걸 압니다. 글을 매개로 만난 분들도 몇 있지만, 여전히 지극히 개인적인 글을 쓰는 제 한계이자 특징 때문이겠죠.
아, 소소하면서도 엘레강스한 제 이름(나름 필명)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제야?!)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황정은 작가의 '디디의 우산'이라는 소설에서 따온 거예요. 그 소설에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돌아갈 무렵이 언제인지, 우산이 무엇인진 각자 나름의 해석이 있겠지만, 적어도 제게 그 '우산'은 당신의 삶 중에, 그일상의 찰나에라도 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하거나 의지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제 바람과 같아요. 글이든 제 경험이든요.
써놓고 보니 오글거리지만, 어쩌겠어요.... 제 진심만 알아주세요. 요즘은 저 자신을 절필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다니지만 또 이렇게 불쑥 찾아올 수도 있어요. 그때까지 무탈하시고, 항상 잘 주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