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수 Mar 13. 2022

인사이트를 내 것으로 만드는 법

단순한 소비를 넘어 내 것으로 소화하기 

좋은 글들이 서점에만 있던 시절을 훌쩍 지나, 언제 어디서든 질 좋은 아티클을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다. 국내에서 유료 지식 콘텐츠 구독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PUBLY는 어느덧 유료 구독자 70000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 달에 만원 중반대를 넘어가는 금액 (16,900원)을 생각하면 이 숫자는 꽤나 주목할 만한 수치다. 


콘텐츠 뿐 아니라 그런 콘텐츠들을 잘 보관해둘 수 있는 서비스들도 많아졌다. 옛날엔 에버노트의 웹클리핑이나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가 좋은 콘텐츠를 저장해두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었다면, 요즘엔 내가 애용하는 서비스 raindrop을 비롯해 mymind 같은 감각적인 북마크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주말에 갔던 북클럽에서 사회적 지위를 얻으면 좋은 점에 대해 듣다가, 내가 원래는 쉽게 만날 수 없던 사람들과 점점 더 쉽게 만날 수 있게 되고, 또 그 사람들의 인사이트를 얻어 나의 사회적 지위를 조금 더 올리고, 또 더 좋은 사람들의 풀에 들어가게 되는 선순환이 반복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그런 인사이트들을 어떻게 최종적으로 "내 것"으로 만들고 계시냐"고 여쭤봤다. 어디에 기록을 따로 하시는지, 자신만의 mind palace를 갖고 계시는지가 궁금했다. 워낙 공격적으로 인사이트 넘치는 콘텐츠들을 소비하고 또 공유하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시기에 더욱 궁금했다. 


좋은 질문이라며 한참 생각하시더니, 따로 그런 걸 하진 않는다. 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으셨다. 

따로 그런 걸 하지 않는다. 


항상 인사이트 풍부한 콘텐츠를 창작하고 또 그런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성과를 내는 분이 정작 따로 그런 걸 하진 않는다니 놀라웠다. 


그는 그런 걸 기록할 시간은 없지만, 대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이거 나중에 봐야지 - 하고 저장해놓고, 글들을 하이라이트 쳐놓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인사이트들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드네. 나는 이 인사이트를 이렇게 활용할 수 있겠다." 

라고 내재화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다. 


기록과 정리에 능한 사람들은 가끔 예쁜 노트필기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까, 정작 중요한 건 학습 내용을 이해하는 것(인사이트의 내재화)인데 노트를 예쁘게 꾸며놓기만(인사이트의 기록과 정리) 하면 그 내용들이 자기 것이 된 양 착각할 수 있다.


인사이트의 기록과 정리는 의미가 있지만, 그 기록과 정리의 방향이 궁극적으로 내재화를 위한 것일 때만 의미가 있다. 


"나중에 다시 찾아봐야겠다" 하고 넘기면 십중팔구 다시 찾아보지 않는다. 또 다른 콘텐츠들이 계속 내 눈앞에 새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지나간 인사이트는 웬만해서는 내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마주쳤을 때 바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수업 끝나도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말고 3분 복습하고 일어나라는 말처럼, 인사이트를 마주쳤을 때 바로 북마크 버튼을 누르지 말고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배운 이 깨달음으로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내 삶의 어떤 문제를 푸는 데에 적용할 수 있는가?


이것만 잘 할 수 있다면, 기록하지 않아도, 체계적으로 분류해놓지 않아도 괜찮다. 


기록과 정리는, 조금 과격하게 말하면, 99% 불안때문에 하는 것이다. 

저장 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 이 지식이 나에게서 휘발되지 않고 내 것이 되는 그 느낌때문에.


하지만 지식은 저장버튼을 누르는 순간 내 것이 되지는 않고, 내가 잠시 멈춰 내 것으로 만드려는 인지적 노력을 기울일 때만 내 것이 된다. 




작가의 이전글 역기획이란 무엇이고, 왜 해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