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눈에 비친 나이 많은 대학 1학년 동기들의 모습은 뭐랄까 정말 어른이었다. 막 군대를 다녀와 아직 머리가 짧고 그만큼이나 말도 짧던 23살짜리 꼬마, 삶의 자신감이 넘치고 여유가 흐르는 스물 일곱 살의 멋진 남자를 연기하던 남자애, 물론 나이 값 못 하던 27살 먹은 형도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던 30살 남자였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생생히 기억나는 이유는 모른다. 내가 지금껏 보아온 캐릭터들 중에서도 가장, 중증의, 관심병자였기 때문일까. 어쩌면, 나 역시도 그와 같은 열망을 가졌었기 때문일까. 이 남자는 어느 날 인가부터, 묵언수행을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들어가서 교수가 출석을 부르면 손을 들고 교수가 불러도 답을 하지 않았다. 말을 너무 많이 함으로서 신실한 그 자신을 잃어버리기에 말을 줄이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묵언수행이라고 보기에는 그 광경이 실로 괴이했다. 동기들끼리 같이 맥도날드라도 갈라치면 이 남자의 모호한 손가락 끝을 쳐다보며 메뉴를 일일이 불러줘가며 그의 의사를 파악해야 했으니까. 수행은 나를 찾는 과정 아닌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무 살의 눈에 비친 스물 다섯, 스물 일곱, 서른은 어른이었지만 서른을 애저녁에 넘긴 지금의 내가 그들을 떠올리면 그들 역시도 자기가 더 멋지게 보이고 싶어 어쩔 줄 모르던 철부지에 불과했다. 어떻게 아냐고? 나 역시도 여전히,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어쩔 줄 모르던 스무 살의 나와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