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사과 농사- 1. 적화에 관한 기록
봉화 즐거운 사과밭에게 올해는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총 2500평의 과원에서 약 1500평의 19년 된 사과나무를 제거하고 1년 예정지 작업을 거쳐 내년에 기요(Guyot, 기요가 정확한 발음이지만 사과 쪽에선 구요 혹은 구욧) 형의 수형으로 심을 예정이고 예습용으로 강 밭(230평)의 15년 된 나무도 정리하여 올 4월에 2축과 더블 구요 형으로 총 237주를 식재하였다. 2001년에 먼저 주인이 시작한 과원의 나무는 내가 인수한 지 6년 만에 귀퉁이의 홍로 한 그루만 남기고 모두 은퇴하였다. 그래서 올해는 내가 4년 전에 심은 고밀식 580주 (800평)만 남아있다. 나무 수와 면적이 줄어들어 2020년의 관리목표는 "되도록 내 손으로만"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사과 농사에서 가장 많은 인력이 소요되는 때는 봄에 꽃피고 착과 된 후 최종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 즉 적화와 적과 과정이다. 작년에는 총인건비의 40%가 적화 및 적과에 소요되었다. 경비뿐만 아니라 적과를 빨리 마무리를 해야 나무의 에너지가 올해의 사과에게 집중되어 품질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므로 아주 중요한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무렵에는 나무의 생장과 열매의 생장 사이에 경합이 생기는 시기여서 일기불순으로 충분한 광합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나무는 생존을 위해 열매를 떨어트린다. (그런 현상이 3년 전에 발생했었다.) 또 작업시기가 비교적 단기간에 겹치게 되므로 일손 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태리 남티롤의 쿠르트 베르트 씨 자료에 의하면 적화제나 적과제 사용으로 대략적으로 각각 30% 효과가 있다고 본다.
100%*(1- 0.3)= 70%* (1-0.3)=49%
적화나 적과가 30%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면 49% 의 착과 된 과일만 남을 것이니 그중 절반이 사과로 남는다고 보면 내가 할 일은 1/4로 줄어드는 셈이 된다. 특히 올해는 이태리에서 적과제로 사용하는 6-BA 제재도 확보하였으므로 적화와 적과에 대한 기대가 상당이 컸다.
1. 개화
요 몇 년간 사과꽃이 쉬이 찾아온 적이 없다. 매년 사과꽃 필 때마다 찾아오는 냉해는 이젠 고정배역이 되었다. 적어도 올해 포함한 3년간은 그랬다. 작년에 중생종 사과꽃이 중심화부터 세 번째 피는 꽃까지 암술이 뭉그러지는 냉해를 입을 때 마나님에게 크게 한 대 맞은 이래 ("당신 작년에도 비슷한 얘기 한 것 같은데"), 올해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착과 되어 적과 할 때까지 걱정을 미뤄두기로 했다. 사실 매년 냉해가 일어나고 걱정했지만 매년 사과는 열렸다. 과수원 앞 빈 논 한 구퉁이에 약간의 물이 고인 곳이 있는데 개구리들이 알을 낳아서 올챙이들이 득실거렸다. 올챙이들을 본 다음날 논 임자가 모내기 준비로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었다. 그리고 며칠 뒤 물 채운 논에는 개구리들 울음소리가 요란했다. 자연은 관대해서 몇 번의 기회를 주지만 우리는 매번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애를 태우며 산다.
4월 6일 영하 6도를 치며 부사의 꽃망울을 잘라보니 중심화와 측화 1-2개 가 암술이 꺼멓게 변해 있었지만 작년과는 달리 (작년에는 냉해로 꽃이 많지 않은데 적화제까지 치면 사과가 너무 없을 수 있다는 염려로 아주 제한적으로 일부 나무에게만 적용했었다.) 올해는 적화 제인 Ammonium Thio Sulfate (ATS, 황산 암모니움)와 적과제까지 사용하여 600주를 혼자 해결하기로 한다.
2. 인공수분 + 호박벌 설치
처음으로 호박벌 한 상자 (100마리) 구입하여 설치하였다. 벌들이 각자 맡은 바 임무가 있어서 외부에 나와서
꿀을 채취하는 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들었긴 했지만 인공수분 중에 만난 적이 드물었다. 그러나 작년의 경우 꽃이 한 번에 몰려 피어 혼자 할 수가 없었기에 지원군으로 도입하였다.
3. 적화제
나는 지난 5년 동안 적화 제로 ATS ( Ammonium Thio Sulphate)를 사용하여 왔지만 전통적으로 많이 쓰이는 적화, 적과제는 '석회유황합제'인데 간혹 동록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석회유황합제나 ATS 모두 작용기작은 함유된 황이 꽃가루와 암술의 탈수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적정온도 범위 내( 섭씨 13 - 25도)에서 꽃가루가 발아하여 수정이 되는 경우 화분관이 신장되어 씨방에 도착하는 시간을 대략 24- 36시간 보는데 온도의 고하에 따라 진행속도가 달라진다. 따라서 적정온도를 전제로 인공수분을 하고 혹은 인공수분 없이 만개일 기준 48시간 경과 후에 1차 ATS 살포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분이 된 꽃을 제외한 다른 꽃들의 화분과 암술을 태우겠다는 의도인데 살포 후 피는 꽃들이 있으므로 2-3번 살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는 홍로의 액화를 잡기 위해 4번을 적용했다.
2-3년 전에 하마이스터가 홍로가 ATS에 대한 반응이 없어서 5회를 처리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교수님이 그것이 그해 착색 불량에 대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신 적이 있다고 한다. ATS는 실제 유안비료 (질소질 20%)와 N, H가 하나씩 다른 비료이기 때문에 (질소질 12%) 5회 살포의 경우 질소비료를 상당이 살포한 것과 동일 하긴 하다. 나는 4번의 살포를 했지만 올해 비료를 따로 주지 않았으므로 초기 필요 질소량으로 소진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만개 일과 적화제 살포일
만개일 ats 1차 ats 2차 ats 3차 ats 4차
홍로만 개일 04월 28일 04월 30일 05월 01일 05월 04일 05월 06일
부사/시골 만개일 05월 01일 05월 04일 05월 06일
* 부사/시나노 골드의 경우 비로 인해 72시간 후에 살포하게 되었다.
때에 따라 어떤 적화제의 신통방통한 적화 효과를 경험한 이가 다음 해에 실망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 적화제 사용 일주 변의 날씨가 아주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적화율 60-70%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빠른 인공수분과 48시간 내에 적화제 살포가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생각한다. 즉 너무 한꺼번에 또 너무 늘어지게 만개하지 않을 때 놓치지 않는 인공수분, 그리고 48시간 이내 적확제 살포가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본다. 유감스럽게도 올해는 비, 저온으로 길게 늘어진 한 해였다.
3.1. 살포효과
ATS살포가 올해 6년째이지만 매번 눈으로 가늠하기만 하였는데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결과를 보기 위해 적과를 하면서 매 송이마다 착과 된 수에 따라 분류하였다. 비교적 송이수가 많은 제2지지선 아래의 과총들로 만 한정하였다. 사과꽃은 하나의 과총에 5개 혹은 6개의 꽃이 피고 대부분 착과가 되므로 남아 있는 착과수를 이론적으로 매송이 마다 5개가 착과 된다고 상정하여 적화율을 계산하기로 하였다.
3.2. 적화제 사용 결과
이번에 적과된과총들이 약 150센티미터 이하에 위치된 것 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상부의 경우 많은 액화들이 제거된 것을 감안하면 30%는 충분이 상회하는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홍로뿐만 아니라 시나노 골드도 액화가 나중에 번성하므로 한번 정도 추가 살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