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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Jan 06. 2019

결대로  살기

장작을 준비하며....

봉화에서 여섯 번째인  올 겨울 장작은 꽤가 나서 좀 쉽게 갔다. 긴 참나무를 트럭에 실어 와서 엔진톱으로 적당한 길이로 자르는 과정을 생략하고 잘라진 나무를 샀다. 미리 도끼로 패서 장작을 만들어 쌓아 놓아야 마르기도 하고 좋은데 그 대신  가끔 생각나면 몸 풀듯이 도끼를 휘둘러 몇일치씩 준비하고 있다. 장작을 효율적으로 만들려면 먼저 나무의 외관을 보고 어디부터 공략을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가지가 있던 부분, 상처가 있는 부분의  나무의 결을 살피는 것인데 이는 "결대로" 가며 자르지 않으면 도끼로는 나무를 자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도 "사람이 사는 법  vs  나무가 사는 법"이란 제목으로 글을 썼었지만  매번 장작을 팰 때는 나무마다 결을 살피면서 '결'에 대해 생각이 없을 수 없다.

'결'은 뜻이 많은 단어로 아래의 '결' 들은 한자가 없는 순수 우리말로 사전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다.



'결 1'            

 명사    나무,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

                            

 '결 2'   

1.                  명사    [같은 말] 성결 1(성품의 바탕이나 상태).  

2.                  명사    [같은 말] 결기 1(1. 못마땅한 것을 참지 못하고 성을 내거나 왈칵 행동하는 성미).          

3.                 명사    [같은 말] 결기 1(2. 곧고 바르며 과단성 있는 성미).                                     

                                                       

                          '결'의 검색 결과 : 네이버 국어사전            

                   관용구  결을 삭이다  → 결 2                                            성이 난 마음을 풀어 가라앉히다.                                        표준국어대사전            

        

            관용구  결(이) 바르다  → 결 2                                            성미가 곧고 바르다.                                        표준국어대사전           


'결기'

1.                      못마땅한 것을 참지 못하고 성을 내거나 왈칵 행동하는 성미. ≒결 2.  

                         예문)  결기가 나다                       

2.                      곧고 바르며 과단성 있는 성미. ≒결 2.  

                          예문) 젊고 결기가 센 김 장군      



재미있는 것은 결 1과 결 2 =결기는 다른 뜻의 단어이지만 발음이 같을 뿐만 아니라 뜻 또한  좋은 뜻과 나쁜 뜻이 같이 있다는 점이다. "결 2"는 '성이 난 마음'이거나 '바른 성미"이니 그럴 수 있지만 "결 1"은 단순이 '상태나 무늬' 일 뿐인데 무슨 말이냐고 할 것이다. 나무의 결은 나이테이고 나이테는 나무가 순탄하게 자라면 바른 결을 만든다. 장작을 만들기 위해 아래 사진처럼 무난한 외관의 나무를 1/4로  자르고 도끼질을 하니 도끼가 통통 튄다. 아래 우측 사진의 도끼 자국이 그것이다. 외관은 멀쩡하지만 안에는 초년고생의 흔적이 여실이 남아있다. 

나무는 자신이 크려면 상처나 흉터를 완전히 감싸야한다.  그렇게 커야지 늘어나는 무게를 버티며 안전하게 자랄 수 있다. 

나무는 부러진 가지까지 완전히 감싼다. 자르기 전에는 나무둥치 안에 저런 죽은 가지가 남아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해서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대단하다"라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런  초년고생이 결을 다르게 바꾸어 놓아 서로 다른 결들이 결합되어 강력한 결속력으로 매우 단단한 나무를 만든다. 초년고생뿐만 아니라 줄기에서 가지가 뻗는 경우 또한 똑같아서 강력하게 가지를 버티어주는 역할을 하니 나무의 생존에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나무의 결은  목질부는 곧고 외부는 휘어진 결로 이어져 나무가 서있게 만들어 준다. 봉화 생활 초년에는 아래와 같은 나무를 만나면 쓸데없는 객기를 부려 도끼를 들고 4-50분을 설치다 기진하곤 했지만 지금은 자진 예선 탈락한다.


이런 나무의 옹이부분은 매우단단하고 치밀하여 톱이 아니면 안된다.

나무가 늙으면 내부의 상처들이 외부의 적들과 조우했을 경우에는 급속히 내부 목질 부분이 상하게 되는 것 같다. 오래된 나무가 목질부는 텅 비고 껍질 쪽만 남아 있는 경우가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나무도 성장단계와 노년 단계의 생의 국면에 따라 도전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 결이 곧기만 한 나무는 부는 바람에 오래 버틸 수 없다. 온실 속의 화초라는 표현이 곧 곧은결만 가진 나무인 셈이다. 적당한 도전들이 휘어진 결들을 만들며 상처를 감싸 안아야 크면서 살 수가 있는 것이 나무다. 그런 나무들이 비바람 눈보라를 맞으며 단단하게 자란다.


사람도 그렇다. 다만 자신의 선택과 노력의 변수가 다르다. 아픈 기억과 상처를 내보여 세균과 곰팡이에게 위협을 받으며 살지 완전히 감싸 안아 성장할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목수가 나무를 다룰 때나 내가 장작을 만들 때는 '결대로' 가야 한다.   나무는 잘 자라려면 '결대로'만 살면 안 되고 옹이도 있어야 휘어진 결이 있어야 튼튼하다. 사람도 시련을 이기며 성장하긴 하지만 결은 바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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