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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Aug 12. 2024

이름에 손색없는 명품백천마을길

천연기념물 열목어가 반겨주는 멋진 도보길

* 이 글은 경북북부문화권문화정보센터에서 발행한 "컬쳐라인 2024 1 통권31호 " 게재된 글 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차로 현불사 주차장까지 가서 거기서부터 걷지만 현불사까지의 길도 계곡과 나무, 바위가 어우러진 멋진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차를 백천분소 주차장에   놓고 도보로 접근할 것을 강력 추천한다. , 통원 

백천마을은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옛 대현분교 현 봉황열목어마을 캠핑장에서 2.8km 떨어진 현불사 주차장부터  백천탐방지원센터까지 (1.6km) 산재한 6 가구로 구성된 마을로 2016년 이 지역이 국립공원태백산지역에 편입되면서 국립공원공단에서 제16호 국립공원명품마을로 지정되었다.   마을 설명서에 의하면 예전에는 상백, 중백, 하백으로 나뉘어 불렸으며 지금 마을은 중백에 해당한다, 한때 78 가구의 화전민이 살았으나 화 전민이주 정책으로 대부분 이전하였다. 일제 때 소나무 (춘양목)을 벌채하고 해방 후에는 영암선 철도치목용 참나무를 베러 가던 곳이라 한다. 1962년 천연기념물 74호 (봉화대현리 열목어 서식지)로 지정되어 마을 개발과 외주인 출입이 제한되어 백천계곡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명품마을”이란 이름 자체는 주위의 환경만으로도 이름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명품마을"제도는 국립공원공단이 2010년부터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이다. 예전처럼 공원구역과 아닌 곳을 칼같이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지역 내 거주 주민들과의 상생을 모색하는 시도로 지역특성을 살리는 정책으로 환영받을 제도라고 생각된다. 백천명품마을 주민들도 만족해하는 듯하다. 상황이 좀 다를 수는 있겠으나 지금은 없어진 주왕산 공원 구역 내의 유명했던 내원마을이 생각나 안타까워진다. 마을이주가 예정되어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서 “전기 없는 마을”로 유명했고 많은 방문객이 이어졌던 곳이지만 2005-2007년 사이에 이주가 진행되어 지금은 안내판만 있다. 지금 같으면 마을의 수질처리장을 만들어 수질을 보호하면서 그대로 유지했다면 무척 성공적인 명물 상생프로젝트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국립공원공단에서 2010년부터 명품마을 제도를 시행했다고 하니 그때부터 사고의 전환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데 이는 정치, 사회적 변화에서 오는 개인기본권 및 사유재산권에 대한 국민의 인식변화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국립공원은 공원 내 주민들이 삶의 터전인 국립공원을 스스로
 보전하면서, 잘 보전된 생태계와 경관‧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주민 소득과
 국립공원의 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명품마을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2010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관매도 명품마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7개소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



백천명품마을지도와 내원마을 안내판

"백천명품마을길"은 대현리 입구 태백산국립공원 백천분소 주차장- 현불사주차장(2.8km)- 백천탐방지원센터(1.6km)-계곡 깊은 길 (인가 2.0km)까지 약 6.4.km길로 정의한다. 탐방지원센터에서 공원 내 인가까지 2.0km의 계곡 깊은 길은 올해부터 산불방지 입산금지 기간 중에도 예외적으로 입산이 인정되는 평탄한 멋진 도보길이다. 작년 겨울에 입산금지 표시만 있고 아무도 없어서 잠시 거닐려고 들어갔다가 CCTV 보고 올라온 직원에게 훈계장을 받았었는데 올해는 주민들의 요구로 인가까지만 개방했다. 국립공원 편입 이후에도 공원 내 한 복판에 민가 공사를 하는 것을 보고 어떤 이유인지가 궁금했는데 개인이 건축공사 허가를 편입이전에 받았기 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다. 건물이 한식이어서 절이 들어서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건물주도 그런 의도였으나 허가내용과 반하여 일반거주지로 이용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차로 현불사 주차장까지 가서 거기서부터 걷지만 현불사까지의 길도 계곡과 나무, 바위가 어우러진 멋진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차를 백천분소 주차장에 놓고 도보로 접근할 것을 강력 추천한다.


코스가 시작되는 대현리는 예전에 연화광산이 있던 곳으로 광산의 규모가 커서 사택으로 쓰던 50가구 아파트 3채가 빈집으로 남아있다. 광업소 자리에는 일본인 기술자를 위한 숙소도 벽돌집으로 아담하게 지어져 있다. 주위를 걸어 보면 어렴풋하게 예전의 광산촌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국립공원백천분소 주차장에 차를 두고 조금 걸으면 냇물을 만나는데 이 냇물이 천연기념물 74호 열목어 (Manchurian Trout)가 살기에 1962년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물 수온이 낮고 용존산 소율이 높아야 (최소 6ppm) 산다는 열목어가 살 수 있는 세계적인 남방한계선이기에 의미가 있다. 덧붙여 이곳에는 조록바위봉에 또 다른 천연기념물 217호 인 산양이 살고 있고 또 천연기념물 330호 수달이 살고 있다. 이곳이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이 3종이나 살고 있는 아주 희귀한 청정구역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징표다. 

 
국립공원지킴이가 겨울 출근길에 만난 산양과 흘러가는 귀룽나무꽃잎 밑에서 유유히 머물러 있는 열목어

동물이나 물고기 서식지라는 표지만 있을 뿐 그 자취마저 희미한 다른 곳과 달리 열목어는 오는 손님들을 위해 늘 그 모습을 보여준다. 현불사 주차장 입구에는 열목어 관람대가 있어 갈 때마다 볼 수가 있었다. 몇 년 전에는 탐방지원센터 근처에서 그들을 보았는데 3월 말/4월 초에 중류에서 올라온 열목어는 상류의 평평한 돌밭에 산란하고 현불사 근처에 머물고 있다가 겨울에는 아래로 내려간다고 한다.


봉화열목어캠핑장은 옛 대현분교로 지금은 캠핑장, 연수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백천계곡에 조그만 물놀이장도 관리한다. 물이 차가원 오래 들어가 있을 수 없으나 깨끗한 물에 소나무 숲 그늘이 운치가 있어 한 여름의 더위를 식힐 만한 장소인데 외지인에게는 1일 2만 원의  입장료가 부과된다.  백천계곡의 마지막 부분이어서 지정 외 지역이어서 가능한 것인데 이 계곡물은 청옥산에서 내려오는 계곡과 합류하게 된다.


물놀이장


물놀이장을 지나면 소나무 숲길을 만나는데 키 큰 소나무들이 길 따라 양옆에 배열되어 있어 광릉수목원의 길을 연상하게 하며 분위기가 좋아 지나가는 차들도 차에서 내려 걷거나 사진을 찍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이 멋진 가로수 길은 현불사 도착 전에 다시 한번 더 만날 수 있다.

지난 3월 대설시와 5월의 풍경

 

가는 길에 만나는 풍광1


풍광2

소나무길을 지나면 만나는 약간 길이 넓어지며 길 왼쪽의 바위벽 사이에 바위떡풀이 있는 곳이다. 은퇴 전 현역시절 야생화 찍으러 다닐 때 왔었다.  곳이다. 10년 뒤 내가 봉화에 터를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전혀 생각지 못했었으나 즐겁게 지낼 수 있어서 산다는 것은 참 흥미롭고 매력적인 일이다. 당시 들은 현불사의 큰스님은 어느 대통령의 당선을 맞히시곤 유명세를 타게 되어 절도 융성해져서 넓은 주차장이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대선 선거 뒤에는 가끔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분의 얘기가 나오곤 한다. 정치를 하는 분들이 점술 역술에 매달리는 것은 고대 '주역'때부터이니 역사와 전통이 있는 일이다. 그러니 뭐라 할 수 없는 일이고 지당한 일일까?

그러나 잘 나가던 절도 큰스님 돌아가신 후에 내분이 생겨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되어 보통 절과는 다르게 출입통제 바리케이드가 있고 경비실이 입구에 있다. 예전에는 경내 이곳저곳에 남자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본 적도 있는데 요즘은 조용하다. 현불사 입구를 지나면 곧이어 열목어 관람대가 있다. 이 관람대에는 갈 때마다 관람객을 배려하는 열목어를 한 두 마리 늘 볼 수가 있다. 

현불사 주차장을 지나면서 백천마을이 시작되는데 차 한 대 지날 수 있는 길이 탐방지원센터까지 이어지고 그 사이에 6 가구와 카페가 산재해 있다. 가는 길에 국립공원해설사가 진행하는 탐방프로그램객을 만났다. 매주 주말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잠깐 해먹에서 쉬기도 하고 냇물에 발을 담글 수도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마친 탐방객을 귀가 길에 다시 만났는데 즐거웠다고 한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해먹도 프로그램에 쓰이는 것이라고 한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주말 반나절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백천마을 탐방프로그램 1
탐방프로그램 시행지

마을길에 보이는 당집과 당나무, 당집은 오래되어 쇄락했으나 길가에 당나무는 최근 이루어진 것이다.

당집과 당나무

모든 집들은 저마다의 택호를 붙여 멋진 명판을 만들어 놓았다. 옛집을 지나면 끝집과 탐방지원센터가 있고 계곡 깊은 길로 태백산 경내로 들어간다. 계속 계곡을 따라가다 천제단 가는 길과 문수봉 가는 길이 갈라지고 도도 인가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까지가 백천명품마을길이다. 마을 자체가 해발 650m에 위치해 있다고는 하나 거의 경사를 느낄 수 없는 완만하고 한적하고 멋진 길이다.

발길을 돌려 내려오다 보면 제일 마지막 집, 올라갈 땐 첫째 집이 투방집인데 10월까지 간이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백천면옥이 투방집인데 이곳의 산나물 전은 어수리가 많이 들어가고 감자전분도 있어 향긋하고 쫄깃한 전이 일품이었다. 게다가 석포면 석포양조장의 좁쌀막걸리는 인근 면에서도 일부러 사러 갈 정도로 인기가 있는 술이어서 전 한 조각에 좁쌀막걸리 한 잔은 이미 풍광에 거나해진 흥취를 한껏 높여주어 돌아오는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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