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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Dec 16. 2018

"창의성"에 관하여

정재승의 '열두발자국' 과 올리버 색스의 '의식의 강'에 나오는 창의성

중요한 PT를 앞에 두고 주제를 어떻게 잡고 접근할지를 고민만 하는데 날짜는 다가오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운전하다가 혹은 샤워하다가 번뜩 떠 오른 생각. 누구에게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몰두하던 주제에 대한 해결책이 전혀 예기치 않던 환경에서 생각나는 그런 경우에 대하여 최근에 읽은 두 책이 "창의성'의 관점에서 얘기하고 있다.


1. 저자와 책에 대하여

정재승(1972- ) 교수는 KAIST 물리학 박사로 현재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및 문술 미래전략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의사결정 신경과학이며 이를 바탕으로 정신질환 대뇌 모델링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열두발자국"은 그가 지난 10년간 일반인 대상으로 해온 뇌과학 강연 중에서 가장 흥미로은 강연 12편을 묶은 것으로 " 뇌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가 핵심주제다.

개인적으로 매스컴을 자주 타는 유명인사의 책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편인데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라는 저자 소개의 첫 문장에  책을 내려놓지 못했다. 저자는 젊었을 때부터 저술활동을 많이 했다.


올리버 색스 (1933-2015)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의학 학위 취득 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과 뉴욕대학을 거쳐 컬럼비아대학에서 신경정신과 임상교수로 일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인간의 뇌와 정신활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쉽고 감동적으로 들려주었다.  "의식의 강"은 올리버 색스가 사망하기 전에 뉴욕타인스등에 기고한 에세이 중에서 직접 선별한 것으로  구성되었다.  그가 쓴 베스트셀러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기억에 남아 '의식의 강'  책을 읽기 시작했다.


두 저자가 시대가 다르긴 하나 각기 뇌과학자 및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유사한 분야에 종사하는 셈인데 가가자의 책에서  창의성 혹은 창의력에 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2. 올리버 잭슨의 창의력


잭슨 박사는 "모방과 창조" 편에서 특별히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여행을 하기 위해 버스 계단에 발을 올려놓은 순간 혹은 어느 날 아침 바닷가의 절벽 위를 산책하다가 돌발적이고 찰나적이고 확실하게 생각 이난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의 경우와 고열과 불면증으로  날밤을 새운 다음 날 오랜 강행군을 한 후에 비몽사몽간에 관현악 서곡을 쓴 바그너의 예를 들었다. 그는 앞으로 개발될 뇌 영상화 장치가 기억의 종류를 구분하고 사용되는 구조를 알 수 있을지를 궁금해하며 자신의 창의적인 상태를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적 자아"의 발현으로 보았다.


미래에 개발될 기능적 뇌 영상화 (functional brain imaging ) 장치를 이용하여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자폐증 환자의 흉내 또는 모방'과 '바그너의 깊은 의식적, 무의식적 변형'을 구별할 수 있을까? '문자 그대로의 기억'과 '의식의 밑바탕에 깔린 푸루스 트적 기억'은 신경학적으로 다를까?  어떤 기억은 뇌의 발달과 회로에 별 영향을 안 미치고, 어떤 트라우마의 기억은 집요하고 변함없는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반해. 어떤 기억들은 통합되어 심오하고 창조적인 논리를 발달시키느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창의성이란 독창적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매우 독특하고 이례적인 생리 상태이며, 정교한 뇌 영상화 장치를 이용해 뇌를 촬영할 수 있다면, 무수한 뉴런 집단들의 연결과 동기화를 통해 광범위하게 활성화되어 있는 뇌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나는 글을 쓸 때 때때로 ,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들이 저절로 체계가 잡히고, 즉석에서 적절한 단어들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나의 성격과 신경증 neueosis을 상당 부분 우회하거나 초월할 수 있다고 느낀다. 그 상태의 나는 내가 아닌  not me 동시에 나의 가장 내밀한 부분 innermost part이며, 최상의 부분 the best part임에 틀림없다.


색슨 박사가 말하는 '최상의 부분'은 전술한 수학자 푸엥카레가 말한 "무의식적 자아"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푸엥카레의 무의식은 완전히 숨겨진 창조적 자아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매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한다.


3.. 정재승의 창의력


정재승 교수는 그의 일곱 번째 강연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서 창의력을 다루고 있다. 정교수는 올리버 색스 교수보다는 근 40년 늦게 태어났다. 정교수 시대 즉 우리 시대의 신경과학자들은 창의적인 발상의 실마리를 신경과학적인 접근으로 찾을 수 있다고 믿으며 그래서 연구자들은 창의적인 실험 참가자들을 fMRI 안에 눕혀 놓고 그들의 뇌를 촬영했다. 그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지만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바둑기사가 불리한 전세를 뒤엎는 창의적인 수를 두기 전, 수학 영재들이 창의적인 해법이 떠오르는 순간 등 '아하! 모멘트'상태의 뇌를 측정했다.


 그 결과 ,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 평소 신경 신호를 주고받지 않던,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뇌의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현상이 벌어지더라는 겁니다. 전두엽과 후두엽이, 측두엽과 두정엽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함께 정보를 처리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온다는 거죠. 창의성은 전전두엽 같은 가장 고등한 영역에서 만드러 지는 기능이 아니라, 뇌 전체를 두루 사용해야 만들어지는 능력이라는 겁니다.


"뇌 전체를 두루 사용해야" 하는 정교수의 글은  " 광범위하게 활성화되어 있는 뇌"를 예상하는 올리버 색슨 박사의 예측과 같은 의미로 보인다. (아래 중양선데이 2018.12.15 이광형 KAIST 바이오 뇌공학과 교수의 칼럼에 나온 뇌 활성화 사진 참조).

 다만 정교수의 방점은 " 평소 신호를 주고받지 않은 멀리 떨어져 있는 뇌의 영역끼리의 교감"에 있다. 앞으로 fMRI의 발달과 인지 신경과학분야가 더욱 발전되면 색슨 박사가 바라는 '기억'단위의 구분도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e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기)는  뇌 영역이 사용되면 그 영역으로 가는 혈류의 양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뇌혈류와 신경세포가 연관되어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여 뇌 활동을 측정한다.


<2018.12.15 중앙선데이>-말 많은 수능 국어 31번, 전두엽 자극하는 융합 문제 -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색슨 교수 시대의 에세이는 현상을 적시하고 이론을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했으나 요즘은 다르다. 결정장애를 가진 사람이 많아졌거나 혹은 다들  너무 바쁘게 살아서 인지는 모르나 문제를 제기하면 해결책도 제시해야 한다. 정교수는 요즘의 추세에 걸맞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주워 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를 위해 몇 가지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첫째, 신경세포는 운동을 할수록 더욱 많이 만들어진다. 꾸준한 운동( 자전거 타기 , 산책 등)이 뇌를 오랫동안 건강하게 만들어 나이가 들어서도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는 - "운동화 신은 뇌"- 존 레이티, 하버드 의대 정신과에서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꾸준한 운동이 젊은 신경세포를 만들어 뇌를 튼튼하게 한다고 한다.


  둘째, 충분한 수면도 중요하다. 수면 중에 의미 있는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넘기는 일을 한다.


 셋째, 의미 있는 세상과의 충돌, 즉 독서, 여행, 사람 만나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행될때 뇌의 서로 다른 영역들의 동조한다는 것을 정교수는 "실마리가 엉뚱한 곳에서 부터 풀린다"고 표현했다. 어떤 문제의 창의적인 해결책은 시야를 넓혀서 생각해야 한고 이는 어쩌면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고 많이 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며 결국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결론으로 돌아온다. 색슨 교수의 '가장 내밀한 부분"이며 내 안의 "최상의 파트'를 구동시키기 위해서는 정교수가 강연 초반에 언급한 "1만 시간의 법칙". 즉  창의적인 성취를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  창의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이 실망스러운 결론이긴 하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우리가 해야 할 훈련의 내용이 '산책, 충분한 휴식, 독서, 여행 그리고 사람 만나기" 라니. 


(참고자료, 2016.8.10)
사이언스온 - 신경과학자들이 말하는, “기억이란 ___이다”                                                        

■ 기억의 과학, 기본 개념들

1000억 개 뉴런, 100조 개 시냅스
이들은 기억에서 무슨 일을 할까?




기억에 관한 연구결과가 곧잘 뉴스로 보도됩니다. 기억을 다룬 과학 뉴스를 좀 더 흥미롭게 보려면, 신경과학의 몇 가지 용어에 익숙해지는 게 좋습니다. 기억은 뇌 신경세포와 시냅스에 저장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뇌에는 엄청나게 많은 신경세포(뉴런)가 있죠. 그 수를 실제로 센다는 건 어렵기에 어림짐작으로 추산합니다. 널리 인용되는 뇌 신경세포의 수는 대략 1000억 개이지만 최근엔 860억 개라는 좀 더 정밀해 보이는 수치도 제시되네요. 다른 체세포와 달리 신경세포엔 매우 많은 가지(가지돌기와 축삭)들이 뻗어나와 서로 연결되는데, 신경세포 하나에 무려 수천, 수만 가지가 나 있다고 합니다. 신경세포들의 가지와 가지를 이어주어 신호를 주고받는 부위가 바로 시냅스입니다. 그러니 사람 뇌엔 무려 수십 조 내지 100조 개의 시냅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신경세포, 그리고 이들을 잇는 어마어마한 수의 연결 패턴은 우리가 뇌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신경세포들은 기본적으로 전기적 방법으로 소통하지만, 세포들끼리 신호 전달은 주로 시냅스에서 물질을 교환해 이뤄집니다. 글루타민산염, 도파민, 세로토닌 물질이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죠. 간단히 말하면, 신호를 보내려는 신경세포에서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은 신호를 받아들이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흥분하게 하거나 억제합니다.


흥분’과 ‘억제’는 매우 중요한 열쇳말입니다. 스위치를 켜고(+, 흥분성) 끄는(-, 억제성) 것에 비유해 상상하셔도 됩니다. 어떤 신경세포는 주로 흥분성 물질을 내는 흥분성 신경세포이며, 어떤 것은 반대로 억제성 신경세포입니다. 억제성 신경세포가 억제성 신경세포를 억제하기도 합니다. 탈억제 신경세포의 구실을 하는 것입니다. 흥분성 물질이 파도타기를 하듯이 여러 흥분성 신경세포를 거쳐 먼 거리에 있는 신경세포를 흥분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흥분과 억제는 수십조 개의 시냅스를 통해 수백억 개의 신경세포를 깨우거나 잠재우는 뇌의 협주에서, 기본적인 작동 기제가 됩니다.



기억의 메커니즘은 이런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작용을 통해 일어납니다. 그것은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분자들에 나타나는 변화이기도 하며, 또한 세포들 간 연결 패턴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기억이 어떤 생물학적 현상인지를 말해주는 단 하나의 답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기억을 일으키는 여러 현상의 여러 측면이 지금 막 밝혀지고 있으니까요. 기억이 저장된 분자, 세포, 연결망 수준의 흔적, 즉 ‘기억 흔적’ 또는 ‘기억 장소’를 일컬어 과학자들은

 엔그램(engram)이라 부릅니다. 박형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겸무교수는 “예전엔 모호한 개념이었지만 점차 기억과 관련한 신경세포들과 그 연결 패턴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엔그램도 점차 생물학적인 실체로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오철우 기자]



 » 기억 형성에 중요한 해마 영역의 3차원 신경망. 3차원 전자현미경(SEM)'으로 관측. 한국뇌연구원 제공




■ 이런 연구, 저런 발견

가짜 기억 만들고 치매 쥐 기억 회복하고…


최근의 몇몇 연구결과들이 기억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던져주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신경세포(뉴런)의 활성을 선별해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기법(‘광유전’학’)이 등장하면서, 이전까지 실험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기억의 특성을 신경세포 수준에서 보여주고 있다.

두 기억의 연결, 기억세포의 경쟁
http://scienceon.hani.co.kr/420356
멋진 옷을 차려 있고 거울 앞에 선 기억, 이어 집을 나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딜 뻔한 기억은 왜 쉽게 연결되어 회상될까?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아동병원과 토론토대학 등의 연구진은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난 두 사건의 기억은 동일한 신경세포 집합에 겹쳐 저장된다는 쥐실험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왜일까? 연구진은 앞서 기억이 생성될 때 흥분한 신경세포의 활성이 한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뒤이은 기억의 생성에도 손쉽게 선택되어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경세포의 흥분성이 기억을 이루는 신경세포 집합에 참여하는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참여한 박성모 토론토대학 연구원(박사)은 “단일 기억을 주로 다루었던 이전 연구들과 달리 이 연구에선 두 가지의 연합기억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그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주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억 세포들의 활성을 조절하니 가까운 시간대의 두 기억이 분리하거나 먼 시간대의 두 기억을 연결하는 것도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연결을 잃을 뿐

http://scienceon.hani.co.kr/378874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게 곧바로 기억의 소실을 뜻하진 않음을 보여주는 연구도 제시됐다. 지난 4월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등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질환을 지닌 쥐를 이용해 이런 연구의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어떤 경험을 하고도 곧바로 잊어버리는 치매증세의 쥐 뇌에서 기억 세포들의 연결지점을 일부러 활성화하는 자극을 주자 실험 쥐가 기억을 회상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회복된 기억은 일정 시간 지속됐다. 이는 기억이 기억 세포들에 저장되지만 그 기억의 장소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할 때 떠올리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로서 주목받았다.

기억은 견고할까, 기억 바꾸기
http://scienceon.hani.co.kr/114991
같은 일본·미국 연구진은 2013년엔 실험용 쥐의 기억 세포들의 활성을 조절함으로써 쥐들이 겪지 않은 경험을 마치 실제 겪은 듯이 회상하게 하는 ‘가짜 기억’을 만들어냈다. <사이언스>에 실린 이 연구는 기억의 생성과 저장이 특정한 신경세포 집합에서 이뤄지며, 이 기억 세포들의 활성을 조절하면 기억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009년 <사이언스>에 ‘공포 기억 지우기’라는 논문을 낸 한진희 카이스트 교수는 “이런 실험결과는 기억이 실제 경험이 아니라 기억 세포의 활성 조절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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