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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Aug 12. 2018

쓰가루 (아오리) 사과

Pretty Women in 사과


두산백과쓰가루(아오리)

요약 골든 딜리셔스에 홍옥을 교배하여 만든 사과 품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오리로 알려져 있다.
일본 아오모리 사과시험장에서 '골든 딜리셔스'에 '홍옥'을 교배하여 '아오리 2호'로 이름 지었다가, 1975년에 '쓰가루'란 이름으로 최종 등록하였다. 교배 당시 라벨을 분실하여 홍옥과 교배한 것임을 알지 못하였으나, 최근 유전자분석을 통해 홍옥임이 밝혀졌다.

우리 나라에는 1973년에 도입하여 1976년에 선발하였으며 '아오리'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꽃피는 시기는 5월 초이며 열매가 익는 시기는 8월 하순~9월 상순경이다. 무게는 150~300g 정도이며 형태는 원형 또는 긴 원형이다. 껍질은 엷은 붉은빛(담홍색)이다. 속살은 황백색으로 조직이 치밀하고 과즙이 많아 맛이 매우 좋다. 저장기간은 20일 정도이고, 저장 중 열매 표면에서 유질(脂質, 물에 녹지 않는 유연성을 가진 물질)이 나온다. 수확 전에 열매가 가지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기온이 높으면 열매껍질의 색이 고르지 못한 단점이 있다.






사과 농사를 짓기 전에는 아오리를 먹지 않았다. 사과를 좋아하긴 하지만 아오리 사과 맛은 좋아하려면 노력이 필요한 그런 맛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농사를 시작한 첫 2년은 선배들의 말을 따라 8월 초에 파란 아오리로 안동 공판장에 사과를 팔았다. 그러면서 아오리 즉 쓰가루가 원래는 보통 사과처럼 붉은색이며 맛 또한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쓰가루의 사과 맛은 겨울사과인 후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당도도 공식적인 수치는 13.5%로 달고 나름의 상큼한 맛이 있다. 마치 겨우내 김장김치만을 먹다가 봄에 새로 난 배추로 담가먹는 그런 느낌도 있어서 우리 과원에서는 제대로 익은 쓰가루를 수확 판매한다. 쓰가루는 갈지 않은 원석으로 Pretty Women의 쥴리아 로버츠 같이 익으면 멋진 사과가 된다. 입맛이란 것이 간사해서 그동안 즐겨먹던 지난겨울 부사 사과는 쓰가루 낙과가 생기면서 본 지가 오래다. 역시 제 철의 음식 맛이 제일이다.

당도고 있고 상큼한 맛도 좋아서 Pretty Women 이긴 하지만 단점은 저장기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통상 2-3주 보관상태에 따라 다른다. 그 기간이 지나면 광육이 분질화 되어 푸석거리게 된다. 이는 생육기간을 비교하면 쉽게 이해가 되는데 모든 사과의 꽃피는 시기는 거의 동일하다. 조생종 사과와 만생종 사과 (부사)의 개화시기의 차이는 길어야 1-3일로 거의 차이가 없는데 생육기간은 길게는 2.5개월의 차이가 난다. 같은 시기에 꽃이 ㅍ었지만 쓰가루는 8월 중순 이후, 부사는 10월 말, 11월 초에 수확하게 되므로 육질의 차이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쓰가루는 쟁여 놓고 혼자 먹는 사과가 아니라 나눠먹는 사과다.


현재도 대세는 푸른 아오리인데 이는 유통구조와 수확 전에 낙과가 많은 쓰가루의 성질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 경험적으로 빨리 출하되는 농산품의 가격이 희소성 등으로 인하여 항상 높은 편이어서 쓰가루는 아직 사과의 전분이 당 분화되기 이전의 푸른 사과로 인식이 되어있고 또 그 상태로 수확을 하면 낙과로 인한 손실이 없어 생산자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설익은 쓰가루 사과를 먹는 관습이 자리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붉게 익히려면 낙과 등의 손실이 있어 가격이 더 올라가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다.


왼쪽 사진처럼 붉게 익으면 맛있지만 아침에 나가보면 밤사이 낙과된 사과들이 즐비하다. 붉은 사과는 새들도 좋아한다.

우리 밭은 낙과가 시작된 지 5일째인데 이미 저온 저장고에는 떨어졌지만 멀쩡한 사과들이 7 상자가 있다. 상처가 나거나 새들이 쪼아서 떨어진 사과도 3 상자나 버렸으니 하루에 2 상자씩 문제가 생기는 셈인데 이제 수확기가 가까워질수록 숫자는 많아질 것이다. 2년 전에는 거의 50 상자로 사과주스를 만들었다. 그때는 떨어지는 사과에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수확을 위한 비용으로 생각하기로 하니 한결 맘이 편하다.


낙과야 연례행사니 그렇다 치지만 올해의 뜨겁고 건조한 여름 햇빛은 사과를 많이 데게 했다. 햇빛에 껍질이 데이는 일소현상 또한 연례행사이긴 하지만 올해는 특별히 더운 여름 이어선지 통상의 연례행사 수준을 넘었다.

일소방지를 위해서는 안개분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거나 아니면 탄산칼슘 가루를 뿌리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 과원은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 탄산칼슘을 엽면 살포했다, 그것도 3번씩이나. 통상적인 연례행사는  한 번이면 족했다. 3번씩이나 하다 보니 탄산칼슘 가루가 사과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게 문제다. 탄산칼슘은 무해한 가루로 세척 시 없어지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흰 것이 묻어 있으면 무조건 농약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나도 소비자 시절엔 흰색은 무조건 농약이라고 생각했다. 포도의 흰색도 농약인 줄 알고 있던 적도 있긴 하다.


비 온 뒤 젖어 있는  사과인데 미세한 탄산가루를 물에 섞어 살포하면 비슷한 모양이 되어 일부가 우측 사진의 흰점으로 남게 된다.

농약이란 말이 나온 김에 우리 과원은 년 10회 방제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사과 꽃 피기 전부터 수확 시까지 총 10회의 방제를 한다는 것으로 대개는 4월 말부터  8월 말까지의 기간 동안 14-15일 간격으로 살포하는데 이는 봉화란 지역의 평균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아 가능한 일이다. 9월에 수확하는 홍로 등 중생종과 10월 말/11월 초에 수확하는 부사 등은 특별히 해충이나 턴저병이 창궐하지 않는 한 추가 방제을 하지 않는다. 과원에서 일하다 목이 마르면 사과를 따서 몇 번 손수건으로 문지르고 먹는 것이 그런 이유다.


쓰가루는 8월 중순 이후 수확을 하기 때문에 방제기간에 걸쳐 있어서 방제 시에 무척 신경이 쓰인다. 8월 더위도 에어컨이 시원한 트랙터를 운전하며 방제할 때는 문제가 안되는데 쓰가루가 과원의 중간 가장 긴 2줄에 분포하고 있어서 그 2줄과 양쪽의 한 줄씩 총 4줄에 대해 수동으로 쓰가루 나무를 피해서 살포하느라 추가로 한 시간이 더 소요된다. 그러나 비 산하는 약들을 제어할 수 없어서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작년에 처음으로 쓰가루에 대한 농약잔류검사를 받아 보니 놀랍게도 검출된 농약이 없어서 담당자가 유기농 하시냐고 물었다.


농약잔류검사는 현재까지 320종의 유해물질을 대상으로 검사하는데 각 물질마다 설정된 잔류허용기준은 매일 그 정도의 양을 섭취해도 문제가 없는 정도를 말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유기농은 아니지만 "불검출"이 목표인데 뜻밖에도 쓰가루에서 달성했다. 유기농도 아니면서 "불검출"을 목표로 하는 이유는 현재의 농약들은 광분해로 농약에 따라 7-21일 이내에  광분해되기 때문이다. 내 기록은 잔류허용기준치의 100분의 1 내지 몇십 분의 1인 수치이긴 하지만 2-4개의 물질이 나오고 있어 그 성분이 함유된 약품을 체크하여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4종류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올해 가격을 조사하느라 인터넷을 보니 한 농장의 검사서는 모두 다 "적합"판정을 받긴 했지만 무려 13종이나 있어서 상대적 위안을 받았다.


좌측이 쓰가루 우측이 중생종
포장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동생이 복숭아를 보내 주었는데 놀랍게 2개의 주머니로 색을 맞춰 개별포장을 하여 난좌에 넣은 포장이었다. 내가 알기론 선물용 사과도 저런 식으로 개별포장을 하여 보내기도 하지만 색을 대비하느라 혹은 사이즈를 키우느라 합성수지 캡을 2개씩 쓴 것은 처음 보았고 맘이 편치 않다.

우리 사과밭 옆 밭에서는 수수가 한창인데 수수의 이삭들이 잘 접혀 포장이 되어 있다가 펼쳐지는 모습이 애플사의 상품 포장을 연상하게 했다. 애플 사는 제품도 멋지지만 그 포장도 인상적이어서 처음 애플 제품을 받았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간결하지만 안전하고 세련되었다. 

아직 우리 과원의 사과포장도 남들과 다를 바 없지만 올해는 플라스틱 난좌를 종이 난좌로 대체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플라스틱은 쓰레기로 버려지지만 종이난좌는 재생이 가능할 테니까. 쓸데없는 쓰레기는 줄이자는 의도인데 저렇게 돈 들여가며 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저들만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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