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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Jun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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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이상 낙과를  보는 다른 시각들

올해 사과나무에  이상현상이 나타나서 착과가 된 사과들이 떨어지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원래 사과에는 June Drop이라고 불리는 생리적 조절 현상이 있으나 이번처럼 대규모로 넓은 지역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조생종 사과의 피해가 특히 심해서 약 30-40%의 생산량 감소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다행히도 피해가 경미한 편이어서 원인 파악에  더 관심을 가지고 여기저기 관련 사이트들을 조사했는데 

초유의 현상인 데다가 여러 가지 변수와 요인들로 서로 다른 원인 분석들만 있고 아직 공인된 원인 분석은 없다.


과학이 발달하고 저마다 손안에 컴퓨터를 능가하는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시대이긴 하지만 "생리적 현상"을 분석하고 처방을 하는 것은 마치  가지고 있는 재료 만으로 요리를 만드는 과정과 흡사해 보인다.

동일한 현상을 분석하는 데 사용되는 과거 한 달간의 날씨 요인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분석되고 사용된다.


1. 발생 상황

5월 하순부터 착과된 사과가 노랗게 변하면서 떨어지는 현상 발생


2. 원인분석 자료


A. 농업기술센터

B. 농수축식품부 발표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자료

C. K대 사과연구소 밴드 자료

(전략)

탄수화물에 대한 새순과 어린 과실 간의 경쟁에 있어서 새순이 절대적으로 앞서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탄수화물이 부족하여도 새순과 잎의 발달은 정상적으로 일어나나 사과는 아예 떨어져 버립니다 며칠간만이라도 탄수화물 부족으로 과실비대가 떨어지면 7~10 후에 낙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해외에서는 광합성을 줄이면 낙과가 많이 된다는 원리를 활용하여 만개  20~30일부터 3~7일 정도 차광망을 씌워서 낙과를 유발하여 친환경적으로 적과를 하는 것에 대한 연구결과가 다수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의 전국적인 유과기 낙과는 탄수화물 불균형에서 유발된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해의 만개기는 홍로는 4 10~20후지는 15~25일로 평년보다  빨랐습니다올해는 봄비가 잦아 탄수화물 수급에 민감한 만개 2~4 후인 5 상중순의 일조시간이 경북 영천의 경우 11.2시간으로 평년의 14.7시간에 비해 현저히 짧았으므로(그림 5) 그만큼 광합성이 떨어졌다고 봅니다. 

 

그림 5. 경북 영천의 평년대비 2018 4~5 일조시수
 
 5
 2, 6, 7, 8, 12일은 일조시간 0, 16일은 0.6시간에 불과한 상태에서 야간 최저 온도는 16 23.1, 17 21.5℃의 열대야에 버금가는 고온을 기록하면서(그림 6) 호흡량이 급증하여  무렵에 탄수화물 기아에 빠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따라서 대부분 과실의 비대가 억제 또는 정지되고 이들이 5 하순에 노랗게 변하면서 낙과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유과를 잘라보면 과실  종자 수가 평년보다 적은 것을   있는데  또한 낙과율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어쨌든 지구온난화와 함께 이상기상현상이 잦아지면서 농사에서의 여러 가지 돌발현상은 앞으로도 피할  없을  같습니다 

그림 6. 경북 영천의 평년대비 2018년 4~5월 일 최고 및 최저기온 변화

 
 
착과량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수량급감을 피할  없는 상황이고 당장은 과번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것입니다결실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영양제나 추비를 주는 우를 범하지 말고 유인적심환상박피뿌리전정열간  수관하부 초생 등을 통해 수세를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에 심혈을 기울이길 당부 드립니다.


D. 농수축산신문 

(소제목만 기록)

- 이상저온…과수농가 초토화
 봄동상해 특약…기본보험료 50%추가 농업인 ‘부담’
 조기낙과…올해 농사 끝난 농가도
 값 비싼 보험료에 불안 떨며 과수농사…정부차원 대책 절실


E. 참고자료

지인을 통해 받은 미국 동부의 자료.

공교롭게도 미국 동부에서도 우리와 같이 착과 후 일기가 좋지 못해서 (덥고 구름 많은 날과 비 오는 날 그리고 따뜻한 야간기온) 나무가 탄수화물을 충분이 생산하지 못해서 자연적인 낙과를 유발하고 있고 적과제를 15% 감량하라고 한다.


3. 자료 비교


모든 분석자료들이 4월과 5월의 기온 자료를 언급하고 있으나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축수산신문은 4월의 저온과 5월의 급격한 기온변화를 원인으로 얘기하는데 반하여 미국과 K대 사과연구소는 착과 이후의 고르지 못한 날씨로 나무가 충분한 탄수화물을 생산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자연 낙과된 사과의 형태가 다르긴 하지만 일정 크기(22mm)에 못 미치는 작은 사과들이 떨어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상과 비슷하다.


각기 언급한 원인에 맞추어 4월과 5월의 기상데이터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농림축식품부는 4월의 최저온도와 5월의 평균온도가 평년 온도보다 5도 정도 낮았다는 것을 강조한 반면

K대 사과연구소는 5월의 야간온도가 열대야가 가까울 만큼 더웠다는 것을 원인으로 삼았다.


4. 개인적인 견해


내 상황이 나쁘지 않은 탓인지 몰라도 나는 K대와 미국의 자료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게다가 날씨를 분석하고 적과제 사용에 관해 실질적인 충고를 제때에 제공하는 시스템이 말할 수 없이 부럽기까지 하다. 우리에게는 기본적으로 그런 시스템이 없고 대개는 문제가 발생하고 난 후에 들을 수 있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내 과수원의 피해상황이 심각하다면 아마도 저온피해라고 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견해에 강력히 동조하였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농림부에서도 탄수화물 부족에  동조하고 싶은 연구원들도 있겠지만 저온피해가 확실히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지 않는 한 (대개 그런 명백한 증거는 불가능하다.) 피해 본 농민들 생각하면 정치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어린 사과가 떨어지는 자연현상에 대한 원인 분석은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답이 금방 나올 것 같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 생명이 있는 존재의 생리적 현상은 정확한 분석이 쉽지 않다.

- 그런 이유로 한정된 재료 (기온, 지난해의 기상자료 등)를 가지고 공통분모가 많은 쪽으로 가설을 만들고
   그에   맞는 재료를 선택한다.

- 때로는 직접적인 원인 외에 피해 당사자 구제를 위한 정치적 고려도 불가피하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사연으로 우리는 모든 사안에 "확증편향"의 색안경이나 "정치적 고려"의 색안경을 쓰고 코끼리를 본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낙과 피해상황은 6월 20일까지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고 보험의 적용여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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