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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Jan 18. 2021

"울타리 효과"와 "쟁기층"  

사람 손을 덜 타야 땅이 좋고  그래야 농사가 잘 된다.

위의 사진은 호주 빅토리아주의 한 농장 사진이다. 가운데 푸른 식물은 밀이고 양쪽으론 목초지인데 가뭄이 심할 때여서 목초들이 푸르름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모두들 물이 부족하여 고생하고 있는데 밀밭만 독야청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진의 좌측에 밀밭을 따라 저 멀리 나무까지 일자로 나있는 것은 과거에 울타리가 있었던 흔적이다. 울타리 때문에 경운이나 제초제등의 사람의 손길이 덜 가고 발길이 덜 갔기에  상부의 토양층이 유지되었다. 따라서 그 안의 미생물 네트워크와 토양 유기물들이 손상에 덜되어 양쪽의 "관리받는 목초지"보다 "관리받지 받지 못 한" 울타리 지역의 밀밭이 더 비옥해졌기 때문이다. 비옥한 땅이란 다양한 미생물 등을 포함한 생태환경이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떼알구조의 토양으로 영양분이 많고 보수력이 높은 곳을 의미한다. 목초 관리를 위하여 비료도 주고 살균, 살충제도 치면서 "관리한 밭" 보다 "관리받지 못한 밭"이 더 비옥하다는 것은 지독한 아이러니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아마 상부 토양층도 밀밭이 더 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울타리 효과는 호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좌측 노란 화살표에 직각으로 길게 나있는  짙은 초록선이 울타리 줄이다.  일반적으로 재배지가 아닌 곳이 더 짙은 색이다.

위 사진은 미농무성 산하 직원 PT에 나와 있는 것으로 "울타리 효과 (Fence Row Effect)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도 경작의 형태가 화학의 도움을 많이 받는 대규모 단일 경작 방식으로  토양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으며 토양 침식도 심각하여 1년에  1-5톤/에이커의 토양이 유실된다고 한다. 쓸 수 있는 땅은 점점 적어지고  열악한 상태가 되니 매년 사용하는 비료는 증가하지만 시용한 비료의 33-55%만 식물이 흡수할 뿐만 아니라 고농도의 비료는 근권의 미생물을 제거하기까지 한다. 영양이 풍부하지 못하니 산출되는 식물의 영양분도 과거 50-60년에 비해 심각하게 줄었다고 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래 사진 참조).

토양 유실 양이  750억 톤/년 이라니...


질소비료 사용량은 무섭게 늘고 생물다양성은 점점 줄어간다
과거 5-60년 간 줄어든 영양분

낙농제품의 경우 동은 거의 없어져 가고 있는데  이렇게 부실한 식품들로 인해 현대인들은 늘 배가 불러도 부족한 영양분을 채우기 위해  계속 입으로 음식을 가져간다. 줄어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러 환경호르몬 등이 창출되어 가공과정에 포함되어 체내에 들어가 암을 비롯한 각종 고질병을 유발한다.

우리나라처럼 논농사를 짓는 곳에서는 경운으로 쟁기질을 하는데 쟁기 사용 시 미세한 흙 입자가 바닥에 딱딱하게 굳어서 하부와 상부를 단절시키는  " 쟁기층"을 형성하게 된다. " 울타리 효과"는 사람 손이 덜 가서 땅이 좋아지는 것이지만 "쟁기층"은 사람 손이 가서 땅을 딱딱하게 하여 토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된다. 현상은 반대로 나타나지만 원인은 "인간의 간섭" 유무에 따른 것으로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작년에는 태풍으로 많은 비가 왔고 도로를 따라 흐른 빗물이 정원이네 고추밭 한가운데 약 1미터 폭과 깊이로 도랑을 내버리는 참사를 일으켰지만 이는 예외적이긴 하나  매년 비가 많이 오면 주위에 흐르는 흙탕물들은 토양입자들을 맹렬히 강으로 나르고 있다.   우리 마을에도 매년 엄청난 토양침식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토양미생물 공부를 하면서 유튜브를  섭렵하는 과정에서 미국이나 호주지역에서도 심각한 토양침식과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재생 농업 (Regenerative Agriculture) 운동이 활발하고 그 중요한 행동강령 중의 하나가 '무경운"농법이다. 무경운농법은 우리나라에서도 '태평농법'이란 이름으로 주창하고 실행 중인 것으로 농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2013년 초에 2박 3일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주로 논농사가 현실성이 있어 보였었다.  우리도 토양의 침식과 토질개선을 위해서는'재생 농업'이 표방하는 다음과 같은 주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살아 있는 뿌리를 항상 유지한다

- 되도록 땅을 건드리지 않는다. (무경운 농법)

- 언제나 맨 땅으로 놔두지 않는다. (cover crop-보완 작물)
- 생물 다양성을 추구한다.


 얼마 전 유기농을 하는 분과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분 말씀으론 완벽하게 풀을 제거하지 않으면 토마토 밭에 토마토 식물만 있고 토마토는 없다고 한다.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맞는 조합이 있을 수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삼 자매 농법' 이라고  콩, 옥수수 그리고 호박을 같이 심었는데 이는  콩은 질소 고정 효과로 양쪽에 질소를 제공하고 옥수수는 콩에게 지지대를 제공하며 호박은 넓은 잎으로 잡초를 견제한다고 했다. 종이 다양해지면 토양의 미생물도 다양해져서 한층 건강한 식물이 된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많은 제약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분도 2-3가지 곡물을 같이 키우는데 분류하는 것이 큰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작업 효율성을 중시하여 거대한 지역을 콩, 옥수수 등의 단일 식물을 제초제에 잘 견디는 GMO 종자로 대량 재배하던 방식에서 되도록 인위적 간섭을 줄이고 댜양성을 추구하는 옛 방식으로 회귀하는 듯 한 변화가 흥미롭다. 동시에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인  공동의 문제이기도 하다.


위의 사진 비옥한 좌측 농원과 덜 푸른 우측 농원은 2 대전에는 같은 농원이었는데 과거 20년간의 무경운 농법을 채택한 좌측 농원의 푸르름이 원칙에 충실한 결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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