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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Oct 21. 2018

시나노 골드, 틀을 깨는 사과


시나노 골드                              

일본 나가노현 과수시험장에서 ‘골든데리셔스’에 ‘천추’를 교배하여 1999년에 품종 등록하였다. 열매가 익는 시기는 9월 하순경이며 무게는 300g이다. 형태는 원형 또는 긴 원형이며 껍질은 녹황색 또는 황색이다. 과즙이 많고 맛이 양호하며 저장기간은 상온에서 3주 정도이다. 열매가 익기 전 가지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적다. 그러나 고랭지에서 재배할 경우 맛이 불량하고 과실 크기도 일정치 않으므로 해발고도가 낮은 지역에서 재배하는 것이 좋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나노 골드 [Sinano Gold] (두산백과)


일단 사과는 빨개야 하고 맛있어야 한다, 잡스의 검정 파인 애플을 빼고.

그러나 빨간 사과 외에도 푸른색으로 먹는 쓰가루(아오리)도 있고 중년 이상이면 기억하는 스타킹 혹은 골덴이라는 노란색 사과도 있었다.  내게도 처음 노란색 사과를 보고 신기해하며 한 입을 물었는데 퍼석거리고 맛이 없어서 실망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밭을 인수하고 첫 수확 때 노란색 사과인 시나노 골드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정확한 수확 시점에 대한 감이 없을 때라 조금 빨리 따긴 했지만, 기대에 반하는 존재감에 깜짝 놀랐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바로는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노란색 사과는 시나노 골드와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황옥', 두 종류가 있는데 황옥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시나노 골드는 최근 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는 품종으로 우리 밭에도 작년에 200주가량 식재하였다. 최근 일본에서도 경작면적이 제일 많이 늘어나는 사과 품종이 시나노 골드라고 한다. 

부사 밑에는 은박지를 깔았지만 시나노 골드는 필요가 없다.

그런 시나노 골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틀을 깨는 사과"라고 할 만하다.


1. 색

일반 사과가 푸른색이었다가 푸른색이 빠지며 "안토시아닌"이 생성되어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반하여 시나노 골드는 푸른색이 빠지면 남아 있는 "카로이티노이드"계통의 노란색이 발현된다. 상대적으로 노란색 발현이 빨간색 발현보다 절차가 간단하다. 그래서 부사 종류의 빨간색을 촉진하기 위한 잎 따기나 은박지 깔기 작업을 생략한다. 잎 따기나 은박지를 까는 추가적인 작업과 그에 따른 지출 없이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으니 농부에게는 축복이다.


2. 맛과 식감

시나노 골드는 대략 13 -16 Bx의 당도와 0.45%의 산미(유럽 Euro Fresh Distribution 자료)를 갖고 있어 사과의 맛을 좌우하는 당도와 산도의 조화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예전의 분질화 된 노란 사과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노란 사과를 일단 사양을 하거나 아삭 거리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들도 시나노 골드의 아삭 거리는 식감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다. 소위 얘기하는 "안 먹어본 사람은 많아도 한번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PR성 멘트가 딱 들어맞는 경우이다.  해가 갈수록 시나노 골드의 수확철에는 한정된 수량의 적절한 배분에 신경을 쓰는라 머리가 아플 정도다. 시나노 골드 나무를 나와 같이 심은 친구가 작년에 우리 밭에  식재 당년에 열린 조그만 사과 맛을 보곤 "파인애플 사 먹을 필요 없네요"라고 했는데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긴 했지만 향 또한 붉은색과 차별된다.

또 하나의 장점은 소비자들이 잘못 알고 찾고 있는 '꿀'이 없어 밀병 (Water Core)과 그로 인한 내부 갈변현상이 없다는 것이다. 흔히들 찾는 꿀이 박힌 사과의 꿀이 꿀이 아니라 미쳐 처리되지 못한 솔비톨이라는 과당으로 당도는 투명하지 않은 부분과 차이가 없고 오히려 밀병이라는 병으로 분류되는데 심하면  장기저장에 들어가는 사과의 내부가 갈색으로 변하여 상품성이 없어진다. 


3. 적정 수확기

우리 밭에 있는 다른 종류의  사과는 눈으로 색을 보고 수확을 한다. 일반적으로 푸른 사과로 알고 있는 쓰가루(아오리) 종류도 우리는 착색이 되어야 제 맛이 난다고 생각하여 붉은색이 나야 수확을 한다. 그렇지만 시나노 골드를 수확할 때는 손으로 만져보고 촉감에 의해 수확을 한다. 작년까지는 대충 푸른색이 없어진 노란색을 기준으로 삼고 수확을 했다.  일본에서는 시나노 골드를 사과에서 왁스가 배어 나와 끈적거릴 때까지 나무에 달아 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무시했는데 이는 일반 사과는 그렇게 되었을 경우 며칠 이내에 아니 수확했을 때 이미 분질화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올해 시나노 골드를 교배한 일본 나가노 사과시험장의 전 장장인 고이께 박사가 나가노 농협의 기사들을 데리고 하선생의 과원을 방문하고 감탄을 하며 돌아갔는데 그때 다시 확인한 정확한 정보는 '왁스가 났을 때 수확해야 제 맛이 나고 식감이나 장기저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반 사과와 비교했을 때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타이밍이기에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사과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밀병이 발전하면 껍질이 끈적거리게 되어 상품성이 없어 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수확을 하며 전체적으로 노란색이 된 사과를 만져 보고 약간 끈적거리는 감이 있는 사과를 수확하기로 했는데 이는 "소비자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도입기로 일단 약간 끈적거리는 감이 있는 사과를 발송하며 "왁스가 배어 나온 시나노 골드가 진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내년부터는 더 끈적한 시나노 골드를 선 보일 예정이다. 타이틀의 사진은 왁스가 충분히 배어 나오도록 아직도 나무에 달려 있는 시나노 골드로 곧 수확하여 저장성을 시험해보려 한다.


파격의 시나노 골드의 과격한 열과 현상과 유럽 상표

다운사이드

색, 맛, 식감과 저장성까지 다 좋으니 농부에게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품종이나 다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로 전체적으로 수세가 약한 편으로 나무가 가지를 많이 만들지 않는 경향이 있어 수관 확대가 힘들어 수확량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상품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수확량의 차이가 줄어 들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시나노 골드의 로열티 문제가 내게는  불분명하다. 괜한 기우 일 수도 있으나  유럽에서 시나노 골드는  2016년 Interpoma (사과의 재배, 저장, 마케팅을 위한 Trade show)에서 정식으로 유럽에 데뷔를 하였는데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최초로 남티롤에 식재되었고 2015년 남티롤 아디제에서 수확되었다고 한다.

2016년 남티롤 과수재배자협동조합과 Val Venosta 과수재배자협동조합이 유럽지역과 지중해 연안 지역에 배타적인 권리를 갖는 조건으로 일본 나가노현과 계약을 하고 "yello"상표권으로 등록하였다. 그들은 2017/18년에 150,000주의 묘목을 심을 예정이라고 한다. Val Venosta 과수재배자협동조합과 생산지인 아디제는 작년에 견학을 다녀온 곳으로 그들은 새 품종을 도입하기 위한 절차와 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는 곳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그저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시나노 골드에 대한 로열티인데 기존의 쓰가루, 부사 그 외 많은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들에 대한 로열티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는 모르나 최근 한국에서 개발된 품종에 대해서는 개발권자가 로열티에 대한 귄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경우 묘목 생산업자가 로열티를 지불하고 그 비용이 반영된 가격으로 농민이 묘목을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이다. 나는 묘목업자에게 시나노 골드를 샀으니 로열티는 묘목업자만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시나노 골드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

이태리 남티롤의 경우 약 10년에 걸친 실험기간이 있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아직 실험단계 로볼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의 지적대로 로열티 사업자들의 일반적인 전략대로 시나노 골드의 시장이 확대될 때를 기다리는 것 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던 우리나라도 빨리 체계적인 신품종 도입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지적소유권에 대한 위험도 해소하고 농민의 시행착오를 줄 일 수 있는 방안이다.


수정 및 update 2020.10.10
1. 시나노골드의 로열티는 특허권자인 나가노현에서 등록을 제때에 안해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리의 경우 2005년부터 계약에 의해 10년간 시험해보는 것으로 하여 적용된다고 들었다. 남티롤에는 과수재배자협동조합이 설립한 신품종도입위원회가 실험을 거쳐 확인된 품종을 승인하고 virus-free 묘목을 배포한다.
우리나라의 사과농민은 신품종을 농민부담으로 재배하고 아니면 뽑고 다시 시작한다. 실험정신이 강하고 독립적인 농민(?)을 육성하는 것이 농업정책이다. 
2. 시나노골드도 은박지를 깔아야 좋은 색의 좋은 품질의 사과가 나온다.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은박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윗 글을 쓴 2018년 까지는 본문의 사진 설명처럼 은박지가 필요없다고 생각하였었다. 그러나 2018년 수확과정에서 사과에 붙은 잎으로인하여 노란색이 되지 않고 초록색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노란색으로 바뀌는 것이 노란색을 내는 카로티노이드 색소 역시 노란색을 내기 위해서는 빛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다른 열매들 처럼 시나노골드도 충분한 빛을 받아야 예뻐지고 맛있어 진다. 그러므로 나는 2019년부터는 시나노골드에 은박지를 깔고 있다.

이러한 내 생각에  부정적인 견해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왜 일을 만드냐?는 견해인데 사과를 맛있게 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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