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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mbrella Jul 31. 2021

잊고 싶지 않은 죄책감

요즘 날이 참 덥네요

요즘 하늘이 참 예쁜데 바빠서 별로 보질 못하다가 며칠 전부터 여유가 생겨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열기에 재빨리 사진만 찍고 고개를 떨궜어요. 예쁜 하늘을 즐기지 못해 아쉽더라고요.


하지만 제게 주어진 불편함은 출근길 더위에 땀을 흘리는 것, 예쁜 하늘을 즐기지 못해 아쉬운 것 그저 그뿐이죠.


물고기가 물속에서 산 채로 화상을 입고, 집 앞 아스팔트를 깔기 위해 누군가는 열기 속에 몇 시간을 일해야 해요. 내가 버린 쓰레기를 치우느라 내 시원함이 내뿜는 열기 바깥에서 아주머니께서 땀 흘리며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껴요. 무엇보다 이 여름을 즐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해요.


그래서 더워도 조금만 더 참아보자, 지쳐도 조금만 더 걸어보자 다짐하는 데 쉽지 않네요.


지난 한 달 동안 사회의 편견을 뒤집어보겠다는 회사에서 인턴을 했는데, 일이 바빠서 엄마한테 짜증을 많이 냈어요. 문득 내가 왜 일하고 있는 거지 싶었어요.


다시 글을 쓰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라는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건 제 삶이 또다시 여유로워졌다는 거겠죠. 하지만 누군가의 삶은 이런 고민을 할 새도 없이 돌아가고 있겠죠. 모순덩어리인 저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요? 조금이라도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제가 바라는 일상이 모두의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덧,

물론 이런 회의감에만 둘러져 아무것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건 많이 지쳤고 조금은 쉬어야 할 때임을 알려주는 신호라는 것도 얼핏 알고는 있어요. 쉰다 해도 기껏해야 한두 달, 길어야 일 년일 텐데, 그리고 그 시간이 짧은 시간이라는 거 아는데도 정지 버튼을 누르는 게 쉽지 않네요. 역시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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