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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Oct 07. 2018

본다는 것의 의미

가장 추운 겨울날은 봄의 시작이다, 앞으로는 따뜻해질 일만 남았다.
봄이 오면 한 해 농사에 대한 기대와  압박감으로 늘 가슴 한편에  알 수없는 불안감이 자리를 잡는데 이는 농사는 조물주와 동업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주  제주여행을 하며 육지와는 다른 진한 봄기운에 불안감이 커져 갔다. 
꽃이 핀 모습과 잎이 무성해진 과수원을 그려보는데 구체적인 그림이 생각나질 않는다.
이럴 수가!!!
꽃이 피면 인공수분을 하고, 착과가 되면 중심과만 남기는 적과 작업을 하고 수확할 때까지 다니면서 
늘어진 가지 올려주고 비료, 농약살포를 하며 과수원에서 살았는데...

그러나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미국의 심리학자인 대니얼 사이먼스(Daniel Simons)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Christopher Chabris)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의  패스가 내게는 사과이고 병든 증상이다.

어떤 현상이나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해석과 느낌이 사람마다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인데 지금 눈앞에 있는 사물, 상태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좀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한편으론 그것 또한 말할 수 없이 당연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없어도 보고 싶어 하는 것까지 덧붙여 볼 수도 있다.
나는 내가 보고 듣는 것을 믿을 수 없겠다 란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과연 제대로 보고 있을까?


쿠사마 야요이와 패트릭 퓨즈(Patric Hughes)의 미술- 본태박물관

2년 전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순례차 들른 박물관의  입장료가 생각보다 비싸서 거부감이 생겨 외관만 보고
돌아섰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집사람이 좋아하는 고가구를 보러 온 길이어서 입장권을 사며 뻔한 질문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입장료 가치가 있을까요", 정말 쓸데없고 뻔한 질문. 그래도 아무 말없이 지불하기엔 억울해서...
그러나  억울해 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고마워해야 했다.
'내가 과연 제대로 보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조물주가 마련한 배움의 기회였다.

쿠사마 야요이 <무한거울방-영혼의 반짝임, 2008>

그리 넓지 않은 조그만 방이 거울과 Led 등으로 무한한 공간을 창출하여 마치 우주 속에 있는 듯한 착시를 일으켰다. 


https://youtu.be/VLYPW_tVjjM

역원근법을 이용한 휴즈의 그림 앞에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역원근법은 배경의 입체를 전경(前景)의 입체보다 크게 그리거나, 화면의 중심을 향하여 집중하여야 할 선을 반대로 확산하여 그리는 방법입니다. 즉 길이 뒤로 갈수록 넓어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럴 수 있느냐고요? 가능합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사물을 보는 자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원근법은 고정된 시각으로 본 것입니다. 길을 가운데 서서 보니 당연히 앞은 넓고 뒤는 좁지요. 원근법으로 그리면 길은 한 모습일 뿐, 융통성이라곤 없습니다. 허나 역원근법은 길의 옆에서도, 위에서도, 혹은 대각선으로도 봅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앞이 넓기도, 좁기도, 굽기도…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 휴휴헌님의 블로그

수업을 받고 나서  '내가 과연 제대로 보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얻은 것이 아니라 의문만 하나 더 생겼다.
'어떻게 보는 것이 제대로 보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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