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읽은 자기계발서들
설국의 저자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우리나라에 와서 중앙박물관 도자기를 관람한 후 "만남"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 것이 마음에 남았다. 만남의 대상은 사람, 사물, 새로운 소식, 환경 등 수없이 많지만 사람과 더불어 책도 내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람을, 어떤 환경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가 달라지는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마치 내가 사과농사를 시작할 때 멘토가 누구인지에 따라 내 이해도와 나무가 달라지고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고 생산성이 달라지듯이.. 사람만큼은 아니더라도 내가 만나는 책 또한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농사를 시작할 때에 읽은 '식물의 정신세계"가 농사를 시작할 용기를 주었고 인터넷이 소개될 즈음에 후배가 추천한 짜임새 있는 읽을거리로 변화를 이해하며 쫒아 갈 수 있었던 것 등등.
새책을 만나는 것은 아주 오래전 미팅에 나가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는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이 책 안에 어떤 내용이 나를 자극할 것인지 혹은 어떤 울림을 줄 것인지 아니면 시간낭비, 돈 낭비를 한 것인지. 책을 만나는 경위 또한 중요한데 대개 콩 심은 데서 콩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판"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책 복덕방이다. 그 외에 독서모임, 신문 서평, 주위의 추천, 책방 방문 등을 통해 책을 만나게 된다. 또 내가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해서는 적극적으로 탐색하여 찾기도 한다. 대개는 여러 주제의 책들을 만나지만 마치 시나리오에 의한 것처럼 관심 있는 주제에 관련된 책들을 서로 다른 채널을 통하여 만나게 되는 때에는 잠시 운명론자가 되기도 한다.
농사 외에 나의 관심 주제는 "명상"과 "자기 계발"인데 올해는 유독 양쪽이 연관되는 책들을 많이 만났다.
'명상'의 위상이 예전 틱낫한 스님의 위빠사나 차원을 넘어서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는 경영진의 일상의 도구로 되었고 구글의 '챠드 멩 탄'이 지은 '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와 '기쁨에 접속하라'를 통하여 동양의 선 혹은 명상이 서양의 과학으로 입지를 튼튼이 한 것 같아 괜히 내가 기분이 좋아졌다. '명상"과 "자기계발"이 관련된 책들은 우선독서 대상에 올린다.
독서모임을 통하여 만난 " 닥터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는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포도주 고르듯 표지만을 보고 집어 든 책인데 스탠퍼드대학의 신경외과교수인 제임스 도티의 자전적인 얘기이다. '몸의 긴장 풀기'- '마음 길들이기'- '마음 열기'- '비전을 명확히 하기"의 4가지가 그의 삶을 바꾼 마술이다. 명상과 '비전을 가시화'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뇌리에 남았다. 그 후에 읽은 "자기계발서"는 다음과 같다.
스몰스텝 박요철 지음 2018.3
아침 5시의 기적 제프 샌더스 2017.2
미라클모닝 할 엘로드 2016.2
의도적이진 않았는데 위의 순서대로 책을 읽었다. 발행 순으로 읽기 시작하였다면 아마도 2번째, 3번째를 안 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닥터 도티.."와는 달리 위의 책들은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실행 스텝을 알려주며 체크리스트까지 제공하는 책의 형식과 하루 6분 혹은 10분이 하루를 인생을 바꾸는 기적을 만든다는 구호까지 비슷하다. SNS가 발달한 요즘은 책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글들이 '~하는 3가지' 형태의 글들이 주를 이루긴 한다.
사실은 맨 나중의 ' 미라클모닝' 읽기를 막 끝내고 독서노트를 쓰려고 했었다. 나름 실행계획도 세우면서..
그러다 올해 이런 류의 책들을 읽은 기억이 나서 정리를 해봤다. 읽을 때는 관심 주제에 연결되어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생각하며 즐겁게 읽었었지만 한편으론 상업적인 흐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를 보는듯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2016.2월 발행하여 2018년 4월 65쇄 발행이니 많이 인기를 끈 책이고 비슷한 아류가 성행할 만큼의 히트를 친 책이다. 나는 최근 성장판의 윤선욱 님의 정리를 보고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주제가 있는 글이라 퍼 나르다 책을 검색하여 구입하였다.
책에서 권하는 6가지, 명상- 다짐과 확신의 말-비전의 가시화 - 감사 혹은 자랑스런 결과의 일기 쓰기 - 독서- 운동-는 매우 좋은 조합으로 이를 꾸준히 하면 하루가 아니라 인생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닥터 도티..' 책을 덮으면서는 책이 주는 여운과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친절하게 스텝 바이 스텝으로 실행계획까지 알려주는 책을 읽곤 다른 생각이 들었다.
"자기계발서 그만 보자, 내가 모르는 것이 있어 문제가 아니라 알고는 있으되 실행을 안 하는 게 문제네". 나이를 먹으면 심술이 는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혹은 요즘의 핵심을 짚어주고 그를 따라 하는 대세를 못 좇아가서 그런지... 결국 "미라클모닝 6가지 방법을 실행하는 3가지 확실한 방법"이란 책이 나올 때까지 다른 계발서도 안 읽고 실행하겠다는 의지만을 지닌 체 실행은 안 하고 세월만 갈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