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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Aug 05. 2018

2018년 7월 영농일지

유례없는 혹서기의 사과밭

과수원에 설치된 AWS(all weather system)가 기록한 봉화 소천면 우리 과수원의 지난 한 달간 온도 그라프. 7/12일 30도  돌파한 이후 25일간 계속 최고기온 30도 이상을 유지하고, 최고기온 35도 이상인 날도 18일이나 된다. 8월 3일의 최고기온은 40도를 넘었으니 그 또한 기록적인 고온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저온도가 20-23도를 유지하고 있어 열대야 없이 잠은 잘 잘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으로 큰 복이다. 지난주에 서울 집에서 하루 잘 때는 에어컨을 켜야 잘 수가 있었다. 예전 출장 다닐 땐 동남아 지역이나 중동지역에서도 잘 때는 에어컨을 끄고 잤었는데...


더위에 살아남기

7월의 과원 중요사항은 병, 해충방제와 물관리 그리고 수관하부 잡초관리 등인데 고온 건조하여 병의 발생은 상대적으로 적으나 강한 햇빛으로 일소현상이 많이 생기는 것이 고민이다. 사과의 껍질이 화상을 입으면 이어서 병균이 침입하여 병이 생기므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매년 일정 정도의 사과에 일소현상이 생기지만 올해는 그 현상이 더욱 심하다. 그래도 이 정도의 손해로 이상기후의 피해를 막는다면 아주 잘 된 일인 것이 주변의 약초들은 강한 햇빛을 받아 다 녹아내렸다. 멀쩡했던 우리 과원 아래 동호네와 정원이네 황기 밭은 완전 운동장이 되었. 약초는 더운 곳에선 뿌리가 녹아내린다고  하는데  그동안  계속 스프링 쿨러로 물을 공급했어도 소용이 없으니 식물의 재배 한계는 명확하고 냉정한 셈이다. 이곳이 내가 온 해까지만 해도 메밀꽃피는 마을로 유명했던 곳이나 날씨가 더워 메밀이 영글지 못해서 지난 몇 년은 메밀밭을 보질 못했는데  주 농산물인 약초까지 이러면 안 되는데 올해 보다도 앞으로가 걱정스러운 일이다.


농촌진흥청 연구결과에 의하면 수관하부에 제초제를 살포하는 것보다는 초생재배를 하는 것이 고온이 지속되는 온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며, 직사광선을 막는 효과가 있는 탄산칼슘(크레프논, 카올린)등을 살포해주는 방법을 권하고 있는데 탄산칼슘은 물에 녹지 않는 하얀 고형체로 무해한 가루지만 잔유물이 있을 경우 농약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 염화 칼슘제로 된  보호제만 3번을 살포했는데 3번씩이나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녹아내린 황기밭과 일소피해과들

날이 이렇게 덥고 메마르면 과일도 크지 않는다. 흔히 가물어도 물만 열심히 주면 생육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과원 주들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경북대 이인중 교수님에 의하면 날이 가물면 뿌리 부분에 충분한 수분이 공급이 되어도 나무가 건조한 기후를 인지하여 수분 증발을 억제하기 위하여 기공을 열지 않으므로 동화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매주 5그루의 나무에서 5개의 사과의 직경을 측정하고 있는데 지난 2주간의 성장률이 그 전주 성장분의 118%에 지나지 않으니 14일 중에서 거의 6일 가까이는 성장을 멈춘 셈이다. 혹독한 자연환경에 맞추어 살아가기 위한 자연의 섭리에 경의를...

나도 살아 남기 위해 요즘은 근로시간을 아침 6시- 9시까지 그리고 저녁 6시 -7:30까지로 변경하긴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낮 시간을 비몽사몽으로 붕 떠서 지낸다. 나무도 그렇게 보낼 것 같다.

이사 왔을 때 삼성전자 직원이  냉장고를 배달해주면서  에어컨이 필요 없는 곳이라 헸는데  지금이라면 그도 마음을 바꿀터이나 그러면 안 되는 것이 한번 들어오면 밭에 나가지 않을 확률이 높아서 절대 불가하다.

앞서 약초의 경우에서 보듯이 기온만 문제가 아니라 지온도 문제가 될 것이므로  한국과학기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National Digirtal Science Library(NDSL)에서 지온에 관해 찾아본 결과 다음의 논문을 찾을 수 있었다.


근권(根圈) 온도환경(溫度環境)이 사과나무의 생육(生育) 및 엽중(葉中) 무기성분함량(無機成分含量)에 미치는 영향 - 박진면/노희명, 국립원예특작과학원  

 3개월간의 근권온도(根圈溫度) 처리(處理)는  30∼35 ∘ C에서 수체(樹體) 및 뿌리의 생육(生育)이 촉진되며  25∼30 ∘ C에서 엽중 무기성분함량(無機成分含量)이 가장 높아 우리나라의 기후에서 일시적으로 지온이  30 ∘ C정도 되어도 Fuji/M26 사과 품종(品種)은 재배(栽培)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고, 영양진단(營養診斷)에 의한 시비관리(施肥管理)를 하는 경우 엽중(葉中) 무기성분함량(無機成分含量)은 물론 근권(根圈)의 온도(溫度)와 기상조건(氣象條件)을 함께 고려함이 바람직하다              


지난 7월 21일 이후 우리 밭의 지온은 25도-30도를 오르내리고 있으니 현 상태로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 오래가지만 않는다면. 


농약에 관해 상반된 내 입장 - 제초제

가문 날이 계속되고 더울 때면 많은 사람들이 하는 질문이 있다. 사과나무 밑에 풀 처리.

수분 유지를 위해서는 열간 초생재배가 유리한데 풀이 너무 크면 수분을 많이 섭취하므로 베어서 덮어 놓으라는 것이 통설이다.

농약 혹은 유기농에 관해 명쾌한 결론을 갖기 위해서는 분명 더 많은 학습과 지식의 습득이 필요한 일이지만 현재까지 내 생각은 방제 (살균, 살충, 살비제)는 기존의 농약을 남용하지 않고 되도록 적게 사용하는 것이 생산자, 소비자, 자연에 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내 상식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개인적인 상식이란 개인적인 믿음과 비슷하고 객관적인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해야 된다.

양약의 호르몬제 (농약)와 같은 성분이 있는 한약재 (천연 살충 혹은 살균제)

농약은 포장지에 명시된 기일이 지나면 광분해 된다는 제조사의 표기를 어느 정도 신뢰

농약의 저항성 혹은 내성에 관한 지식기반

유기농은 일종의 성역같아서 냉정하고  충분한 조사가 안되어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제초제다. 

농약이란 살균제, 살충제, 살비제 그리고 제초제의 통칭인데 제초제만 아직 안 쓰고 있는 이유는 내가 몸으로 때우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과수원은 3-4미터 간격의 작업공간을 두고(이를 열이라고 부른다) 1-2미터 사이로 나무를 심는데 나무 밑에는 아무것도 자리지 않게 하여 나무와 영양 쟁탈을 하지 않게 하고  열간만 풀을 키우는 것이 해충에 대한 천적을 키울 수 있어 (초생재배) 권장하고 있다. 수관하부에 아무것도 자라게 하지 않으려면 제초제를 사용하거나 빛을 가릴 수 있는 천으로 덮어서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하거나 자주 깎아 주어서 잘 자라지 못하게 해야 한다. 나의 선택은 기존의 18년생 나무는 자주 깎아주는 것으로 그리고 작년에 심은 유목은 차광막천을 덮어서 잡초 발생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18년생나무 (왼쪽)과  차광막을 덮은 유목, 열간 중앙은 일부러 제초를 하지 않고 있다.

덕분에 몸이 몹시 고달픈데 ( 제초제 사용보다 약 2주 이상 소요) 현재 방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순전히 감정적 혹은 감성적인 이유로 비과학적이다.

지금은 금지된 약이지만 그라목손이란 제초제는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아펐다. 현재 사용되는 제초제는 그런 강력하고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처음 그 약을 살포하는 광경을 봤을 때는  농사짓기 전이지만 인상이 강렬했다. 자살용으로 많이 쓰여 금지되었지만 담당교수님 말씀으론 효능과 광분해성이 뛰어난 약품이라고 한다.

현재의 제초제에 관해서는 심지어 지렁이와 토양 미생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토양 중 반감기도 15일 이내로 토양 중에 노출 시 매우 신속하게 분해 소실되어 그 위해성은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연구결과도 많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현재는 그렇지만 뜻하지 않은 내성 혹은 저항성 기종의 출현으로  복잡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몸으로 때워서 농약을 하나라도 덜 쓰면 모두가 좋다, 농약회사를 빼고. 다만 현재론 미련한 선택.
그래도 계속 고.


가장 더운 날이 가울의 시작인 셈이고 이미 8월 초순이니 곧 더웠던 지난여름 얘기를 할 때가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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