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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Aug 04. 2019

2019년 7월 영농일지

공사일지라고 해야하는데...

1. 사과농부 직무유기에 관하여


-존경하는 재판장님, 본 검사는 사과농부를 직무유기 죄목으로 기소하고 저지른 죗값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피고, 사과농부는 그의 브런치에 적과에 대해 장황하게 그것도 몇 꼭지 씩이나 떠들어 놓고는 착과한지 세 달이 가까워 오는 지금까지 3차 적과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3차 적과를 안 한다고 해서 사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3차 적과를 제대로 해야 소비자가 기대치에 가까운 사과를 생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아오리류의 하향은 2-3주 정도면 수확을 해야 하고 ( 다행히 하향은 3차 적과가 되어 있긴 합니다만) 그 2-3주 후에 가을사과 홍로, 그리고 다시 2주 후에 착색계 부사인 히로사키 등을 수확해야 하는데 이제 겨우 30% 정도의 3차 적과율을 보이고 있을 뿐입니다. 본인이 농부로서 농사란 시간을 맞춰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또 적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 이를 제대로 이행치 못했으므로 직무유기의 죄가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농사에서 제 때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모르는 농부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비료와 간단한 농기계 보관창고로 사용되는 비닐하우스가 여기저기 하늘이 보여 비가 새고 트랙터를 비롯한 방제기, 제초기를 보관하기 위한 공간 마련이 시급한 점, 그리고 사과밭 구석에 은박지 등을 보관하던 간이창고의 기둥이 내려앉아 보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같은 작목반원 2명이 창고를 개조해 주겠다고 하여 그 일에 주력하느라 적과가 지연되었을 뿐입니다. 공사를 해주는 작목반원들도 사과농사를 하기에 그들이 공사하는 날에는 공사 보조를 하여야 하고 설사 보조할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도와준다고 온 사람들을 놔두고 저만 사과 일을 할 수도 없는 데다 그들이 오지 않는 날은 비 오는 날이어서 적과작업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들은 부부가 농사를 지으므로 혼자 농사를 짓는 저와 사정이 다르지만 그들이 공사 일을 하는 동안 저만 사과 일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그들이 퇴근한 후와 출근 전이 가능한 작업 할 수 있는 시간인데 사과나무 밑의  풀들이 사정을 봐주지 않고 여지없이 쑥쑥 자라기에 그 대부분을 제초작업에 쓰고 있습니다. 적과가 지연되면 사과 크기가 작아지고 나무에도 부담을 주는 일이긴 합니다만 조금 늦게라도  적과작업을 해주면 맘에는 안들지만 안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됩니다. 혼자 농사짓는 사람이 "혼자 사과 일을 할 때가 가장 즐겁다"라고 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꽃 따기, 적과, 유인, 수확 등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할 때엔 사과일 보다는 식사와 참을 준비하는 일이 더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처럼 식당에서 시켜 먹으면 되긴 하지만 제 입에는 잘 맞지 않아서 집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힘은 들지만 덕분에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단계까지 되었으니 여러모로  많이 배운 셈이지요. 5년전에는 라면 끓이는 일이 유일한 능력이었습니다.

얘기가 딴 데로 흘러 죄송합니다만 7월 8일 창고 짐을 옮기고 허물고 시작한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3차 적과가 미진하여 찜찜하긴 합니다만 20년이 되어가는 쓰러져가는 비닐하우스 창고와 얼기설기 엮어 만든 은박지 보관창고가 없어진 것은 이 과수원 인수 이후 최우선 과제가 실행 중이라는 의미로 속이 시원합니다.

-자고로 농사의 때를 맞춘다는 것은 그 사람 많고 전쟁 많았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도 굶어 죽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인데 농부가 3차 적과의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지 못한 이유 또한 이해가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을 알면서도 제 때에 이행치 못하는 일이 비단 농부에 국한된 경우가 아니고 또  그때를 놓쳐서 일어 나는 손해가 농사처럼 명확한 것도 없어 사과농부의 직무유기죄는 혐의가 분명 하나 정황을 참작하여 자연이 벌주는 것으로 가름하기로 한다.  땅! 땅! 땅!.


2. 농업용수의 pH 조절에 대한 잠정 결론


우리나라 농업용수의 기준은 따로 제정된 것은 없고 환경기본법에 의한 하천 호소의 농업용수와 먹는물관리법에 의한 지하수 3가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 농업용수의 수소이온농도 (pH)는 세 가지 다 6.0-8.5까지로 되어 있다. 그러나 대체로 중성인 7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식물 보호제 (농약) 살포 시에는 대다수가 산성을 띄고 있으므로 농업용수의 산도를 조절해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균제 사용 시 원수의 PH는 5.5~6.0 정도, 충제는 PH 5.0~5.5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도장지 억제와 착과를 억제하는 비비플(프로헥사디움 칼슘)을 개화 30% 시점에서 사용하도록 하여 나 포함 작목반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는데 이를 권장한 남티롤 쿠르트 베르트 씨는 이때 산도 조정을 위하여 구연산을 40g/100L 투입을 하도록 하였고 지난 2년간 그렇게 실행해 왔다.


지난 5월초 비비풀 사용시  문득 농업용수의 수소이온농도는 농가마다 다른데 일률적으로 40g을 투입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간이 수소이온농도계를 빌려서 그 후 농약 살포시 마다 구연산의 양을 바꿔가며 측정을 해봤다. 기계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긴 했으나 일관된 결과는 대략 구연산 10g/100L 이 수소이온농도를 1 저하시키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농업기술센터의 분석실에 원수와 10g 투여분의 수소이온농도를 부탁하였다. 다행히 기술분석실에서 추가 10g의 분석까지 제공해주어 나온 결과는 다음과 같다.


원수 : 6.93
구연산 10G/100L: 5.89
구연산 20G/100L: 3.96

* 구연산은 약한 산이나 pH를 3.2까지 조정 가능- 사용상 주의 요함
* 실험을 통해 얻은 값이므로 실제로는 pH4 초반까지 가능한 것으로 판단됨

 

이 결과를 보고 이태리의 쿠르트 베르트 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에서의 구연산 사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음을 알렸다. 남티롤의 경우 석회석이 많은 물이므로 우리보다 훨씬 알칼리성 물이므로 그의 사용량은 그 지역 원수 기준으로 봐야 할 것이다.


또한 농약살포 시 원수의 pH조정을 위해서 현재 쓰이고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빙초산 사용 (25-30ml/500L)- 원가 :40-50원

2.  현미식초 혹은 자가 조제 사과식초 사용 (1리터/500-1000L)-원가 : (800-1000원)

3.  구연산 50G/500L  - 원가 70원 

 

구연산이 경제적으로 이익이고 빙초산에서 가능한 화학적 화상 같은 위험도 없어서 모든 농가에서 구연산을 이용하여 산도를 조절하는 것을 권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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