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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Oct 07. 2018

"식물의 정신세계"와 사과나무 전정

"식물의 정신세계"(피터 톰긴스/크리스토퍼 버드 지음, 정신세계사), 책을 만나다.

농업을 평생직업으로 생각하고 무언가 시작을 해야 되는데 농업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농업의 대상은 식물이니까 일단 교보문고에 "식물"을 입력하고 리스트를 살펴보다가 만난 책이
"식물의 정신세계"이다. 흥미 있는 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했고 식물의 사고력, 감각과 정서, 초감각적 지각이라는 아주  이질적인 정의에 대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황무지에서 식물과의 교감을 통하여 낙원으로 만들었다는 핀드혼의 경우를 보면서
농업이란 것이 무엇인지, 식물이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런 마음으로 전력투구하면 나도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과의 교감".
2013년 사과공부방 모임 3일째 마지막 시간을 맡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의 최 박사는 강의 말미에 이 책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사과나무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
이 책은 BBC 방송에서 책의 원제목( The  secret life of plants)으로 1:30 정도 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해설을 가수 스티비 원더가 했고 아름다운 장면이 많아  한글자막이 없지만 추천할 만하다.

사과의 최고수 ㅅ선생을 만나다.


첫 단추를 제대로 껴야 일이 제대로 되는 법이다.
전 사과연구소장 ㅇ박사님의 소개로 방문한 ㅎ 선생의 사과과수원이 마음에 들어 ㅎ 선생에게 그의 멘토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가 서울 사는 사람이 그 바쁜 ㅅ 선생 소개받아 봐야 뭔 소용이 있겠십니까?라는 말에 그렇기도 하겠다 싶어 "그럼 덜 바쁜 당신이 내 선생 하이소" 했다. 
그렇게  ㅎ선생과의 인연이 시작되어 ㅅ 선생도 만나게 되었다.
ㅎ선생을 멘토로 하여 사과를 시작하게 된 것은 축복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제대로 끼운 첫 단추이고 지금도 나는 사과복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ㅅ선생은 사과하는 사람들에겐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라서 그의 농원을 방문하면 늘 먼저 온 손님들과 나중에 오는 손님들을 만나게 되는데 어느 날 그와 저녁을 먹고 늦은 밤 그의 농원에서 차를 들며 물었다.
"내외분 두 분이 과원 일을 하시는데 손님들이 너무 많이 와서 짜증 안 나십니까?"
" 손님들이 많이 오셔서 바쁘긴 합니다만 제가 짜증을 내면 나무들이 압니다. 나무들이 저렇게 보고 있는데 우째 짜증을 냅니까?"
나보다 열서너살  어린 ㅅ선생에게 깍듯이 "ㅅ선생님"이라고 호칭하는데 부담이 없는 이유다.
 

사과나무의 전정

사과나무는 나무가 휴면기인 겨울에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도록 전정을 해준다.
대개 1,2월에 행해지는 전정을 위하여 매년 ㅅ선생의  전정 강의와 시범을 4년째 보는데 그의 전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볼 때는 아주 쉽게 느껴지는데 막상 내 나무 앞에 서면 헤매게 된다.
그가 전정 시범을 마치기 전에 꼭 하는 말이 있다.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이 전정이 나무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전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저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 할 수 있는 좋은 멘트.
그러다 어제 사과 없이 자기만 크는 나무 앞에서 고민 만 하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갑자기 그의 "좋은 멘트"가 생각나고 뜬금없이 "식물의 정신세계"가 연상되며 깨달았다.
그는 나무와 교감을 하고 있고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은 사과가 나올까?  만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나무에게 좋을까?"
결국은 나무가 좋아해야 나도 좋아진다.
멋진 생각이고 멋진 착안이다.

그러나 내 고민의 무게는 더 무거워진다, 한정된 내 공력엔 너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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