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공익광고협의회’ 라는 단체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지 모르겠다. 지금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라는 이름의 단체이지만 내 기억 속에는 공익광고협의회가 더 익숙하다. 말 그대로 이 단체는 공익광고를 만드는 단체다. 예전 공익광고는 굉장히 뜬금없는 시간대에 뜬금없이 방영되는 것이 특징인데 이를테면 TV유치원 하나 둘 셋 시작 전에 갑자기 광고가 튀어나온다거나 만화영화를 하는 6시 직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난데없이 방영되는 식이었다.
‘튀어나온다’ 던지 ‘난데없이’라는 표현을 자꾸 쓰는 이유는 그때 공익광고들이 말 그대로 보다가 ‘지릴 뻔’ 한 광고들 투성이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어릴 적 본 공익광고들에게 받은 정신적 타격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일단, 이 단체는 로고부터가 뭔가 공포 시렵다.
나는 저 퍼런 로고가 아무리 봐도 해골 아니면 외계인처럼 보였다. 옛날 공익광고들은 꺼먼 화면에 날카로운 궁서체 자막으로 ‘마약 조심’ ‘간첩 신고는 112’ 이런거 써놓고 저 퍼런 로고를 박아놓은 다음에 위협적인 배경음을 깔아놓았다. 뜨르르르릉 뜽! 뜽! 하는 음악인데, 슈만 교향곡 2번 2악장 끝부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SQ4oyKWYNU
꺼먼 화면, 왠지 ‘이놈 아저씨’ 하고 올 것 같은 성우들의 위엄쩌는 나레이션, 날카로운 궁서체 자막, 퍼런 해골 로고에 저 배경음까지 조합되면 아 그날 잠은 다 잤다. 나는 밤새도록 저 로고가 나를 덮칠 것 같은 환각에 시달렸다.
특히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의 공익광고가 아주 죽여준다. 말 그대로 정말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광고를 만들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를테면 마약추방광고에서 한 남자가 창살 아래에 갇혀 절규하듯 손을 내뻗고 그 위로 성우가 “20세기 마약사범 증가율 매년 300%. 주부, 학생, 회사원에게까지 급속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마약은 당신의 가족, 친구, 재산 모든 것을 빼앗아 갑니다. 당신의 생명까지도” 라는 나레이션을 얹고 예의 그 공포스러운 배경음에 공익광고협의회 로고가 콜라보 하면 나는 한사코 엄마 아빠 사이에 낑겨 자겠다며 고집을 부리곤 했다. 차마 부모님에겐 TV보다 무서워서 그랬다고는 말 할 수 없었지만.
요즘 공익광고는 예전에 비해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훈계하려는 태도가 잘 안 보여서 좋다. 아니, 사실은 그 배경음과 로고가 안 보여서 좋다. 그렇다. 나는 정말 쫄보인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