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과농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과농부 세네월 Jul 28. 2019

사과 저온저장고에 대한
소고(小考)  

 

들어가는 글


냉장고나 김치냉장고를 살 때는 소비자가 성능을 꼼꼼히 따지지 않아도 된다.  이미 생산업체가 소비자의 가능한 욕구와 필요성에 대해 연구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사과 저온저장고는 냉장고와 비슷하게 저온저장이 목적이지만 생산업체가 영세업자부터 비교적 큰 회사까지 다양하고 여러 종류의 성능을 내는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저온저장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1. 저온유지 능력 2. 적정 습도 유지 능력 3. A/S 4. 가격경쟁력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하여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인 대개의 농부는 저온과 습도에 대해서는 마치 냉장고처럼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얼마야"가 주된 관심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간의 경비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략 1 평당 200만 원이 저온저장고의 경비인데 절약을 해봐야 2-3백만 원 정도이다. 그러나 습도가 유지가 안되면 10%의 무게 손실도 가능하다고 한다. 20Kg의 사과상자를 1000개 정도 보관하면 20,000kg이고 5%의 무게가 줄었다고 하면 1,000kg , 즉 20kg 사과상자 50개가 없어진 셈이다. 사과 가격을 kg당 2000원을 잡으면 첫해에 절약한 경비가 날아가고 매년 그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여야 한다. 지난 5년간 위의 1-4번에 입각하여 저온저장고를 언급하시는 분은 딱 한 분, 경북대 L 교수님께서 그의 과원을 방문했을 때 본인의 저온저장고에 대해 그런 관점으로 설명해 주셨다.


지난 6월 말에 사과사랑동호회가 주관하는 사과 재배기술 현장 워크숍에 참석하여 강원, 경기지역의 사과 재배농가들을 방문하였다. 그중에 한 곳 S농원은 약 13,000평의 대단위 농장이었는데 여름이라 개방된 저온저장고에는 유닛쿨러에 부착된 2개의 송풍기만 있고 농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저장고 바닥에 물을 뿌릴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다. 습도 유지를 어떻게 하는지를 물어보았더니 H사의 원심식 가습기를 사용한다며 실물을 보여주었다. 가격도 상당이 저렴한 편인 데다 사용하는 사람이 만족감을 표시하기에 곧바로 주문하여 우리 저장고에 설치하고 성능을 살펴봤다. 타이틀의 사진은 그 가습기 도입이전과 이후의 저장고내 온 습도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동료들에게 이 가습기를 소개하는 글을 적으려고 하였는데 현재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사과 저온저장고에 대해 기술해 놓으면 시간이 가면서 보강할 수도 있고 또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바로잡을 기회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 저온저장고를 장만하려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수도 있을듯하여 부끄럽지만 알량한 알고 있는 바를 적는다.


 '소고': 네이버 국어사전: 체계를 세우지 아니한 단편적 고찰.


1. 저온저장고의 필요성
사과의 저장온도는 0.5~-0.5, 습도는 90-95%라고 한다.
사과가 가장 싼 시점은 수확직후 대부분의 사과가 시장에 나오는 때 이다. 중개인들은 이때 사과를 사서 창고에 저장한다. 저온저장고는 소비자 직판을 하는 농가와 수확한 사과를 적당한 시기에 공판장에 처분하려는 농가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설이다. 과거 십수년간  한 두해를 제외하고는 보관사과의 가격이 수확때보다 좋았는데 보관중 감모율을 적용해도 그러한 지에 대한 데이터는 없다. 특히 겨울사과 "부사"류의 저장능력이 향상되어 지금은 농가에서 보관한 사과도 적절히 관리만 되었다면 상품성이 있다. 봉화에  온 첫 2-3년간은 5평형 저장고에 대한 보조가 많았는데 요즘은 주로 10평형에 보조를 해주고 있다.


우리 과원에는 내가 인수했을 때 6평형과 1평형 2개가 있었는데 기술자 출신인 전 주인은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한 6평형 저장고의 본인의 결정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업체는 저장고를 주문받으면 공장에서 제작하고 운반하여 설치해주는 전국적인 망과 실적이 있는 회사인데 반하여 1평짜리는 동네에서 결정한 현지 업체인데 늘 결로로 애를 먹고 있다. 다만 A/S는 현지 업체가 빠른  이점이 있다.


2. 저온저장고의 내부구조

농가용 저온저장고는 저장고 내의 온도 편차를 줄이고 찬 공기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무덕트 시스템이 유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 벽 한 면 전체에 송풍기를 달아 공기가 전체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공기 흐름과 분포도를 높이기 위해 덕트를 설치하여야 하는데 천으로 된 덕트를 권한다.


오른쪽이 우리 저장고의 덕트

지금까지 매우 많은 과원의 20평부터 5평에 이르는 저장고를 보아 왔지만 대부분 무덕트 시스템인데  한, 두 곳을 제외하고는 유닛쿨러의 송풍기 2대만 있었고 덕트 시설이 되어 있는 곳은 우리 집 저장고를 만든 회사 제품이외의 것은 보지를 못하였다. 저장고 내부의 공기의 흐름은 적재 형태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므로 내용물의 출고가 이루어지면 적절히 조절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물량이 빠지기 전에는 힘이 든다.


3. 저장고 운용상의 문제점들

사과는 수확 후에도 생물로서 호흡을 한다. 사과의 노화는 자체 발생하는 에틸렌 가스로 인한 것이고 위조( 사과의 증산으로 표면이 쭈글거리게 되는 것)눈 습도의 부족이 주 원인이다. 또 보관 중에 사과에 묻어있던 세균, 곰팡이균의 활동으로 썩기도 한다.  2018년 안동대 박윤문 교수의 강의자료에 의하면 농협중앙회 조사자료로  2008년 사과 거점 처리 센터 (APC) 2곳의 총손실률은 16.5%와 15.5% 였고 그중 반에 해당하는  8%는 중량 감소로 인한 손실이었다. 전문적인 대규모 저장처리시설의 증산 손실이 평균 8%라고 하는 것은 개인적인 보관 단위에서는 두 자릿수의 손실이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a, 노화 지연

노화 지연을 위해서는 에틸렌 가스를 방출되지 못하게 그 자리를 메우는 1-MCP처리가 일반화되어 있다. 1-MCP 처리가 된 사과는 안동공판장에서는 처리가 안된 사과보다 박스당 천 원을 더 준다고 한다. 내 경우에는 설날 이전에 재고가 소진되어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부패 등을 막기 위해 고압전류의 방전을 통해 오존가스를 생성하여 공기를 정화시키는 플라스마 처리도 점점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일부 업자들은 플라스마가 이미 방출된 에틸렌 가스를 파괴하여 노화를 지연시킨다고 하는데 학계에서는 아직은 이 점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이다. 나도 올해 아는 업자의 배려로 저장고에 설치 사용하였는데 부패 사과가 작년보다 적고 부패된 것도 건조하게 부패되어 전염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대조군이 없었으므로 기분 상의 문제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단 비닐에 들어 있던 부패된 사과와의 외형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또한 플라스마기계가 발생하는 오존량이 적정하지 않으면 사과에 점들이 생겨 상품성이 없어질 수도 있으므로 조심하여야 한다.


b. 온도 

특별한 기계적 결함이나 전기공급상의 문제 등을 제외하고 온도조절의 실패사례를 들은 적이 없다. 우리 저장고의 경우 센서가 상부에 위치해 있어 찬바람을 맞기에 좋은 형편이라 (최선의 장소)  나는 따로 온도센서를 유닛쿨러 밑 중단에 설치하였다 (최악의 장소). 그 결과 -0.5도로 운용하는 과거의 저장고 내 온도는 1도- 1.5도로 나타났다. 저장고의 센서는 운용에 관여하며 기록은 되지 않기에 상부 사진의 온도와 습도는 내가 설치한 센서의 데이터이다. 새로운 가습기의 투입 이후 물 공급관이 어는 현상이 생겨 저장온도를 1도, 0.7도 다시 0.5도 하향 조정 중인데 1.7-2.5도를 상회하고 있다.


c. 습도

사과의 적정 습도가 90-95%라고 하는데 오직 단 하나 경북대 L교수님의 과원을 제외하고 90%가 된다는 곳을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다. 아 한 군데 더 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포천의 S농원. H 사장님은 H사의 가습기를 소개해 주시면서 온통 물바다가 되어 타이머로 분사 시간을 조절하며 90% 습도를 확보한다고 하였다.


지난가을 사과 수확 후에 나는 일부 사과를 기능성 비닐에 넣어 보관하였다. 수확 직후에 주문처리에 밀려 신경을 못쓰다 1월 말에 비로소 비닐에 들은 사과 2 상자와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상부에 종이 덮개만 덮은 2개의 사과상자 무게를 측정하였다. 4개월이 경과한 5월 말에 각각의 사과상자 무게를 재봤다.


A. 선도유지 비닐포장 (0.1-0.3% 감소)

1). 21.70kg  - 21.68 :20g 감소

2) 19.98 kg -19.92 :  60g  감소

B. 그냥 담아두고 종이 덮개  (3% 이상 감소)

3) 19.40 kg - 18.92 : 480g  감소

4) 21.82 kg - 21.34  : 430g  감소


결국 비닐 (구멍이 나있는) 안의 사과는 습도가 유지되어 증발 손실이 적었는데 만약 호흡이 활발했던 수확 직후 측정을 했다면 손실규모가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비닐을 개봉해 보니 부패된 사과가 전염되어 버린 사과의 합은 증발 손실 규모에 못지않았다. 경북대 K 교수님에 의하면 비닐봉지 안의 사과도 프라스마의 효과를 받는다고 하셨는데 현실은 다른 것 같다.


따라서 내가 내린 결론은 가습기를 보강하여 습도를 맞추며 프라스마와 병행하는 것이 손실률을 최소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으로 올해 수확분부터 적용하려던  참이었다.


우리 저장고는 따로 바닥에 물을 붓지 않고 평균습도 75-80%를 유지한다 (상부 타이틀 사진 참조). 적정 습도는 90-95% 라지만 85%만 넘어가도 문제가 없다는데 그 5%를 올리기가 힘들다.  한 저장고용 가습기 업체의 팸플릿에서도 목표 습도가 85% 라고 되어 있다. 그 업체 사장에게 우리 저장고에 2-3일 설치하여 85-90% 가 나오면 구입하고 그 데이터도 영업을 위해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두어 번 전화를 해도 곧 전화한다고 하고 연락이 없다. 20평짜리 저온저장고에는 사과상자를 팔레트에 실어 지게차가 출입을 하며 적재 및 반출을 하는데 바닥에는 습도 유지를 위하여 물이 흥건하다. 이 얼마나 모양 빠지는 일인가? 그런 규모의 저장고에는 자동 습도 조절기가 있어야 어울리지  바깥을 들락날락하는 지게차가 물을 튀기고 다닌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인데 어디나 비슷한 환경이다. 그 자신 대형 냉동창고 사장이며 한국 농산업 협동조합 대표이신 최경록 선생의 강의에 의하면 냉매 증발 온도와 저장고 온도와의 편차를 TD(temperature Difference)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유닛쿨러의 TD를 낮게 설계하여  (TD 5도 이하) 전열면적을 충분이 확보하면 , 상대습도 90% 유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결국은 경비의 문제다. 그가 제안하는 습도 유지 방법도 증발기의 전열면적 조절과 가습 장치를 병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가습기를 이용한 방법으로는 초음파식, 원심식, 증발식 가습기가 있다.


내가 전에 접촉했던 회사의 것은 초음파식으로 초음파식은  가격대가 80만 - 150만 원에 이른다. 초음파식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습기 방식으로 진동자가 떨면서 습기를 발생시킨다. 윈심식은 물을 돌려 부딪히는 물에서 습기를 만드는 방식인데 이번에 소개받은 H사의 것이 원심 가습기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증발식은 저장고 안 유닛쿨러 아래 벽면에 물이 흘러 내리게 하여 자연적인 증발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별도 가습시설이 필요치 않아서 제일 좋은 방법으로 보이는데 저장고 안에서 얼지 않게 하고 떨어진 물이 다시 순환되게 하는 모터 등이 필요하여 내가 설치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이 결정적인 흠이다. 원심식 가습기 회사 직원은 내게 수분유지를 위하여 유닛쿨러에서 되도록 먼 곳에 설치하라고 했는데 증발식은 유닛쿨러 바로 밑에 설치한다고 하니 어느 쪽이 맞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에 설치한 가습 기덕에 습도가 86-88901%를 오르내리고 있다. 타이틀 사진에서 과거 습도가 80-82% 였으니 전체적으로 5-6% 향상된 것이다.

현재는 30분운용하고 15분 쉬는 시스템으로 운용중인데 습도의 변동폭이 작아 졌다.

좀 더 운용해 보며 효과를 확인하여 우선 우리 작목반과 마이스터 동기들에게 소개를 하려고 한다.  이 글이 앞으로 저온저장고를 설치하려는 이들에게 "얼마예요"를 묻기 전에 확인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는 것을 꼭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참고자료

아래 두 분의 2018년 경북농업마이스터대학 강의자료
박윤문 안동대 교수 
최경록 한국농산업 협동조합 대표


추기1 - 2019.11.18


(효율적인 저장 방법에 대하여는 지속적으로 여러 방법을 모색 할 것임으로 새로운 변화가 있을때 마다 덧붙여 두려고 한다.)

위의 소고이후 주변에서 화란인더스 가습기를 찾아 설치하는 사례가 많이 생겼다.

평균 4-5도에 저장하는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부사와 같이 영하 1도로 해야 돤다는.) 가을 사과때는 없던 문제가 저장고를 영하 0.5도로 맞추니 가습기가 얼어서 작동을 안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화란인더스사에 전화하니 많은 사람들이 열선을 사용한다고 하여 3M 열선을 구입하여 밑부분에 둘러 놓았다. 

저장고 온도가 내려가니 습도가 떨어지는 듯하여 15분 휴식에 45분 운용하던 방식을 전 시간 운용으로 바꾸고 저장온도도 영상 0.2도 바꾸니 습도가 90%를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우측의 그라프는 기준온도 변화에 따른 습도변화를 잘 보여준다. 가운데 부분이 -0.5도시 얼어서 습도가 불규칙하게 운용된 것을 보여준다. 

추기2 - 20201.18

상기 추기 1과 같이 전 시간 운용으로 바뀌니 습도가 90%를 기준으로 움직이긴 하나 상자를 덮은 종이에 물이 약간씩 괴는 현상과 바닥에 일부 물이 고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약 한 달이 안되어 15분 운영에 30분 휴식으로 전환했다. 12월 18일부터 시행한 새로운 방식으로도 습도는 90%를 약간 상회하여 유지되고 있다. 다시 한 달이 지난 1월 18일 현재 15분 운영 30분 휴식을 유지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흙수저 몰아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