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 글쓰기 3기의 정리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첫 주 일요일, 저녁도 거르며 컴퓨터 앞에서 연신 시계를 쳐다보던 바로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늘이 마지막 8주 차 마감일이고 저녁시간도 지났는데 아직 컴퓨터 앞이다.
그동안에는 숙제 일찍 해서 목요일 금요일에도 끝냈었는데...
뜬금없이 시작한 글쓰기, 그냥 쓰는 게 아니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써야 만 하는 글쓰기.
물론 안 써도 그만이지만 공개가 되는 환경의 압박이...
또 공개가 돼봐야 별 의미도 없지만....
그런데도 마치 큰 일하는 사람처럼 끙끙거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은
내가 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엄의식, 8주 동안 펑크 한 번이라도 낼 생각이면 등록하지 마라".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했을까?
사과밭을 시작한 이후 매일 영농일지를 쓰고 있다.
있었던 일, 생각한 일 그리고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간단한 정리인데
간단하지 않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간단은 한데 매끄럽지가 않다.
혼자 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는 차분이 앉아서 정리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농사짓기 전에도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 책도 몇 권 구입하기도 했다.
성장판에서 글쓰기의 장점에 관한 책들도 소개를 받았지만 왜 쓰고 싶어 하는지를
명확히 할 때까지 읽는 것은 유보하기로 했다.
왜 쓰고 싶어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글쓰기 반에 들기로 했다.
난롯불도 같이 타는 장작이 있어야 잘 타기 때문에.
성장판을 통해서 글쓰기반 모집공고를 보며 장작불을 생각했다.
"장작이 모이니 불이 좋겠다."
좋은 불 덕분에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압박감은 있었지만 적어도 글 쓰는 동안 느끼는 "몰입의 즐거움"이 훨씬 컸다.
그런데 잠깐, 이렇게 끝내도 될까?
우리 집 거실은 난로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아침에는 춥다.
난방 전 온도가 10 -16도 사이인데 한겨울에는 춥게 느껴지고 요즘은 전혀 춥게 느껴지질 않는다.
실내 온도는 거의 같은데 외부 온도에 따라 체감온도가 매우 다르다.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 당연하지, 물 끓일 때 40도는 따뜻하게 느껴지지만 식히는 물 40도는 차가워".
그럴듯하다. 늦가을의 영상 3도는 겨울 날씨 같다고 하지만 늦겨울의 영상 3도는 봄 날씨라고 한다.
현재 글쓰기의 열기를 식히는 물로 할지 끓이는 물로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왕 덥힌 물, 조금 더 불 때서 끓게 해야 맞겠지.
나도 남처럼 "브런치"에 글 올려 보려면 4기도 해야겠지?
그러나 8주차가 이리 힘든데.....
"엄의식, 8주 동안 펑크 한 번이라도 낼 생각이면 등록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