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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과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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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May 12. 2019

2019년 사과농사의 시작

개화부터 착과까지

2019년 4월 29일 집사람과 통화

'올해 사과 꽃이 영 시원치 않네, 냉해를 입어 꽃술들이 뭉개져서 핀다. 큰일이네.'

' 큰일이네요, 그런데 시원치 않다는 얘기는 매년 비슷한 얘기 들었던 것 같은데..'

(멈칫한 후에)' 어, 그랬나? 그런데 올해는 정말 심각해.'

'그 말도 작년에 들었는데.., 좀 기다려 봐요'

' 그랬어? 그래야지, 달리 할 것도 없어.'

포인트는 작년에 들었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개화가 시원치 않다는 것인데 뭔가 완패를 당한 느낌이다. 그러나

올해는  왜 나쁜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는 것은 걱정만 시키는 일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 ( 걱정도 안 하는 눈치이긴 하지만). 게다가 마누라 말처럼 매년 꽃 필 때면 많으면 많은데로 적으면 적은데로 걱정을 한 것은 사실이니 달리 덧 붙일 말도 없다. 몇 년 사과농사 지었다고 올해는 정말 잘해봐야지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


사과농사의 결과는 오로지 조물주만 아시는 일이고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농부의 일은 매 국면마다 때맞춰 최선의 필요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을에 성적서를 받는다. 그러나 사과꽃이 적으면  열매인 사과가 적으니 굳이 가을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결과는 안다. 그런 연유로 우선 개화기에는 꽃이 어느 정도 피는지가 관건이다. 꽃이 한 번에 확 피는 것이 아니고  날씨와 기온에 따라 달라지므로 진행 정도에 따라 걱정과 우려가 생기니 마누라에겐  자의 반 타의 반 "늑대"를 외치는 양치기가 되어버렸다. 하긴 사과꽃이 아주 적은 나무들도 있고 사과꽃이 시원치 않았던 때도 있었지만 매년 수확은 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냉해를 입은 꽃들


5월 3-4일

지난 5년 동안에는  4월 25일부터 말일 사이에 사과꽃이 만개되었다. (만개일은 사과꽃의 중심화가 80% 개화된 것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올해는 개화 이전에 한차례 영하의 온도로 떨어졌고 또 비도 두어 번 오는 통에 최초 홍로 사과꽃 만개일이  4/29,  부사의 만개일은  5/2 그리고  시나노 골드 만개일은  5/3로 평소 하루 사이로 피던 예년의 개화기간에 비해 훨씬 길어졌다. 또 그 사이에  온도가 다시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하루 있어서 석포면 어느 동네의 사과밭은 거의 전멸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 밭은 그 정도는 면했으나 4/29일 중생종의 사과꽃은 중심화는 물론 측화가 2-3번 까지 꽃술이 뭉그러져 나왔다. 거기에 날이 추워서 그런지 꽃망울이 터진 것도 적어서 정말 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5월부터 최고 온도가 25도를 넘어가면서 꽃들이 어느 정도 피어서 외형상 사과밭은 하얗게 되었지만  중심화 및 1-2 측화까지 타격을 입어 중심화 과경이 유난히 짧고 꽃술에 문제가 있는 꽃들이 많았다. 중심화를 찾는 이유는 사과꽃은 보통 5-6화가 한 꽃눈에서 피는데 가장 먼저 피는 꽃이 중심화가 되어 다르 꽃들보다 먼저 나와서 크기도 ;크고 발육도 나중에 난 측화보다 여러 면에서 우수하다. 


중심화를 생각하면 자연에 있어서 최대 과제는 우수한 다음 세대를 만드는 것으로 "될 놈에게 밀어주기"는 기본적인 생리로 보인다. '안 될 놈에게 게 동정심을 베푸는 것은 공멸"이 될 수도 있으니 냉정하지만 대를 있는다는 대의를 위해 잘 나가는 친구에게 전력투구 한다. 그래서 중심화에 착과를 해야 우수한 열매가 나오기에 착과 시기에는 중심화를 기준으로 시간표가 짜인다. 그러나 이 레이스에 참가하는 각각의 꽃들은 입장이 달라 보인다. 곤충이나 동물만이 자기의 씨를 퍼트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식물들도 개체 간의 경쟁은 물론 개체 안에서도 각 꽃눈들끼리의 경쟁,  또 한 꽃눈 안에서 피는 꽃들 간에도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꽃눈 간의 경쟁 
사과는 통상 2년 된 가지의 꽃눈에 열리는데 대개 7개의 꽃눈이 나선형으로 가지를 따라 배치되는데 우리가 '정아"라고 하는 좋은 꽃눈은 열매가 열리는 가지 끝에 달린다. 가지가 길어지면 꽃눈 간의 간격이 더 멀어질 수 있으나 열매를 착과 하기 위한 가지는 20센티미터 안팎으로  그 정아의 바로 밑에  또 가지 윗등에 서너 개의 꽃눈들이 촘촘히 자리하게 된다. 정아가 아닌  꽃눈들의 꽃은 빨리 피고 커서 마치 정아에서 나온 꽃처럼 위장하고 있다. 일명 "위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명백히 정아를 대신하여 수분을 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꽃 들간의 경쟁

한 꽃눈 안에는 보통 5-6개의 꽃이 맨 처음 핀 중심화를 가운데 두고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피게 되는데

중심화가 먼저 피므로 냉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냉해로 혹은 냉해까지는 아니어도 꽃대가 왕성이 자라지 못하여 두 번째 혹은 세 번째보다 짧은 경우가 많아서 적과작업 시에는 냉해를 입은 중심화를 피하여 2-3화에 맺힌 열매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냉해가 없을 경우에도 대개 2 번화는 중심화보다는 가늘지만 키가 더 큰 경우가 많아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중심화를 놓치게 된다.

좌측은 정화보다 큰 위화 , 우측은 가운데 중심화보다 큰 두번째 측화

사과농사를 지으며 "될 놈에게 몰아주기"의 명제를 가끔 생각하게 되는데 좋은 사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좋은 씨 즉 중심화 (장자)를 택하게 된다. 이는 장자 위주의 세습인데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예전에 들었던 마태복음의 달란트 비유를 생각하게 된다. 기존의 성경에서 얘기하는 사랑 등과는 거리가 있는 비유라 기억에 남았던 구절로서 여러 가지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는 성경말씀이겠지만 나는 단순이 생각한다.

"될 놈에게 몰아주기" 그것이 자연의 섭리고 생존경쟁.

달란트의 비유   마태복음 25:19-30
“오랜 후에 그 종들의 주인이 돌아와 저희와 회계할쌔. 다섯 달란트  받았던 자는 다섯 달란트를 더 가지고 와서, 가로되, 주여, 내게 다섯 달란트를 주셨는데; 보소서 내가 또 다섯 달란트를 남겼나이다.'그 주인이  이르되 ,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하고, 두 달란트 받았던 자도 와서, 가로되 , '주여, 내게 두 달란트를 주셨는데; 보소서 내가 또 두 달란트를 남겼나이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하고, 한 달란트 받았던 자도 와서, 가로되, '주여, 당신은 굳은 사람이라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을  내가 알았으므로, 두려워하여, 나가서 당신의 달란트를 땅에 감추어 두었었나이다. 보소서 당신의 것을 받으셨나이다.'그 주인이 대답하여 가로되,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나는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로 네가 알았느냐? 그러면 네가 마땅히 내 돈을 취리 하는 자들에게나  두었다가 나로 돌아와서 내 본전과 변리를 받게 할 것이니라 하고. 그에게서 그 한 달란트를 빼앗아 열 달란트 가진 자에게 주어라.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이 무익한 종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어 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 하니라.'” 

예년과는 다른 접근

개화 상황의 패턴이 다르고 꽃 상태도 달라서 예년처럼 만개일 기준 48시간에 살포하던 적화제 용도의 ATS비료도 48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 쓸모없는 액화를 잡기 위해 살포했고 그동안 쭉 시행했던 인공수분도 중단했다.
또 올해는 새로 심은 유목에서 어느 정도의 사과를 확보해야 수세 조절이 쉬워지므로 그동안 우리 밭에는 하지 않았던 홍로에 대한 꽃눈 정리 및 이른 적과 작업으로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분홍색으로 물들인 증량제인 송화가루로 수분하는 막대.

ATS는 일기불순으로 인해 수정이 안되었을 경우를 대비하고 또 기온이 낮아서 수분이 되었더라도 화분관 신장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져서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 (ATS의 작용기작은 황 성분이 암술의 탈수화를 유도하는 것이므로 사실 일단 수분이 되었으면 ATS는 살포해도 무방하다고 생각되지만 혹시 몰라서....). 날씨도 불안정하고 꽃 상태도 안 좋으니 확실하게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거기에 반대로 한 중요한 행동이 '인공수분의 중단'이었다. 날씨가 변덕스러우면 벌들의 움직임이 둔해저서 인공수분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 순리인데 사람이란 항상 순리적인 행동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인공수분을 하는 중에 벌이 다가오는데 벌의 다리에 꽃가루가 뭉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통상 보는 노란색이 아닌 분홍색 꽃가루 덩어리. 인공수분을 위해 증량제로 (보기에도 불량식품 색깔로 보이는) 분홍색으로 착색된 송화가루를 사용한다. 작년에도 보던 풍경인데 근래의 "글리세이츠" 영향인지 갑자기 색소의 안전성에 의문이 생겼다. 

인공수분을 중단하고 인공수분용 꽃가루를 생산하는 교내 회사를 운영하는 K대 교수님에게 문의하니 "수십 년 이상 사용해 온 것이라 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결국 "이론적으로 안전, 실제는 중국으로부터 수입 시 매년 검사 여부는 불확실"로 해석했다. 어느 자료에 의하면 벌이 수정하는 경우 착과율이 62%이고 인공수분의 경우 79%라고 하니 18%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매년 인공수분 시 손 닿는 범위까지만 해도 상부의 사과는 충분이 수분이 되었다. 그래서 18%의 차이를  인공 착색된 송화가루를 안 쓰는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내년에는 꽃가루 구입비로  수분용 호박벌을 두어 상자 구입하여 밭에 두는 것이 벌과 나를 위해 좋은 일일 것이다.


5/11 현재 상태

홍로 유목에 대한 적과작업 중인데 중심화를 거의 남겨두고 있다. 홍로가 꽃을 빨리 피웠고 정상적인 꽃들이 대부분이어서 편안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개화 초기 염려와는 달리 후반에 꽃이 많이 핀  성목 중생종과 부사 쪽은 외관상 착과가 상당 부분 된 것으로 보인다. 적과작업을 해야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겠지만  작년의 경우  6월 초에 낙과가 상당수 일어났기에 정확한 상황은 6월 중순이 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로는 이 곳 말로 "씨가 될 정도"는 되어 보이니 더 좋은 씨를 얻기 위해 노력할 일만 남았다. "씨가 될 정도"란 쌀농사 기준으로 수확하여 먹고 내년에 뿌릴 씨는 확보할 수 있는 근근이 지낼만한 수확을 말한다. 그래도 냉해로 전면적인 타격을 입어 초반에 올 농사 결과를 미리 받는 것에 비하면 행복한 출발이다.


적과를 하며 만나는 곤충들

                                             큰광대노린재와 호랑나비 애벌레                         ㅗ
말벌, 익충이다,
진디물을 먹는 무당벌레와  썩덩노린재 (촬영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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