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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Dec 23. 2018

졸업장이 하나 더 늘었는데..

경북농업마이스터대학 (사과 1 전공)을  마치다.

2017년 1월 전정 강의부터 시작한 경북농업마이스터대학 (사과 전공)의  2년 과정이 끝나서 빛나는 (?) 졸업장이 하나 더 늘었다. 졸업장에는 총 495시간이라고 적혀있다. 농업 쪽 교육프로그램에서 이수시간을 표기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자격심사기준에 교육 이수 XX 시간 이상 등의 조건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의 관점

이수시간 495시간을 보니 "1만 시간의 법칙" 이 생각났다. 스웨덴 출신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손 교수(플로리다 주립대)가 주장하고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Outliers)’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의 노력 정도, 재능과 환경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여간 어느 분야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어느 정도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측면으로 이해한다. 사과를 시작한 후로 얼마의 시간을 투자했는지가 문득 궁금해졌다.


교육받은 시간 : 약 1000시간 - 엄청나다!!!

-2013년 5월-7월 여주농업학교 도시민과수창업교육 (290시간 - 8주 합숙)      

-2014년 봉화농민사관학교 사과과정 (100시간 - 1년 )

-2015년 봉화군 귀농인 사과 전문과정 (100시간 - 1년)

-2017-2018년 경북농업마이스터대학 사과 전공 (495시간 - 2년)


작업시간: 8,000시간

2013년 11월 3일 봉화로 이사하여 사과농사 시작했으니 이제 만 5년을 꽉 채웠다. 사과 농사는 4월 개화 준비부터 시작하여 11월 상순 수확할 때까지 와 겨울 휴면기간중 전정에 소요되는 2개월을  합치면 근 10개월 꾸준히 일이 있다. 농반진반으로 나는 사과농사의 장점은 " 언제나 일이 있다."라고 단점은 "항상 일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농민의 장점 중에 하나는 " 맘만 먹으면 어느 정도의 내 시간은 거의 언제나 낼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일이 많지 않은가 보네'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건 아니고 어느 정도 조정하며 일 할 수 있다는 뜻인데 그럴 경우 단점은  "적기를 놓쳐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감수해야만 한다"이니 모든 농땡이에는 비용이 따른다. 과수원이 바로 문전옥답이니 눈만 뜨면 직장인 셈이고 서울집은 대개 한 달에 한 두번 올라갔다 익일 귀가하니 년 30일 미만 체류로 보고  1년 365일 중 약 200일을 8시간 일  하면 년 1,600시간이다.


- 200일 * 8시간 * 5년 = 8,000시간


결국 2013년 봄, 농업으로 전직을 결심한 이후 교육과 작업 (수련시간)에 소요된 시간이 약 9,000시간 정도가 된다. 어차피 변호사나 컨설턴트처럼 시간 재면서 일 한 것이 아니니 또 다른 '주먹구구식' 계산법으로 접근해도 비슷한 수치를 만들 수 있다. 6년 동안 매년 일 년 중 반을 8시간 일헀다고 보면;


- 365일 * 6년 ( 2013-2018) * 50%* 8시간= 8,760시간


결론은 한 5-6년 한 가지  일을 하면 대략 1만 시간은 되고 그렇다면 그 일에 대한 확실한 프레임을 갖고 모든 수순의 전후 맥락이 이해돼서 답습하는 단계는 넘어 개선하며 진행하는 단계가 되어 이런저런 질문도 없어졌거나 적어졌어야 하는 시점이란 얘기다. 그러나 내가 그런지는 정말 자신이 없다는 게 문제다. 매주 학교 가면 궁금한 것, 물어볼 것이 많았는데 이제 그런 해결사들을 정기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어졌고 나는 아직 궁금한 것이 많으니  문제다.

계산을 다시 해야 할까?


- 365일 * 6년 ( 2013-2018) * 25%* 8시간= 4,380시간


아직 반이 남았다.


교육의 효과


과거 6년 동안 받은 4개의 주요 교육중 2개는 봉화군 농업기술센터 주관으로 초보사과농사꾼 시절에 적절한 타이밍에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 지를 선행하여 적정 타이밍에 알려주어 실무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농사를 하리라 생각하고 맨 처음 받은 여주농업전문학교 도시민과수창업교육은 백지에서 시작하여 과수농사의 기본을 합숙을 하며 배웠다.  그 과정에서 ' 내가 의욕을 가지고 달라붙으면 중간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지금의 멘토인 하선생을 만나 봉화에 터를 잡고 고밀식 농법의 사과농사를 하게 되었으니 시작을 제대로 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 내려와 보니 준비를 안 하거나 덜되어 시간낭비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또 하선생을 만났을 때  그도 역시 마이스터 과정생이었기에 (지금은 마이스터 지정자이시지만) 마이스터 과정은 당연히 가야 할 코스로 생각하게 되었다. 경북 마이스터 대학 과정은 2년 동안 거의 매주 하루를 군위에 있는 경북농민사관학교 혹은 사과 고수분들 및 동기생 과원을 방문하면서 사과농사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과 견문을 넓히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었다. 우리 집에서 약 145Km,  가깝지 않은 거리지만 봉화에선 나와 기원 씨 둘이었기에 번갈아 운전을 하며 돌아올 땐 자연스레 복습하는 과정이 되었다. 또 과정을 맡아 주관하는 경북대 원예학과의 사과연구소 윤 교수님, 한 교수님 그리고 박 팀장 등 이론과 실전 경험이 풍부한 기본 강사진과 그들이 선정하는 초빙교수 및 강사진들의 수준은 대한민국의 사과과정 중 최고의 클래스여서 학교 다니는 것이 더 즐거웠다.


즐거웠다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농업 계통에서 만나는 급우들과는 또 다른 연대감이 느껴진다. 예전의 직장에서도 즐거운 연수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10주간의 PMD 코스가  아주 인상적이고 흥미로웠다) 이번 과정 내내 '배우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 28명의 동급생들과는 동종 업계 종사자이나 경쟁자가 아니어선지  혹은 혼자는 못하는 농업의 속성인지는 몰라도 나이 차이나 (우리 애보다 어린 친구도 있다) 서로 다른 과거 경험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일주에 한 번씩 만나는 것을 못한다는 것을 섭섭해했다.  졸업식날 펜션 잡아 놓고 송별연을 했는데 졸업식은 못 갔어도( 다른 약속과 겹쳐져서) 그 모임은 갔었다. 최소한 분기에 한 번은 만나서 우리끼리의  현장교육의 기회  겸 얼굴 보기를 하기로 했지만 요즘의 강점인 SNS를 이용하면 우리끼리 묻고 답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만으로도 과정을 다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이 재미있고 쏙쏙 들어오는 것은 과거 직장 다닐 때 일반 역량강화 교육과는 달리 배운 것은 직접 적용하여 실행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그때는 직장인이고 지금은 내 일( my business) 이기 때문이라면 과거의 나는 모럴해저드가 있었다는 얘긴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잠시 했다. 과거에 아주 조금 더 열심히 해서 받는 소득의 증가분은 지금 아주 많이 열심히 해서 들어오는 증가분보다 훨씬 컸을 테니 과거엔 안 하고 지금 열심히 하면 바보다.


지난 2년 과정을 통하여

1. 사과에 대해 그리고 최근의 경작 추세에 대해 제대로 배웠다. 
   -외국여행을 혼자 다닌 것과 그곳을 잘 아는 이의 가이드를 받으며 다닌 것과의 차이

2. 남티롤 방문이 안목을 넓혀 주었다.
    - 최근 경작 추세, 제도, Infra 구조등 우물 밖 구경을 했다. 

3. 수평 네트워크
     - 동기생들과의 유대관계 그리고 SNS를 통한 경험 공유 등이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앞으로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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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사는 것이 더욱더 빡빡해져서 다른 모든 사업들처럼 농사도 끊임없이 배우고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 보면 뻔한 얘기고 누구나 아는 얘기인데 예전에는 구두선에 머물렀어도 먹고는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면 먹고살기가 힘든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사는 것은 더 힘들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주기적인 학습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과 즐거운 사과밭의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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