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아이펫 동물병원 진료 에세이. 건강검진
올여름, 난 5년 만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간 병원을 가본 적이 없었으나, 그렇다고 몸이 이전만큼 건강하다곤 생각되질 않았다. 걱정의 원인은 체중이었다. 너무 돼지가 되었다. +30kg까지 불었다가, 요새는 10kg 빼서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이래저래 30대 후반이 되니 건강에 대한 염려가 생기게 되었다. 늘 피곤한 느낌이 단순히 기분 탓이었으면 하는 찰나에 친구가 쉬는 날 같이 검진이나 받자고 했다. 속전! 속결! 그래서 차주 근무가 쉬는 날, 우린 송파 보건소로 향했다.
내가 동물병원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검사하는 것과 거의 비슷했다. 검사 항목들은 80% 이상이 일치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우리 병원에 온 반려동물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아무튼 일반 검진으로써 채혈, 채뇨, 방사선 촬영, 기본검사 등을 진행했다.
결과는 7일 후 직접 내방하여 수령해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사람이 많아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운영하는 동물병원도 검사 자체 결과는 30분이 안 걸리면 편이니.. 내가 보건소에서 검진받을 때 거진 50 명의 다른 환자분들이 나처럼 대기 중이셨다.
7일 후, 다시 들린 보건소에서 나오면서 조금 충격적이었다. 다른 수치들은 다 정상인데, '고! 혈! 압!' 진단을 받았다. 어쩐지 그래서 몸이 예전 같지 않았구나 하면서 운동을 다짐했다. 그 후로 시간만 나면 몇 시간씩 걷고 뛰면서 체중조절 중이다. 1일 1식을 기본으로 하며..
시작하는 말이 제법 길었는데, 건강검진은 중요하다. 최근의 경향은 너무 산업화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지만, 두 번 강조할 필요도 없이 건강 검진은 정말로 중요하다.
그간 동물병원을 운영해오면서 겨울 기간 동안에는 노령 동물의 건강검진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겨울이 소멸의 계절인지라 노령 동물의 사망 통계를 집계하니 겨울이 많았다. 그래서 매년 11월쯤이면 7세 이상의 노령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의 안내 SMS를 꼭 발송드린다.
동물병원에서 하는 건강검진은 병원마다 항목이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비슷한 검사기계를 사용하고 그 종류도 비슷한 편이다. 우리 병원에서는 건강검진을 다음과 같은 항목으로 진행 중이다.
건강검진의 기본은 신체검사이다.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꼼꼼히 살펴본다. 이때 보호자님께 최근 특이증상 및 사료섭취량 변화량 등의 세세한 것들을 문진 드린다. 특이점이 있으면 해당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쓰는 편이다.
검진 항목에 대한 부연을 하자면, 혈액검사로는 간과 신장의 기능평가가 제일 중요하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몸속에서 에너지 대사를 한 후, 영양 저장과 노폐물의 해독-배출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혈액 검사 중 적혈구, 백혈구 등의 건강상태를 보는 혈구 검사에서는 보통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하는 편이다. 만성 염증이 있지 않나 등을 살펴보는데 유의하다. 빈혈 여부 등에 대한 평가도 한다.
방사선 사진으로는 장기, 골격의 이상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방사선 사진을 확인하고, 임상증상 등을 고려해서 추가적인 초음파 등을 실시하는 경우도 많다.
뇨스틱 검사는 단순하지만 방광염 및 요로감염을 확인하는데 효과적이다. 저렴하며, 기본 검사의 기능을 가장 충실히 하는 편이라 보호자님께 많이 권장드린다.
기본 건강검진은 7세 이상의 노령 반려동물에서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권장드리는 편이다. 반려동물의 1년은 사람으로 환산하면 5~7년의 세월이다. 때문에 동물은 생각보다 빨리 나이를 먹는다.
건강검진의 목적은 '병을 발견하여 즉각 치료를 한다.' 보다도, 객관적인 현 상태를 확인하고 미리 올 수 있는 병을 예방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간 수치는 간의 50%만 기능을 하여도 100점으로 나온다. 신장의 경우는 35%만 남아 있어도 검진 결과는 정상 범위에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므로, 결과치가 정상이 나왔다고 너무 안심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씀드린다.
정리하자면, 검사 결과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반려동물의 임상증상을 보호자님께 문진하고 앞으로의 건강 관리계획을 설명드리는 게 반려동물 건강검진의 주요 목적이다.
건강은 정말 건강할 때 지켜야만 유지될 수 있다. 늘 관심을 가지고, 큰 병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갖는 습관을 당부드린다.
물론 나 역시도 더 체중감량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다음번 건강검진에서는 고혈압 관련해서 완치 판정을 받도록 목표를 정했다. 우리 병원에 오는 동물 아이들에게도 귀감이 되도록, 건강관리에 더욱 더 힘을 써야겠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도 꼭 건강하시길 빈다!