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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Nov 18. 2018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 (2)
- 사과나무의 착색과 단풍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올 가을 단풍이 그리 아름다웠던 것과  5년 동안 처음 만나는 멋진 사과나무의 단풍도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올해 사과의 착색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전반적으로 고르게 잘 되었던 것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정말 바보 같지만  5년째 사과농사를 하면서 사과의 착색과 단풍이 같은 이유와 원리에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뭇잎에 단풍 들고 낙엽이 지는 이유

나뭇잎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로 생물의 주 에너지원이 되는 탄수화물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광합성 작용이다. 그리고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할 때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물을 대기 속으로 뿜어내야 한다. 실제 과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옥수수는 낱알 1kg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잎에서 600kg의 물을 증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을이 돼서 기온이 내려가고 건조해지면 뿌리를 통해 더 이상 물을 빨아올릴 수 없게 된다. 옥수수와 마찬가지로 잎을 가진 나무들도 수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는 수 없이 광합성 활동을 멈추게 된다. 한해살이 식물인 옥수수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해살이 식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나뭇잎에는 녹색의 엽록소 외에도 빛을 흡수하는 색소로 70여 종의 카로티노이드가 있다고 한다. 이들 색소 가운데 흔히 볼 수 있는 게 붉은색 단풍을 만드는 카로틴이고 노란색을 띠는 색소는 크산토필이다. 여름철에 이들 색소는 왕성하게 일을 하는 엽록소가 많아 다른 색소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을철 차고 건조한 날씨가 되면 잎에서 엽록소가 분해돼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양이 작은 다른 색소들이 비로소 나타나게 된다. 이들 색소의 많고 적음에 따라 나뭇잎은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단풍은 일교차가 심한 계절에 단풍이 아름답다고 한다. 흔히 단풍의 색이 낮밤의 기온차, 즉 일교차(日較差)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낮에 햇볕이 들어 온도가 높아지면 광합성이 일어나 잎에 당분이 쌓인다. 반면 기온이 뚝 떨어지는 밤에는 나무의 활동량이 줄어 당분을 많이 소비하지 않는다. 그런데 붉은 단풍을 만드는 색소인 안토시아닌은 당분이 있어야 만들어진다. 일교차가 심할수록 잎에 쌓이는 당분이 더 많아지고, 이렇게 남은 당분이 안토시아닌으로 변하면서 잎이 더 붉어지게 되는 것이다


저자    박지환 객원기자  

원문

사이언스타임즈  

출처

http://www.sciencetimes.co.kr/?p=52957&cat=36&post_type=news&paged=1413  




위의 인용문에서 나뭇잎 대신에 사과를, 카로틴 대신에 안토시아닌을 대입하면 사과가 붉어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대개 지온이 15도 이하가 되면 뿌리의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또 주야간온도차 (DIF: Difference in day time and night time) 차가 커지면 식물은 생식 생장에 주력을 하게 된다고 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자손을 퍼트리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그 덕분에 사과가 익어가고 붉어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봉화약초연구소의 ㅅ박사님에 의하면 작년 수확기 무렵 12일간의 주야간온도의 적산온도가 120도 이하여서 생식 생장이 둔화되어 약초의 수확이 좋디 않았다고  하셨는데  올해는 온도 차이가 아주 훌륭하여 아무리 농사에 재주가 많다고 해도 역시 기후의 변화에는 못 당한다며 웃으셨다.


10/19 이후 수확기 (11/2)까지의 온도 (청색선)


그동안 단풍과 사과의 착색을 동일시하지 못한 이유는 사과의 착색에 많은 공을 들이며 신경을 썼고 사과나무의 단풍에 대해서는 수확 후에 수체 내의 질소성분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체에 질소가 많은 경우 잎이 녹색을 유지하며 말라있다가 바람에 의해 강제로 낙엽이 된다고 알고 있다. 어느 해는 수확 후에 급격하게 노란빛을 뗘가는 나무들을 보면서 흐뭇해하기도 하고 나뭇잎이 오래 붙어있다고 걱정하기도 했었다. 

올해도 어떤 밭들은 아직 초록색이 대세인 밭들도 더러 보이지만 대부분의 밭들은 단풍이 들어 있다.  


윗집가는 길에 본 우리 과원 전경, 강 건너 다른 사과밭도 비슷하게 단풍이 들었다. 올 단풍은 비교적 일찍 시작되었다.



사과의 착색을 위한 노력들


올해는  착색을 위해 예년에 하지 않았던 1. 퇴비차의 적용 2. 동해 심층수 엽면살포 3. 에탄올 엽면살포를 시도해 보았다.  1. 퇴비차는 퇴비를 차처럼 내려서 관주 혹은 엽면살포하는 것으로 농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제주대의 ㅎ교수님이 강력하게 권하는 방법으로 착색뿐만 아니라 생육과정 전반에 도음을 준다고 한다. 2. 동해 심층수는 마이스터 동료의 마을에서 밝은 적색을 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충남의 사과명장이고 현장교수를 하는 ㅊ선생도  예전부터 바닷물을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심층수는 일반 바닷물보다 많은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고 하니 이왕이 면하는 심정으로 심층수를 사용하였다. 3. 에탄올은 경북대 ㄱ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실험 결과가 유의할 만하다고 하여 칼슘살포 시 같이 적용하였다.   따로 대조구를 만들어 시험을 해본 것이 아니어서 어떤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올해의 기후조건으로 보면 아마 아무것도 안 했어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다만 두세 군데의 과원을 비교해 본 바로는 우리 과원의 색이 상대적으로 밝은 색이라는 느낌이 있어 심층수에 점수를 주고 싶은데 이는 순전이 주관적인 아전인수격 해석 일 수도 있다.

내년에 다시 한번 동일한 시도를 하여 연속성 있고 의미 있는 결과가 있다면 ( 비슷한 주야간 적산온도를 갖는다는 전제하에) 세 가지의 새로운 시도가 효과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결과가 없다고 해도 사과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확신이나 증거가 없는 한 계속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과를 키우는 것은 생명을 다루는 것으로 마치 내가 먹는 모든 것들이 몸에 좋다는 과학적인 증거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다.   

동업자의 처분과 내가 할 일

      

그러나 내가 무엇을 했는지 혹은 안 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결국 농사는 조물주와 동업이 분명한 것이 올해 수확기와 같은 기후조건에서는  일반적으로 사과의 착색도 좋고 사과나무의 단풍도 어느 해보다도 멋있게 빨리 오기 때문이다. 


농부인 나로서는 내가 알고 있는 그리고 알아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원인과 결과에 기초하여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투입하여 사과를 키우겠지만 우리 사과밭의 착색은 그해 단풍의 추이와 많이 다를 수 없다는 것을 확실이 알고 있어야 한다. 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적고 분명하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할 일을 하고 나머지는 동업자의 몫이다.


후기


이 글을 올린 다음 날 봉화농업기술센터의 우 선생이 "사과 단풍 현상"이라는 최근 현상에 대한 정리 자료를 보내 주셨다. 자료에 의하면 사과나무에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에서 단풍이 드는 것이 드문 현상이라고 한다. 사과농사를 부모님 때부터 해온 마이스터 과정 동료들도 다 같이 입을 모아 처음이라고 했다. 

자료에 의하면 이런 현상은 여름 생육기의 폭염, 생육후기 강우로 인한 양분 유실과 11월 중순까지의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높아 수체 생리현상이 지속되어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결과 나무의 저장 양분이 적을 것으로 사료되어 시비관리와 전정작업을 최대한 늦게 시작할 것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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