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때에 맞춰 결과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명확하고 단순한 목표가 있다.
단순하다고 한 것은 사과밭에선 사과가 논에선 벼가 나와야 하지만 일반 기업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사과 과수원에선 "보기 좋고" 맛있는 사과가 나와야 한다.
"보기 좋은 사과라... 말 나온 김에 한번 짚어 본다.
맞는 말을 고르시오:
-사과는 보기 좋아야 한다.
-사과는 맛있어야 한다.
무슨 황당한 질문이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론 두 가지 질문이 같이 가는 경우보단
각자 자기 길을 가는 경우가 많다.
경매시장에서는 색 우선이라 그 기준으론 상품성이 있는 사과는 40-50% 수준이다.
일반 소비자 기준의 상품성은 70-80% (나의 경우) 정도인데 결국은 색만 빨갛고 맛이 덜한 사과를
비싼 가격에 사게 되는 경향이 되어 사과 생산자들의 주요 고민사항이 된다.
가격 문제는 그렇다고 쳐도 언제나 열심히 일을 잘하고 바람, 우박, 홍수를 피했고 병에도 안 걸리고 해충과 조류에게 피해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수확하는 모든 사과가 상품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첫해에 내가 기른 사과가 신기하고 대견했던 것만 빼고 수확철엔 깊은 자기반성 계절이 된다.
기뻐야 하는데 기뻐하지 못하면 슬픈 거다.
그래서 전정을 하면서 나무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사과를 얻을 수 있을까 만을 생각하게 된다.
정말 마음에 드는 수확 결과를 앞에 두고 사과밭에서 춤추는 게 나의 로망이다, 나무들과 나를 위한 춤.
몸치가 어떤 춤을?
춤하면 늘 생각나는 것은 "그리스인 조르바" 영화 마지막의 조르바의 춤과 인도영화 "조다 악바르 "- 한글 제목 "왕의 여자"에 나오는 수피 댄스 두 가지다.
한쪽은 모든 것을 읽고 난 후 체념에서 오는 달관이고 다른 하나는 이슬람의 한 종파인 수피즘에서 신과의 영적 교감을 얻기 위한 춤이다. 외견상 같은 점은 없으나 내면적으론 일종의 엑스터시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사과를 통하여 그런 상태에 이를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인데 엑스터시(ecstasy)란 일종의 샤마니즘적인 단순 동작 반복으로 얻어지는 것으로 미쳐서 나타나는 현상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으니 결론은 이렇다.
" 사과에 미쳐야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