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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Nov 04. 2018

좋은 사과란?

사과밭 농부의 입장에서.

멘토인 하선생을 따라 양구 펀치볼 안에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단일 사과 과수원을 다녀왔다.

가기 며칠 전에  그 과수원에 대한 신문기사를 하선생에게 같이 배우는 K가 보내주어 읽어 보았다.

"대단하다, 잘한 것일까? 말은 되는데.." 등등의 생각을 하고 지나 간 일이 되었는데 막상 다녀오고 나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한 동안 떠나지 않았다. 



휴전선 바로 아래 최북단 ‘펀치볼’ 사과밭 … 맛도 최상급

https://m.joins.com/v2/?mseq=12&tid=23024361


애플카인드사의 규모와 제대로 된 퇴비장, 현대적인 관수, 액비 시설 등도 놀랍고 부러웠지만 우리를 안내한 손 사장의 열정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우리를 양구로 데려가기 전에 인제의 2차 가공생산공장으로 데려가서 사과주스, 동결 칩, 선과장 등의 시설을 보여주었다. 일단 양구 과원에 도착하면 방문객은 매우 현대적이고 정교하게 설계된 2000평 규모의 퇴비장으로 인도된다. 그리고 최신 관수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거쳐 밭으로 안내되어 나무를 보고 사무실에서 차 한잔하는 코스로 진행되었는데 사과밭을 하는 농부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상당이 부러운 것이었다.

애플카인드의 로고 포장 등은 영국의 유명한 디자인 마케팅 회사가 도안한 것으로 거액이 들었다고 한다. "일류의 사과'를 생산하기 위하여 작은 것에서부터 제대로 접근하려는 경영진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영국의 B사가 작품인 포장디자인

다녀와서 은박지를  설치하는데 생력화를 할 수 있는 하선생에게 배운 방법을 전화하면서 얘기했더니  2-3일 뒤에 팀장을 대동하여 3시간 이상 걸리는 우리 농원에 찾아왔다. 직접 봐야지 감이 더 잘 오기에 왔다는 그의 열정이 놀라웠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사과의 판매 가격인데 걱정될 만큼의 높은 가격이었다. 그렇게 판매하기 위한 내부프로세스와  스토리 있는 건강한 사과를 주제로 책정한 가격이라고 한다. 애플카인드의 그들의 사과에 대한 생각은 포장용기에도 잘 나타나 있다.

잘 만들어진 자신에 찬 Mission Statement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사과- 정직한 방법- 더 빠르고 더 많은 생산량 위한 작물보호제 및 화학적인 농법의 남용 금지- - 놀라운 사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음- 천천히 신중하게 걸어갈 것' 어떤 의미인지 알겠고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주유소 광고"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주유소 광고"란 "우리는 정품 만을 취급합니다."란 주유소의 현수막을  볼 때 나는 "다른 곳은 정품을 안 쓰는 곳도 있는데 우리는 정품을 쓴다"라고 읽는다. 어떤 의미에서 나를 얘기하지만 동시에 다른 어떤이들을 디스하는 그래서다 같이 밑으로 내려가는 그런 광고를 의미한다.


애플카인드에서 "우리는 5회 화학적 방제를 하고 그 후에는 석회유황합제 등을 살포합니다"라고 말을 했는데 그렇다면 9-10회의 화학방제를 하는 나는 그들의 기준으로 "화학적인 농법을 남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과연 남용일까? 4-5회의 "화학적 방제 ( 쉽게 얘기하면 농약살포)"후에 우리나라 기준으로 "친환경자재"로 분류하는 보르도액을 살포하는 "친환경농법"을 하는 농가들도 봉화에도 많이 있다. 언제나 이 부분에 대해서 내가 목청을 높이는 것은 어떤 것이 과연 "친환경" 적인 것인가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나온 재료를 직접 사용하여 약을 짓는 한약재에도 금지된 약물 성분이 있다고 하는 것과 같은 얘기다.

"화학적 방제"란 표현도 차별화을 위한 표현으로 이해되지만 모든 방제는 유기농이든 괸행농이든 "화학적"으로 방제대상에 작용하는 화학물질의 살포라는 관점에서 보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애플 카인드의 손 사장이 내게 남용이라고 하지 않았으니 내가 너무 제 발 저려하는 부분 또한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은 작은 부분이고 "즐거운 사과밭"의 "즐거운 농부"를 표방하는 나로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적인 접근을 하며 "행복한 사과- 행복한 농부"를 자처하는  애플 카인드의 성공을 기원한다.


그들의 디자인과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우리 사과밭의 미션과 내가 추구하는 "좋은 사과"에 대한 개념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믿을 수 있는 건강하고 맛있는 사과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한다."


평소 주위의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리고 또 있다.

 "내 앞에서 고객처럼 행동하지 말아라, 왜냐하면 나 아니면 그 가격에 그런 건강하고 맛있는 사과를 어떻게 먹을래?".

" 75%에서 만나자- 유통가격조사에 의하면 사과 생산자는 소비자가의 48-52% 수준을 받는다. 나머지는 유통비용이다. 가운데서 만난다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행복하다, 유통업자만 빼고."


중요한 것은  1. 믿을 수 있는 2. 건강한 3. 맛있는 것 그리고 가격에 대한  기준과 개념이다.


1. 믿을 수 있는 

누구를: 생산자인 나를, 내가 사용하는 농약의 광분해성(무해성)을, 비료의 효용성 등을. 

생산자인 나에 대한 것은 객관적인 기준이 불가하거나 의미가 적으므로 이는 고객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결정된다고 본다. 그러나 어떤 농산물의 생산자이든 자기가 먹는 것과 판매하는 상품이 동일하다면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건강한

정확한 표현은 "주위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으며 먹는 이의 건강에 해가 되지 않으며 도움이 되는 사과"가 될 것이다. 생산자로서 제시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은 "농약잔류검사"의 결과와 중병으로 먹거리에 몸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고객의 소감 정도다.

또 생산자로서 내가 결정하고 실행하는 과원관리 기준의 적합성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 농원에서 8/25까지 실행하는 9-10회의 '화학적 방제'는 남용 아니라고 생각하며 농약 잔류성 측면에서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5년간의 농약잔류검사는  내 생각이 맞는다고 확인하여 주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측정기준이나 사례가 없으나 현재 나의 농약사용량은 평균의 2/3 수준이다.


또한 적정한 양의 사과를 생산하기 위한 적정량의 시비관리도 중요한 변수이다. 미국 코넬대 Lailiang Cheng의 자료가 매우 흥미로운데 그(녀)는 사과나무를 화분에 심어서 일정 주기마다 나무를 분쇄 건조하여 남아있는 영양분을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꽃망울이 움직이기 시작한 이후로 주요 영양분들이 꾸준이 필요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필요 영양분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양을 공급하며 건전한 토양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으로 애플카인드처럼 제대로 된 퇴비와 화학비료의 병용을 통하여 건강한 사과와 나무 그리고 토양을 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맛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나 매우 중요한 부분. 계속 고객의 수와 신규 고객의 유입 과정이 어느 정도의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가끔 맛있는 사과에 대한 감사인사를 받는데 솔직이 무엇이 사과를 맛있게 하는지 모른다. 다만 기후와 토양 그리고 아주 아주 적은 부분이 농사꾼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 이 경우 농사꾼의 역할은  맛을 증진시키는 쪽보다는 저해하지 않는 쪽에 있다고 본다, 현재 내 지식 수준에서는 그렇다.)

맛있는 사과에 대한 인사를 받을때 가끔은 걱정이 된다. 인사를 한다는 것은 맛있는 사과를 만나는 기회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대개의 사과는 맛이 있고 있어야 한다. 맛있는 사과가 흔하고 평균적이면 맛에 대한 인사를 할 이유가 없다. 사과를 하는 사람들이 함께 고민 할 문제이다,


4. 가격

가격정책은 마케팅의 관점에서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나 전술한 바와 같이 내게는 중간지점 75%에서 만나는 것이 적정가격이고 그 범위내에서 내가 원하는 사과를 생산하기 위한 원가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특정 공산품의 가격도 유통방법에 따라 다른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니 건강하고 맛있는  사과의 가격 또한 과원주의 생각과 의도그리고 환경에 따라 다른 것이 자연스럽다. 


내게는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건강하고 맛있는 사과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주위에 있는 이들에게 내가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좋은 사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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